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에서 서울의 빌드업을 이끄는 기성용

후방에서 서울의 빌드업을 이끄는 기성용 ⓒ 노성빈


 
FC서울이 기성용과 나상호의 활약 속에 올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서울은 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1' 2라운드 수원FC와의 홈 개막전에서 3-0의 승리를 거뒀다.

지난주 개막전에서 전북 현대에게 패하며 아쉬움을 남긴 서울은 지난해 9월 13일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에서 2-1 승리를 거둔 이후 5경기 만에 홈에서 승리를 기록했다.

수원FC에 없던 행운... 서울에 있었다

전북과의 개막전에서 서울은 줄곧 운이 따르지 않아 고전했다. 팀의 주장인 기성용이 부상으로 인해 전반 33분 만에 교체아웃 된 것을 시작으로 후반전 실점상황에선 수비수 김원균의 자책골까지 터지는 등 잇단 악재 속에 쓰라린 패배를 맛봐야 했다.

일주일이 흐른 8일 수원FC와 홈 개막전을 치른 서울은 전반 초반 잇단 패스 미스를 시작으로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맞이하는 등 아슬아슬한 경기를 펼쳤지만, 그 때마다 행운의 여신이 서울의 편을 들었다.

전반 20분 동안 세 차례의 실점 위기에서 양한빈 골키퍼의 선방과 골대를 맞고 나오는 행운이 따른 서울은 전반 27분 행운의 선제골을 얻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박주영의 헤더패스를 받은 팔로세비치가 나상호에게 패스를 내줬는데, 그 볼이 수원FC 수비수 정동호의 몸을 맞고 그대로 골로 연결되면서 서울이 리드를 잡게 된 것이다.

이 장면 후 경기는 급격히 반전됐다. 예상치 못한 자책골을 허용한 수원FC는 그대로 기세가 꺾였고 수비진에도 서서히 균열이 생겼다. 이후 팔로세비치, 나상호, 조영욱이 포진한 서울의 2선 자원들이 이를 공략해 나가면서 경기주도권은 서울에 넘어오기 시작했다.

전반 동안 서울에 따르던 행운은 후반전에도 계속 이어졌다. 0-1로 뒤진 채 후반을 맞이한 수원FC는 라인을 올려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며 서울을 위협했다. 그러나 후반 24분 한승규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운이 따르지 않은 수원FC는 후반전 들어 선수들의 체력저하가 겹치면서 점차 공수 간격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서울은 스피드가 뛰어난 나상호와 박정빈을 이용한 역습으로 수원FC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그 결과 나상호가 멀티골을 기록하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서울의 승리 이끈 기성용과 나상호의 활약
 
 7일 오후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수원FC 경기에 나선 기성용 선수.

7일 오후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수원FC 경기에 나선 기성용 선수.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코어만 놓고보면 서울이 완승을 거둔 듯하지만, 내용 측면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서울은 지난 전북전과 동일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지만 수비진에선 매끄럽지 못한 빌드업 전개로 인해 상대에게 패스가 차단되는 등 역으로 실점위기를 맞았다. 공격진 역시 부분 전술에서 잦은 패스 미스와 동료들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한 박자 느린 판단으로 경기의 맥이 끊기는 장면을 자주 노출하기도 했다. 말그대로 아직 조직력이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 난제를 풀어낸 선수는 기성용과 나상호였다. 먼저 기성용은 지난 전북과의 경기에서 허벅지에 불편함을 호소해 전반 33분 만에 교체아웃되며 몸상태에 대한 우려를 자아낸데다 최근 학창시절 성폭행 의혹 등으로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완벽한 상황이 아님에도 중원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장점인 넓은 시야와 안정적인 볼 키핑, 정확한 롱패스, 경기 리딩 능력으로 상대를 위협한 기성용은 후방에서 펼쳐지는 1차 빌드업 과정에서 그 존재가 더욱 돋보였다. 그는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볼을 받은 뒤 한 방에 길게 내주는 패스를 이용해 공격의 활로를 열었는데 이날 윤종규, 오스마르, 양한빈 등이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 미스를 범해 역으로 상대에게 기회를 내줬다는 점을 상기했을 때 기성용의 빌드업은 상대에게 위협이 되기에 충분했다.

또 후반 27분까지 72분간 활약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기성용이 공식 경기에서 70분 이상 소화한 건 뉴캐슬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2019년 8월 노리치 시티와의 경기에서 75분을 소화한 이후 1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나상호 역시 후반전 맹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전엔 동료와의 호흡이 잘 안 맞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그는 후반 4분 상대 배후공간으로 침투해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 추가골이자 서울에서의 데뷔골을 터뜨렸다. 이어 후반 34분에는 수비를 앞에 두고 오른쪽 구석을 노린 슛으로 득점을 성공시켜 멀티골을 작렬했다. 

이날 나상호는 측면에서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을 이용해 상대수비가 체력이 떨어진 틈을 집요하게 공략했으며 결정력 측면에서도 멀티골을 기록하며 장점을 어필했다. 나상호의 멀티골은 서울 공격진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컸다. 지난 시즌 리그 27경기에서 23골을 기록해 최다득점부문 꼴찌를 기록한 서울로서는 나상호의 활약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의 활약이 시즌 내내 이어진다면 서울 공격수들은 부담을 한결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기의 승리를 이끈 기성용과 나상호는 후반 4분 팀의 두 번째 득점을 합작해냈다. 기성용의 넓은 시야와 정확한 롱패스, 나상호의 스피드 등 두 선수의 장점이 고스란히 담긴 득점이었다. 그렇게 두 선수는 한 단계 높은 클래스를 이용해 서울의 올시즌 첫 승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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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1 기성용 나상호 FC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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