각종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방송인 함소원이 결국 TV조선 예능 <아내의 맛>에서 하차했다. 함소원은 28일 자신의 SNS에 "시청자 여러분 그동안 많은 사랑 감사합니다. 부족한 부분 많이 배우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라고 작별인사를 남기며 자진하차 의사를 밝혔다. <아내의 맛>도 출연자의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하차를 인정했다. 하지만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던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함소원과 <아내의 맛> 모두 끝까지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으며 시청자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1997년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함소원은 주로 중국을 무대로 활동하던 중 18살 연하의 중국인 남편 진화와 2018년 초 혼인신고를 해 화제가 됐으며 같은 해 12월 딸을 얻었다. 함소원 부부는 2018년 6월 첫 방영을 시작한 <아내의 맛>의 원년 멤버로 합류하여 결혼-출산-일상으로 이어지는 가족사를 모두 공개하며 이 프로그램이 인기 부부예능으로 자리잡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함소원 가족은 인기만큼이나 방영 내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함소원 부부는 성격과 문화차이로 인해 자주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을 통하여 부부의 민감한 개인사나 부적절한 언행이 노출되는 모습이 반복되며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보기 불편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또한 부부관계와 별개로 함소원 개인의 행적을 둘러싼 구설수도 끊이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ATM 기기들을 혼자 독점하거나, 타인과의 중고거래 과정에서 보여준 비매너 행위, 연로한 베이비시터에 대한 갑질 논란, 몸이 아파서 병원까지 찾은 딸을 유튜브 촬영의 소재로 이용한 장면, 개인 방송에서 한국 전통 음식인 김치를 중국식인 '파오차이'로 발언한 일화 등으로 함소원은 이미 그동안 많은 비판에 시달려왔다.

가뜩이나 이미지가 극도로 악화된 함소원에게 결정타를 입힌 장면은 '조작 의혹'이었다. 지난 23일 방영된 <아내의 맛>에서 중국인 시어머니인 마마가 중국에 살고 있는 동생과 통화하는 장면이 나왔고 동생의 목소리가 실제는 함소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청자들은 지난해 6월 방영된 <아내의 맛>에 영상 통화로 출연했던 마마 동생의 목소리와 다르다는 것을 지적했다.

여기에 <아내의 맛>을 통해 중국 시부모님의 별장으로 소개된 장소 역시 개인 소유가 아닌 유명 숙박업소와 일치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함소원과 <아내의 맛> 측은 누리꾼들의 비판과 의혹 제기에 끝까지 속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출연자의 하차라는 방식으로 당장의 논란을 덮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내의 맛>과 함소원을 둘러싼 논란은 개인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가족예능이 자극적으로 변질되었을 때 어떤 부작용을 드러내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라고 할 수 있다. 함소원은 <아내의 맛>에서 개인사와 가족을 공개하며 높은 인지도를 얻는데 성공했다. <아내의 맛> 역시 함소원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와 연상연하-한중 국제 커플이라는 상황을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데 최대한 활용했다.

하지만 <아내의 맛>과 함소원의 지나친 '노이즈 마케팅'은 오히려 스스로의 이미지를 깎아먹고 말았다. 함소원은 일각의 지나친 의혹 제기와 악플에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정작 시청자들이 왜 방송에 나오는 자신의 언행을 문제삼는지에 대해서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조작 의혹이 끝내 함소원의 하차로 이어지게 된 본질은, 출연자에 대한 진정성과 신뢰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에 떨어졌다는 데 있었다. 함소원이 앞으로 국내 다른 방송에서 활동을 이어간다고 해도 두고 두고 문제가 될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아내의 맛> 제작진은 함소원의 하차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여기면 안 된다. 조작 의혹은 <아내의 맛> 방송분을 통하여 제기된 것이기에 어차피 함소원보다 제작진이 먼저 해명해야할 문제였다. 더구나 함소원 가족을 이용하여 지금껏 온갖 자극적인 에피소드를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출연자의 하차만으로 사태를 적당히 무마하려 한다면, 이는 반성 없는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

<아내의 맛>은 그동안 함소원 가족 문제 외에도 구설수에 오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부부와 가족의 이야기를 소재로 내세웠음에도 뜬금없는 트로트 신동이나 정치인을 출연시켜 개인 홍보의 무대로 변질시키는가 하면, MC들의 무례한 언행이나 성역할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 등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아내의 맛>은 TV조선을 대표하는 간판예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시청자의 반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쁜 사례를 남기고 있다. 잘못이 있다면 사과하고, 바로잡을게 있으면 바로잡아야하는 게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다. 앞으로도 이어질 방송 내용에 대한 신뢰도 회복, 애꿎은 다른 출연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논란을 투명하게 정리하고 난 뒤, 다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내의맛 함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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