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은 최근 가장 큰 인기를 얻는 개그 채널 중 하나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은 최근 가장 큰 인기를 얻는 개그 채널 중 하나다. ⓒ 피식대학

 
tvN <코미디 빅리그>를 제외하고 현재 TV에서 방영 중인 개그 프로그램은 전혀 없다. MBC, SBS, KBS 차례로 폐지의 수순을 밟게 되자 무대를 잃은 개그맨들은 유튜브로 방향을 선회하기에 이른다. 먹방·상황극·취미 생활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는 개인 채널을 비롯해서 아예 규모를 키운 유튜브 전용 개그 프로그램으로 활로를 모색한 결과, 조금씩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KBS와 SBS 출신 개그맨들이 모여 만든 <피식대학>은 어느새 70만 열혈 구독자들을 모으면서 성공사례를 만드는가 하면 개그맨 김대희의 <꼰대희> 또한 과거<개그콘서트>(개콘)의 한 코너인 '대화가 필요해'를 2인극 형태로 부활시켜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SBS 개그맨 한으뜸, 장다운이 주측이 된 <흔한남매>는 초등학생 시청자를 겨냥하며 웃음사냥에 나섰고, 동명의 베스트셀러 서적 제작으로 연결될 만큼 막강한 파급력을 자랑하기에 이른다. 수많은 코미디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유튜브 공간에서 이들은 어떻게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일까. 성공한 캐릭터의 확보, 그리고 세계관 마련이 큰 몫을 담당해줬기 때문으로 보인다.

캐릭터·세계관 극대화로 인기몰이 중인 <피식대학>
 
 태민(샤이니), 데이브레이크 등 유명 연예인도 등장할 만큼 '피식대학'은 유튜브 공간 속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태민(샤이니), 데이브레이크 등 유명 연예인도 등장할 만큼 '피식대학'은 유튜브 공간 속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 피식대학

 
'한사랑산악회', 'B대면데이트', '05학번이즈백' 등 다양한 인기 코너를 배출 중인 <피식대학>은 최근 눈 여겨볼 만한 개그 전문 채널 중 하나다.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 등 3인의 개그맨이 뜻을 모아 시작했지만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TV 개그 프로 못잖은 출연진을 자랑하게 됐다. <피식대학>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확장시킬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확고한 캐릭터들을 통한 세계관의 극대화였다.

일반적인 TV속 개그 코너들은 각자 따로 움직이는 줄거리, 인물 구조를 지녔지만 <피식대학>은 달랐다. 각 코너 속 주인공들이 혈연, 지연 관계 등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설정 속에 이야기를 꾸려나가면서 마치 마블, DC 영화 속 유니버스(세계관)처럼 유기적 구성을 유지해 나간다.

여기서 만들어진 캐릭터는 어느새 기존 TV 매체와 타 유튜브 채널로도 진출할 만큼 뜨거운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김해준이 분한 'B대면데이트'의 카페 사장 최준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개그 캐릭터 중 하나가 되었다. MBC <놀면 뭐하니?>에도 출연하는가 하면 선배 개그우먼 강유미의 유튜브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에도 등장해 각종 경계를 허물며 웃음 만들기에 성공하고 있다. 태민(샤이니), 이원석(데이브레이크) 등 연예인들도 코너 속 초대손님으로 등장할 만큼 어느새 <피식대학>은 개그 프로그램 부럽지 않을 정도의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

'개콘' 개그의 추억 덧붙인 <꼰대희>
 
 개그맨 김대희의 '꼰대희'는 과거 개그콘서트 시절 '대화가 필요해'를 부활시켜 인기를 얻고 있다.

개그맨 김대희의 '꼰대희'는 과거 개그콘서트 시절 '대화가 필요해'를 부활시켜 인기를 얻고 있다. ⓒ 김대희


이른바 '유튜브 알고리즘'의 수혜자로 불리는 <꼰대희> 역시 확고한 캐릭터 마련이 결과적으론 신의 한 수가 됐다. 단순히 개그맨 김대희만을 내세운 개인 채널이었다면 그저 평범한 연예인 유튜버 그 이상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개콘>의 인기 코너 '대화가 필요해' 시절의 아버지 캐릭터를 가져와 <꼰대희>만의 특징을 하나둘씩 마련했다.

동료 선후배 개그맨들이 그와 연결된 친인척인 것처럼 설정하고 벌이는 상황극은 <꼰대희>만의 캐릭터 쇼·세계관을 형성시켰을 뿐만 아니라 과거 <개콘>의 추억까지 소환했다. 

지난 7일 공개된 방영분에선 의외의 초대손님이 등장해 웃음을 안겼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배우 김상중이 출연해 손발 오그라드는 아재개그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웃음포인트를 공략했다.

그리고 각 방영분 말미에 소개되는 '꼰대희 관계도'를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됐다. 그간 등장했던 인물들이 복잡한 가족 관계를 지니고 있음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결국 <꼰대희> 속 모든 구성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나름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음을 납득시킨다.

유명 개그맨 4명이 모였는데, <포메디언> 왜 이래?
 
 김대희, 김준호, 권재관, 박영진 등 4인의 개그맨이 운영중인 '포메디언' 채널

김대희, 김준호, 권재관, 박영진 등 4인의 개그맨이 운영중인 '포메디언' 채널 ⓒ 포메디언

 
반면 유명 개그맨들이 의기투합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김준호, 김대희, 권재관, 박영진 등 <개그콘서트> 주역 4명이 만든 <포메디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SBS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에도 출연해 적극 홍보에 나섰지만 여전히 구독자 수는 1만 명 정도에 머물고 있다.

<포메디언>의 가장 큰 약점은 파편화된 웃음 유발이다. 개별 동영상 내용을 살펴보면 재미난 요소들이 분명 다수 존재하지만 각자 움직이는 느낌이다. 좀비물, 왁싱, 거짓말 탐지기 등 여러가지 도구와 설정을 가져와서 개그를 만드는데, 앞서 소개한 채널만큼 지속적 웃음을 유발시키지 못한다. 여기엔 출연진의 캐릭터 부재가 한몫한다.

치밀한 구성 및 설계에서 형성되는 캐릭터와 세계관 확보는 블록버스터 영화에만 필요한 요소가 아님을 이들 개그 유튜브 채널이 몸소 증명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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