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과 후반전 각각 세 번이나 아찔한 동점 상황이 나왔다. 한국 여자 핸드볼 최고의 선수들답게 그야말로 한치의 양보도 없는 빅 게임을 펼친 것이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홈 팀 부산시설공단이 체력을 충분히 비축한 상태였기 때문에 최소한 두 세 골 차 이상으로 어렵지 않게 이길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플레이오프를 거쳐 포스트 시즌 마지막 무대까지 올라온 삼척시청의 뒷심은 놀라웠다. 후반전 10분 9초에 여섯 골 차이가 벌어졌지만 8분 29초만에 두 팀 사이의 점수를 모두 지워버린 것이다.

강재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이 24일(수) 오후 7시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벌어진 2020-2021 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플레이오프 승리 팀 삼척시청을 25-24(전반 13-10) 한 골 차로 이기고 통합 챔피언까지 딱 1승만 남겨놓게 되었다.

류은희 "큰 일 났다 싶었어요"

핸드볼 팬들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챔피언 결정전 첫 게임이었다. 전반전에만 동점 상황이 세 번이 나온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후반전까지 동점 상황이 세 차례나 더 이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한국 여자 핸드볼 최고의 게임에 어울리는 순간들이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 것이다.

상대 팀들과 모두 세 차례씩 맞붙어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부산시설공단은 이 게임까지 기다린 시간이 비교적 길었기 때문에 엎치락뒤치락하는 핸드볼 특유의 게임 감각을 되찾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 셈이었다. 그래도 전반전을 끝낼 때 3골 차(13-10)로 앞섰기 때문에 삼척시청의 반격이 크게 걱정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진짜 핸드볼은 후반전 중반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반전 10분 9초 부산시설공단의 베테랑 레프트백 심해인의 속공 도움을 받은 함지선이 오른쪽 날개 공격을 골로 연결했다. 그 순간 점수판이 20-14 여섯 골 차이로 벌어진 것이다. 이번 게임에서 가장 큰 점수차가 나왔기에 삼척시청 선수들은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수비력 좋은 한미슬의 2분 퇴장 빈 자리가 눈에 띈 것이다.

하지만 2013년 원더풀 삼척 이름으로 뛰던 시절 우승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만들고 싶은 삼척시청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따라붙었다. 부산시설공단의 점수판이 거짓말처럼 20이라는 숫자에 멈춘 8분 29초만에 삼척시청은 믿기 힘든 20-20 동점을 만들어냈다. 전반전 득점 기록 없이 후반전에만 10골을 몰아넣은 이효진이 예상보다 늦었지만 득점 감각을 되찾은 덕분이었다.

삼척시청은 그 뒤로 두 번(19분 46초 21-21 / 21분 21초 22-22)이나 더 동점 순간을 만들어내며 끈질기게 부산시설공단을 괴롭혔다. 비록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 팀 부산시설공단을 딱 한 번(삼척시청 30-24 부산시설공단, 2020년 12월 19일)밖에 이기지 못했지만 해마다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했던 다크 호스 그 모습 그대로였던 것이다.

그래도 부산시설공단은 단 한 번도 역전을 내주지 않고 정규리그 우승 팀의 위용을 끝까지 유지하며 1골 차 승리를 거머쥐었다. 세계적인 라이트백 류은희를 제치고 챔피언 결정 1차전 MVP로 뽑힌 이미경의 후반전 끝무렵 연속골(26분 41초, 27분 56초) 흐름이 그들이 처한 마지막 고비를 넘은 원동력이었다고 볼 수 있다.

종료 직전 고의적인 파울을 저질러 심판으로부터 레드 카드를 받고 쫓겨난 류은희는 게임 종료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삼척시청의 후반전 놀라운 추격에 대해 "큰 일 났다 싶었어요"라는 솔직한 감정을 고백하기도 했다. 1차전은 이렇게 아찔한 1골 차 승리로 끝났지만 이틀 뒤 삼척시민체육관으로 장소를 옮겨 다시 만나야 하기에 1승만 보태면 통합 우승의 꿈을 이룬다고 해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1차전 못지 않게 놓치면 안 될 빅 게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0-2021 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 결과
(24일 오후 7시, 부산 기장체육관)

부산시설공단 25-24(전반전 13-10) 삼척시청

공격 포인트 기록
이미경 7골(슛 성공률 77.8%) 2도움, 류은희 5골(슛 성공률 45.5%) 3도움, 함지선 4골(슛 성공률 100%), 권한나 4골(슛 성공률 66.7%), 정가희 2골(슛 성공률 100%) 1도움, 김수정 1골(슛 성공률 50%) 1도움, 심해인 1골(슛 성공률 20%) 2도움, 김진이 1골(슛 성공률 33.3%) 2도움 - 이상 부산시설공단

이효진 10골(슛 성공률 76.9%) 1도움, 송지은 5골(슛 성공률 83.3%) 3도움, 연수진 3골(슛 성공률 100%), 김윤지 3골(슛 성공률 60%) 1도움, 유현지 1골(슛 성공률 100%) 1도움, 김보은 1골(슛 성공률 50%), 강은서 1골(슛 성공률 33.3%) 2도움, 이재영 1도움, 한미슬 1도움, 박소연 1도움 - 이상 삼척시청

골키퍼 기록
부산시설공단 주희 : 세이브 10개(선방률 30.3%)
삼척시청 박미라 : 세이브 12개(선방률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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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부산시설공단 삼척시청 류은희 이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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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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