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열린 컬링 미디어데이 및 국제대회 출정식에서 경기도연맹 선수들(왼쪽), 김용빈 대한컬링연맹 회장(가운데), 춘천시청 선수들(오른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컬링 미디어데이 및 국제대회 출정식에서 경기도연맹 선수들(왼쪽), 김용빈 대한컬링연맹 회장(가운데), 춘천시청 선수들(오른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박장식

 
한국 컬링 역사에 길이 남을 이변을 써낸 남자 컬링 대표팀인 경기도컬링경기연맹(스킵 정영석, 리드 이준형, 세컨드 김정민, 서드 박세원, 플레잉코치 서민국) 선수들이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리는 2021 컬링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해 25일 오후 4시 55분 캐나다항공 064편을 이용해 출국했다. 

경기도연맹 선수들은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다. 그나마 정영석, 박세원 선수는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에 출전했던 경험이 있고, 김정민 선수와 서민국 플레잉코치는 강원도청 시절 의성 컵대회 등 컬링투어에 출전했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 무대는 선수들 모두에게 낯선 경험이다.

그간 선수들은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난해까지 강원도청에 몸담았던 서민국 선수를 플레잉코치로 선임해 훈련에 매진했고, 22일에는 미디어데이를 통해 출정식을 열고 세계선수권에 임하는 각오 등을 밝혔다. 

어려운 현실 딛고... 캐나다에서 대이변 노린다

경기도연맹 선수들은 대부분 가시밭길 속을 걸어왔다. 컬링 체험행사의 일일강사 등을 하며 어렵게 운동을 이어온 선수들도 많았고, 어렵게 실업팀에 입단한 선수 중에는 팀의 부진으로 인해 계약 연장을 하지 못해 경기도연맹으로 돌아온 케이스도 있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경기도연맹 선수들은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선수권에 출전해 여러 실업팀을 차례로 꺾고 결승전에선 '디펜딩 챔피언' 경북체육회까지 누르며 국가대표란 타이틀을 따냈다. 선수들은 국가대표로 선발된 후 처음으로 컬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얻었다고 말했다.
 
 컬링 남자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하는 경기도컬링경기연맹 선수들.

컬링 남자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하는 경기도컬링경기연맹 선수들. ⓒ 박장식

 
지난 22일 미디어데이 당시 정영석 스킵은 "우리만의 저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티켓을 거머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세원 선수 역시 "동아리 팀처럼 해오다가 힘들게 국가대표가 되어 감사하게,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성적을 잘 내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국가대표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니, 비실업팀 선수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 체력과 지구력, 전력 분석 등의 문제를 극복하면 세계 대회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가대표가 된 이후 트레이너는 물론 전력분석관까지 함께하여 선수들을 돕고 있다고. 

아쉬운 점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컬링 투어 프로그램 등이 취소된데다, 입출국 절차도 어려워 선수들이 해외 무대에 나서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점이 오히려 선수들에게 이점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선수들 실력이 베일에 싸인 덕분에 상대를 흔들어놓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물론 선수들은 세계 최강의 선수들과 한판 승부를 펼쳐야만 한다. 지난 평창 올림픽에서 포디움을 차지했던 미국의 팀 존 슈스터(당시 금메달), 스웨덴의 팀 니클라스 에딘(당시 은메달), 스위스의 팀 피터 드 크루즈(당시 동메달)를 상대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아시아 최강 수준의 남자 컬링 선수층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버거운 상대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민국 플레잉코치는 "코로나19 탓에 대회 출전이 어려운 시점이라 국내에서만 훈련을 한 점은 아쉽다"면서도 "과거에는 트레이닝을 받지 못했는데, 지금은 국가대표팀 트레이너 분들이 함께 준비해주고 있다. 전력 분석관도 있기에 제공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준비하고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선수들의 목표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티켓을 자력으로 가져오는 것.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6위 안에 입상하면 한국 몫의 베이징 티켓이 나온다. 하지만 선수들은 더욱 높은 꿈을 바라보고 있다. '포디움 진입'이다.

서 플레잉코치는 "최저 목표는 6위이지만, 남자세계선수권 첫 번째 메달도 노리도록 하겠다"라고 목표를 밝혔고, 박세원 선수도 "6등 안에 들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승까지 목표에 두고 있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서 플레잉코치와는 선수로 한솥밥을 먹었던 김정민 선수 역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조율을 잘 해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선수들은 오는 4월 2일부터 11일까지 캐나다에서 본격적인 경기에 나선다. 전통의 강호들을 상대로 감동의 드라마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선수들도 주목하시죠, 그랜드슬램 향하는 춘천시청
 
 4월 14일부터 두 번의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춘천시청 '팀 민지' 선수들.

4월 14일부터 두 번의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춘천시청 '팀 민지' 선수들. ⓒ 박장식

 
국가대표는 아니지만 주목할 만한 팀이 또 있다. 2019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여자 컬링 춘천시청(스킵 김민지, 리드 김수진, 세컨드 김혜린, 서드 하승연, 핍스 양태이)이다. 이번에 국가대표의 자리는 아쉽게 놓쳤지만, 대신 세계선수권 못지않은 중요도를 가진 대회에 초청받아 캐나다로 향한다.

선수들이 나가는 두 대회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챔피언스 컵.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월드 컬링 투어의 세계랭킹에 따라 가장 높은 순번으로부터 12팀을 선발해 초청하고, 챔피언스 컵은 세계선수권, 주니어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를 비롯해, 각 대륙별 선수권 등 여러 권위 있는 투어 대회의 우승 팀을 초청한다.

춘천시청 선수들은 월드 컬링 투어 기준 세계랭킹 11위에 올라 플레이어스에 초청되었고(강릉시청 '팀 김은정' 13위, 경기도청 '팀 김은지' 17위) 이번 시즌은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인해 세계 랭킹을 기준으로 챔피언스 컵 초청팀을 정하기로 한 그랜드슬램의 방침에 따라 챔피언스 컵에도 초청되었다.

두 대회에는 한국에도 익숙할 팀이 대거 초청받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강릉시청 컬링팀을 상대로 명승부를 펼쳤던 일본의 로코 솔라레(스킵 후지사와 사츠키), 평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스웨덴의 팀 안나 하셀보리도 출전한다. 강력한 선수들이 '팀 민지'와 한판승부를 벌이는 셈이다.

22일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이승준 코치는 "아무런 사고 없이, 우리 선수들과 함께 결승전까지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김민지 스킵도 "후회 없이 좋은 성적을 내서 오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양태이 선수는 "지난 그랜드슬램에서는 아쉽게 준우승을 했지만, 올해 열리는 그랜드슬램에서는 우승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는 정교한 샷을 만들 수 있도록 드로우를 훈련했다. 시원한 복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춘천시청 선수들은 오는 4월 14일부터 캐나다 캘거리에서 챔피언스 컵에 나서고, 20일부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나선다. 남자 선수들과 '바통 터치'를 하는 셈이다. 이들이 두 대회에서 선수들이 어느 정도의 호성적을 거둘지도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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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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