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이 주연배우 중도 교체라는 악재를 극복하고 순조롭게 완주할 수 있을까. <달이 뜨는 강>은 당초 주인공 온달 역으로 캐스팅되었던 배우 지수가 학교 폭력 논란으로 하차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제작진은 지수를 대신하여 <철인왕후> 등 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던 라이징스타 나인우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8일 방송된 7회에는 마침내 나인우가 온달 역으로 첫 등장했다. 지난 5일 캐스팅 확정 소식이 들린 지 불과 사흘만의 첫 출연이었다. 재촬영일정을 고려할 때 지수의 출연분량을 아무리 최소화하거나 통편집한다고 해도 나인우의 투입 시점은 빨라도 9회 정도가 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제작진은 민감한 여론을 감안하여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도 결방이나 편집없이 나인우를 바로 등장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극이 중반부에 진입하는 시점인 만큼 시청자들로서도 갑작스러운 주인공의 교체에 최대한 빨리 적응하고 극에 몰입감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첫 등장이었던 만큼 나인우의 출연분량은 짧았다. 나인우가 연기한 온달은 모친 사씨 부인(황영희)와 대화를 나누며 평강에 대한 그리움을 은근히 드러냈다. 평강의 계부 염득(정은표)이 괴한들에게 끌려갈 위험에 빠지자 무용을 과시하며 구해내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캐스팅되어서 캐릭터를 분석하거나 준비할 시간도 없었을 것을 감안하면 연기력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평가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분명한 것은 나인우가 연기하는 온달이 지수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지수의 온달이 조금 어둡고 반항적인 기운을 풍겼다면 나인우의 온달은 한결 부드럽고 순박해 보였다. 평강이 공주라는 사실을 밝혔음에도 무심해 보이는 사씨에게 "어째 안 놀래요, 모친"이라며 의아해하는 표정이나 평강의 빈 자리를 실감하고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순수한 시골 청년 같은 모습이었다.

염득을 구해내고 친우인 사풍개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는 장면에서는 장난기가 묻어나는 미소가 돋보였다. 큰 위화감없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온달의 캐릭터에 잘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앞으로 선보일 온달의 본격적인 성장기, 그리고 평강 역 김소현과 펼쳐질 로맨스 호흡도 기대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온달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7회의 스토리는 평강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고구려 황실에 본격적으로 입성한 평강은 자신을 부담스러워하는 아버지 평원왕(김법래)과 어린 시절 평강과 헤어져 낯을 가리는 동생 태자 원(박상훈) 곁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여기에 호시탐탐 평강을 견제하는 계루부 고원표(이해영)과 해모용(최유화)의 정치 대결이 이어졌다.

고원표의 아들이면서도 오히려 평강의 조력자로 나서는 고건(이지훈)의 캐릭터도 돋보였다. 평강과 고건은 장백 약초점의 비밀을 찾아 나서고 여기를 통해 공녀들이 몰래 신라로 팔아넘겨지고 있으며 해모용은 신라의 첩자라는 사실이 잇달아 드러난다. 고구려의 공주로서 여인들을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서려던 평강은 숨기고 있던 칼을 들키며 오히려 위기에 빠지는 등, 시종일관 반전을 거듭하는 긴박한 전개가 이어졌다.

변함없는 시청률

주인공 교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인기면에서 <달이 뜨는 강>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7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8.7%(2부)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달이 뜨는 강>은 방영 이후 7회 연속 월화극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방송 초반에는 성공한 전작 <암행어사>의 '후광'과 뚜렷한 경쟁작이 없었던 대진운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 자체의 매력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주연배우의 이미지나 영향력은 곧 드라마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수의 학폭 논란이 터졌을 당시 최악의 경우 드라마 조기종영이나 방송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될 만큼 상황은 위태로웠다.

하지만 <달이 뜨는 강>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새로운 선례를 제시했다. 제작진은 시간을 오래 끌지않고 과감한 배우 교체와 재촬영이라는 결단을 내리며 빠르게 대응했다. 아무래도 스토리와 편집의 연결성에서 어색한 부분도 없지는 않았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몰입도를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한편으로 이는 작품의 완성도를 지키기 위한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협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학폭 논란이 터지기 전까지 사전촬영이 이미 90%가까이 완료되었던 상황에서 스케쥴-급여-일정 등 모든 부분에서 재촬영을 위한 조율이 쉽지 않았다.

이지훈-왕빛나 등 <달이 뜨는 강>에 출연중이던 다수의 주요 배우들이 앞장서서 기꺼이 재촬영에 협조하는 것은 물론 자발적인 '노개런티'까지 선언하는 훈훈한 미담으로 박수를 받았다. 또한 여주인공 김소현은 당차고 씩씩한 평강의 캐릭터를 잘 소화하며 아역의 이미지를 벗어나 어느덧 당당한 성인이자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했음을 보여줬다. 사실상 평강을 중심으로 진행된 6,7회는 김소현이 원톱으로 나서서 이끌어간 회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자들도 제작진의 신속한 대처와 배우들의 열연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물론 아직은 가야할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사전에 촬영해놓은 분량을 최대한 활용한다고 해도 주인공 온달의 비중이 워낙 큰 만큼 다시 새롭게 촬여해야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캐릭터를 준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나인우의 연기력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또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배우나 현장 스태프들의 체력이나 건강 문제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배우들의 희생, 그리고 우려되는 대목

한편으로 일부 배우들의 노개런티 선언은 개인이나 제작사로서는 아름다운 미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를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여러 작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주연급 배우들은 몰라도, 낮은 출연료나 혹한 스케쥴에 허덕이는 조연급 배우-촬영 스태프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주인공의 학폭논란으로 인한 제작 스케쥴 파행과 재촬영은 제작진과 다른 배우들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추가 촬영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요구한다고 해서 잘못된 일이 아니다. 몇몇 배우들의 자발적 희생이 주는 취지가 왜곡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달이 뜨는 강>을 둘러싼 해프닝은, 결국 드라마라는 예술이 많은 이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이루어지는 팀플레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례다. 극중 평강과 온달의 모험담보다도 더 극적이고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달이 뜨는 강>이 끝까지 훈훈한 해피엔딩을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자.
나인우 달이뜨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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