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시즌 2004년 이후 15년 만에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롯데 자이언츠는 30대의 성민규 단장을 선임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FA시장에서 안치홍을 영입한 롯데는 내부 FA 전준우를 붙잡았고 트레이드를 통해 장타력이 뛰어난 포수 지시완(개명 전 지성준)을 영입했다. 그 결과 롯데는 코로나19로 짧게 진행된 시범경기에서 5승1패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돌풍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 부임 첫 해 롯데는 10개 구단 중 7위에 머무르며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사실 롯데는 2013년부터 작년까지 8년 동안 단 한 번(2017년) 밖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08~2012년에 찾아온 5년 간의 황금기를 제외하면 롯데는 한화 이글스와 함께 21세기 KBO리그 최약체 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만큼 롯데의 성적은 꾸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성적과 별개로 롯데를 향한 부산 야구팬들의 기대와 자부심은 유난히 강하다. 비록 염종석과 윤학길,전준호,박정태가 활약하던 1992년을 끝으로 28년째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롯데 팬들은 마음을 담아 응원하면 롯데가 분명 성적으로 보답할 거라는 믿음을 품고 있다.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한 롯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결코 무기력한 플레이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투수진] '댄동원'과 광속구 투수, 원투펀치 결합
 
 2021 시즌 롯데 자이언츠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2021 시즌 롯데 자이언츠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15승4패 205탈삼진 평균자책점2.50. 다승3위,평균자책점2위,이닝(194.2이닝) 2위, 탈삼진1위에 빛나는 '댄동원' 댄 스트레일리와의 추억은 1년으로 끝나는 듯 했다. 2020 시즌이 끝난 후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스트레일리를 노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트레일리는 작년 12월 예상을 깨고 총액 170만 달러(연봉 120만+인센티브50만)에 계약하며 롯데의 에이스로 남기로 했다.

롯데는 스트레일리의 파트너로 베네수엘라 출신의 우완 앤더슨 프랑코를 총액 50만 달러에 영입했다. 비록 빅리그 경력은 5경기 5.1이닝에 불과하지만 마이너리그 10년 동안 163경기에 선발 등판했을 정도로 선발 경험이 풍부한 투수다. 연습경기에서 이미 시속 156km의 강속구를 던진 프랑코가 스트레일리와 원투펀치로 활약한다면 롯데는 2015년의 조쉬 린드블럼-브룩스 레일리 이후 최고의 외인듀오를 구성할 수 있다.

계산이 서는 외인 원투펀치를 구축한 롯데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작년 8승10패4.70으로 아쉬움과 희망을 동시에 남긴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2017년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에 작년 시즌 희망을 보여준 이승헌과 만20세(2000년생)의 젊은 나이에 '품절남'이 된 3년 차 사이드암 서준원,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앞세운 선발진의 맏형 노경은이 뒤를 받쳐 준다면 롯데는 견고한 선발진을 꾸릴 수 있다.

2019년까지 프로에서 8년을 활약하는 동안 세이브가 단 한 개도 없었던 김원중이 풀타임 마무리 첫 시즌 5승4패25세이브3.94를 기록한 것은 작년 롯데 마운드 최고의 수확 중 하나였다. 여전히 만으로 27세(1993년생)에 불과한 김원중이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더 안정된 활약을 펼친다면 롯데는 한 동안 뒷문걱정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다(롯데는 2017~2018년의 손승락을 제외하면 2년 연속 25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마무리 투수가 없었다).

작년 20홀드를 기록했던 구승민과 17홀드의 박진형은 올해도 선발투수와 마무리 김원중 사이를 잇는 셋업맨 역할을 맡을 확률이 매우 높다. 2018년 홀드왕 출신의 베테랑 사이드암 오현택도 올해는 불펜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지난 21일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2.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팬들의 기대를 높인 좌완 김진욱도 올 시즌 1군에서 깜짝 활약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형신인이다. 

[타선] 탄탄한 상위타선 속 중견수-포수 약점

작년 4년150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은 이대호는 전 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292 20홈런110타점으로 노익장을 발휘했다. 동갑내기 김태균과 정근우가 백업 멤버로 전락한 채 작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점을 고려하면 이대호의 활약은 대단히 놀라운 수준이다. 하지만 롯데에겐 올해도 여전히 '4번타자 이대호'가 필요하다. 2년26억 원에 두 번째 FA계약을 맺은 이대호가 최소 작년에 버금가는 활약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작년 시즌을 앞두고 2+2년이라는 KBO리그에서는 다소 생소한 형식의 FA계약을 맺었던 안치홍은 작년 124경기에서 타율 .286 8홈런54타점을 기록했다.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3번이나 수상했던 리그 최고의 2루수에게는 다소 아쉬운 활약이었다. 첫 해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안치홍이 남은 2022~2023년에 걸려 있는 31억 원 계약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올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2017~2018년 수준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롯데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주장이었던 민병헌이 뇌동맥류 수술을 받는 비보가 있었다. 민병헌은 작년 주전 중견수로 가장 많은 경기(69경기)에 출전했던 선수로 당장 롯데는 외야 수비의 중심을 잡아줄 새로운 중견수가 필요하다. 작년 시즌을 계기로 타격에 눈을 뜬 정훈이 우선적으로 기회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백업 외야수 김재유와 강로한, 추재현에 대형신인 나승엽까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롯데는 작년 12월 kt 위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유틸리티 내야수 신본기를 떠나 보냈다. 작년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가 139경기에서 주전 유격수로 출전하긴 했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똘똘한 유틸리티 내야수를 육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롯데 팬들은 작년 퓨처스리그 타점왕을 수상한 김민수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고 프로 8년 차 배성근에게 기회가 갈 확률도 적지 않다.

롯데 라인업의 최대 약점이라면 역시 강민호가 떠난 지 3년이 지나도록 마땅한 후임을 찾지 못한 안방마님 자리다. 롯데는 작년에도 김준태와 정보근이 번갈아 가며 마스크를 썼지만 공수에서 아쉬움이 남기며 확실한 주전 포수를 찾지 못했다. 올해는 작년 미성년자 성추행 논란으로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으며 1군에서 단 3경기 출전에 그쳤던 지시완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주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주목할 선수] 롯데 득점력 열쇠 쥔 4년 차 거포 유망주

5년 간의 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대호가 30대 후반을 향해가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은 2018년, 롯데에 이대호를 꼭 닮은 경남고 직계 후배 한동희가 입단했다. 고교 시절부터 강백호(kt)와 함께 일찌감치 '야수 최대어'로 불리던 한동희는 루키 시즌 개막전부터 선발3루수로 출전하며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한동희의 루키 시즌 성적은 타율 .232 4홈런25타점에 불과했다.

한동희는 무릎 연골손상으로 59경기 출전에 그친 2019년 타율 .203 2홈런9타점으로 성적이 더 떨어졌다. 성급한 일부 팬들은 한동희를 일찍 군대에 보내 병역의무를 마치게 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는 한동희의 재능을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작년 롯데의 주전 3루수로 활약한 한동희는 135경기에서 타율 .278 17홈런67타점62득점으로 프로 입단 3년 만에 잠재력을 폭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고교 시절 라이벌이었던 강백호의 3년 차 성적이 타율 .330 23홈런89타점95득점인 것과 비교하면 한동희의 3년 차 시즌이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롯데 구단 역사상 최고의 타자인 이대호의 3년 차 성적은 타율 .243 4홈런13타점8득점이었다. 풀타임 3루수로서의 수비부담까지 고려한다면 한동희는 현재 충분히 기대 이상의 성장속도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과 롯데 팬들은 올 시즌 한동희에게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동희는 작년 .243에 머물렀던 득점권 타율을 조금만 더 끌어 올리면 충분히 중심타선에서 힘이 될 수 있다. 한동희가 중심타선에 포함된다면 전준우,손아섭,안치홍 중 두 명을 테이블 세터로 활용하면서 득점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올 시즌 롯데 득점력 향상의 열쇠를 쥔 선수는 바로 4년 차 거포 한동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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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 안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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