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연습경기. 2회말 1사 2루 LG 이형종의 1타점 1루타 때 정주현이 홈인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연습경기. 2회말 1사 2루 LG 이형종의 1타점 1루타 때 정주현이 홈인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연합뉴스

 
LG트윈스는 지난 2017 시즌이 끝난 후 삼성 라이온즈의 통합 4연패를 이끌었던 '야통' 류중일 감독을 3년 21억 원을 주고 영입했다. 그리고 이어진 FA시장에서는 4년115억 원을 투자해 2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타격기계' 김현수를 데려왔다. LG가 거액을 투자해 명장과 스타 선수를 영입한 이유는 단 하나. 1994년 이후 20년 넘게 인연을 맺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류중일 감독 체제에서도 LG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2018년 정규리그 8위에 머물렀던 LG는 2019년과 작년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2년 연속 LG를 가을야구로 이끈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물론 계약기간은 모두 채웠다).

류중일 감독과의 인연을 끝낸 LG는 1994년 우승멤버이자 팀의 1990년대 황금기를 이끌었던 '꾀돌이' 류지현 수석코치를 19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류지현 감독 부임 첫 해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 등 상위권 팀들의 전력이 약해지면서 LG가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눈에 보이는 확실한 전력보강을 하지 않은 LG가 올 시즌 '디펜딩 챔피언' NC 다이노스와 함께 '2강'으로 불리는 이유다.

[투수진] 켈시-수아레즈 원투펀치, 부상선수 복귀시기는?
 
 2021 시즌 LG 트윈스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2021 시즌 LG 트윈스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LG는 작년 2000년의 데니 해리거 이후 정확히 20년 만에 시즌 15승을 따낸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를 배출했다. 그리고 켈리는 가을야구 첫 경기에서 키움을 상대로 7이닝 10K 2실점으로 호투하며 '에이스 본색'을 드러냈다. 트윈스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켈리는 코로나19로 인한 구단의 재정악화로 재계약 협상에서 연봉삭감을 받아 들이면서 LG구단과 팬들을 또 한 번 감동시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켈리를 소모하면서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던 LG는 올해 켈리와 원투펀치를 이룰 투수로 여러 구단들이 탐내던 좌완 앤드류 수아레즈를 영입했다. 빅리그 풀타임 선발경험이 있는 수아레즈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kt와 두산을 상대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지난 25일 두산과의 시범경기에서도 3이닝 무실점으로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하며 시즌 개막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역대급 외국인 원투펀치의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LG의 고민은 바로 토종 선발진이다. 인센티브 14억이 포함된 2년 최대 20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한 차우찬은 몸을 끌어 올리는 과정이 늦어지고 있고 2년 차 우완 이민호는 허리 근육통으로 개막 로테이션 합류가 힘들다. LG로서는 작년 10승을 따낸 임찬규와 열흘 로테이션을 돌면서 7승을 기록한 정찬헌, 작년 가능성을 보인 2년 차 좌완 김윤식 등의 분발이 절실하다.

LG는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던지는 마무리 고우석을 중심으로 2019년 신인왕 정우영과 역대 최다 홀드 기록에 44개를 남겨두고 있는 베테랑 좌완 진해수, 노장 송은범 등이 필승조를 형성할 예정이다. 여기에 작년 프로 데뷔 12년 만에 4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3.47로 뒤늦게 잠재력이 폭발한 최동환 역시 올 시즌 필승조 합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LG 마운드의 다크호스는 2019년 1차지명 출신으로 루키 시즌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가 작년 7월 뒤늦게 데뷔해 3승 4홀드 3.71의 준수한 성적을 올린 이정용이다. 이정용은 시범경기에서 다소 추운 날씨 속에서도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며 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과 경헌호 투수코치는 올 시즌 이정용이 팀의 우완 셋업맨으로 활약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타선] 외야 빅5의 활용과 오지환 최적의 타순은?

타율 .331 22홈런 119타점 98득점의 김현수와 타율 .293 15홈런 88타점 59득점의 채은성은 LG 외야에서 '상수'로 둘 수 있는 검증된 선수들이다. 그리고 LG는 작년 시즌을 135경기에서 타율 .279 114안타5홈런39타점89득점을 기록한 홍창기라는 새로운 스타를 발굴했다. 여기에 81경기에서 17홈런50타점을 기록한 이형종과 꾸준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이천웅도 주전급으로 분류하기에 손색이 없는 외야수들이다.

2010년의 이병규-이진영-박용택-이택근-이대형과 비견되는 올해 LG의 '외야 빅5' 활용방안은 류지현 감독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다. 일단 수 년 간 꾸준한 커리어를 쌓아온 김현수와 채은성은 무난히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할 확률이 높다. 나머지 3명 중 한 명을 중견수, 한 명을 지명타자로 활용한다 해도 나머지 한 명은 벤치를 지킬 수 밖에 없다. LG의 외야수들이 트레이드 시장에서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멕시코 출신의 거포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는 작년 부상으로 27경기에 결장했음에도 38홈런을 때려내며 LG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연타석 홈런을 작렬하며 작년 시즌 정확히 40홈런을 채운 라모스는 총액 100만 달러에 LG와 재계약했다. 라모스는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 타이거즈)가 없는 올해 가장 유력한 홈런왕 후보로 꼽힌다.

작년 시즌을 앞두고 4년 40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한 오지환이 FA계약 첫 해 프로 입단 후 첫 3할 타율을 기록한 것도 LG에게 매우 고무적인 부분이다. 작년 1142이닝을 소화했을 정도로 LG의 내야 수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오지환은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릴 수 있는 장타력과 빠른 발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여기에 3할 타율을 기록하는 정교함까지 갖춘다면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활용도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작년 정근우 영입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2루수는 여전한 LG의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정주현이 지난 3년 동안 실질적인 주전 2루수로 활약했지만 작년 .247의 타율이 말해주듯 붙박이 주전으로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LG는 신민재, 이주형, 이상호 등 이적생들과 유망주들의 분발로 정주현과 선의의 경쟁을 벌여 LG의 2루 포지션과 하위타선을 더욱 든든하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주목할 선수] 함덕주는 선발진에 남을 수 있을까

'잠실라이벌' LG와 두산은 좀처럼 트레이드를 하지 않는다. 작년까지 두 팀의 마지막 트레이드가 외야수 이성열(한화 이글스)과 포수 최승환이 두산으로 이적하고 투수 이재영과 내야수 김용의가 LG 유니폼을 입었던 2008년이었을 정도. 그렇게 10년이 넘도록 서로에게 문을 꼭 닫고 있었던 양 팀은 지난 25일 드디어 곳간을 열었다. 무려 13년 만에 LG와 두산이 2:2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다.

류지현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최소 7명, 최대 9~10명의 선발자원을 준비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차우찬의 시즌 준비가 늦어지고 이민호가 허리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예상치 못한 결원이 생겼고 류지현 감독과 차명석 단장은 이 문제를 외부수혈을 통해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LG가 1루와 3루를 오갈 수 있고 장타력을 갖춘 양석환을 내주고 두산으로부터 전천후 좌완 함덕주를 영입한 이유다.

류지현 감독은 좌완 함덕주와 우완 채지선을 영입하면서 일찌감치 함덕주를 선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함덕주는 올 시즌 두산에서도 선발을 준비하고 있었고 선수 본인도 불펜보다는 선발 의지가 더 강하다. 실제로 2017년에는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137.1이닝을 던지고 9승을 올렸던 '실적'도 가지고 있다. 함덕주가 개막 로테이션에 들어와 준다면 선발진의 균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함덕주는 통산 311경기 등판 중 선발 30경기, 불펜 281경기에 등판했다. 여기에 55세이브 32홀드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함덕주는 여전히 야구팬들에게 불펜투수의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힘덕주는 올시즌 선발 투수로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 시즌 중 다시 불펜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선발로 활용하기 위해 영입한 함덕주가 올 시즌 어떤 보직으로 잠실 야구장 마운드에 오르는 날이 많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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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LG트윈스 류지현 감독 앤드류 수아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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