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 치르는 빅 게임이었지만 그녀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라붙어 디펜딩 챔피언을 물리치는 놀라운 역사를 만들었다. 모든 스포츠 게임에서 역전승은 특별하지만 이 게임은 핸드볼 코리아리그 역사상 손에 꼽을 만큼 흥미진진한 역전 드라마였다.

오세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광주도시공사 여자핸드볼팀이 19일 오후 2시 30분 충북 청주에 있는 SK 호크스 아레나에서 벌어진 2020-2021 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SK 슈가글라이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9-27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정규리그 2위 삼척시청과 챔피언결정전 진출권을 놓고 겨루게 됐다.

MVP '강경민' 11골 8도움 큰 활약
 
 19일 준플레이오프에서 슛을 던지는 광주도시공사 강경민.

19일 준플레이오프에서 슛을 던지는 광주도시공사 강경민. ⓒ 대한핸드볼협회

 
그녀들의 유니폼에는 팀의 공식 명칭인 광주도시공사가 써 있지만 실제로는 광주시체육회가 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년째 더부살이나 다름없어 코치도 없이 트레이너 1명만 두고 오세일 감독이 팀을 어렵게 이끄는 형편으로, 만년 꼴찌 팀으로 불리던 광주도시공사가 한 시즌 결산을 보는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정규리그 3위 SK 슈가글라이더스가 전반전을 3골 차로 앞선 상태에서 끝냈고 후반전 11분 40초에는 경험 많은 김선화의 7미터 던지기 골로 점수판이 21-16까지 다섯 골이나 벌어졌다. 이 흐름대로라면 광주도시공사는 정규리그 4위 자격으로 준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는 점에 만족하며 물러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녀들의 핸드볼은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놀라운 뒷심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수비가 좋은 한승미가 2분 퇴장으로 SK 슈가글라이더스보다 한 명 적은 숫자였지만 믿음직스러운 골키퍼 손민지의 슈퍼 세이브에 이어 정현희의 속공이 만회골로 들어갔다. 이렇게 차근차근 따라붙은 광주도시공사는 후반전 22분 22초에 에이스 강경민이 유연한 페인팅 동작에 이은 슬라이딩 슛으로 24-24 귀중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사실 이 게임은 정규리그 득점 랭킹 1, 2위가 외나무 다리 대결을 펼치는 흥미로운 자리였다. 고질적인 부상으로 많은 게임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여자핸드볼 에이스 김온아(인천광역시청), 류은희(부산시설공단)의 빈 자리에 우뚝 서 있는 강경민(광주도시공사, 정규리그 득점 1위 206골 69도움)과 유소정(SK 슈가글라이더스, 정규리그 도움 2위 149골 78도움)이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상대로 둘은 이 중요한 게임에서 보기 드문 공격 포인트 경쟁(강경민 11골 8도움, 유소정 11골 6도움)을 펼쳤다. 단 2개의 도움 차이로 강경민이 앞섰는데 실제 게임 결과도 2골 차 짜릿한 역전 드라마가 된 것이다.

후반전 12분이 지날 때까지 SK 슈가글라이더스가 정규리그 3위의 위용을 뽐내며 일방적으로 앞서 있었지만 이 흐름이 뒤집힐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 중요한 키는 광주도시공사 센터백 강경민이 쥐고 있었으며 그녀 뒤에서 피봇 원선필과 골키퍼 손민지의 듬직한 지원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루어졌다. 

광주도시공사의 경험 많은 피봇 플레이어 원선필의 역습 속공 득점으로 25-25를 만든 뒤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SK 슈가글라이더스 박성립 감독이 심판들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거칠게 항의하다가 25분 31초에 레드 카드를 받고 쫓겨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감독의 퇴장 때문에 플레이어 1명이 2분 퇴장을 당해야 했기 때문에 실제로 여기가 진정한 갈림길이 된 셈이다. 

이후 광주도시공사는 강경민-정현희-원선필-서아루 등 핵심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두 골 차 뒤집기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SK 슈가글라이더스는 마지막 1분 동안 따라붙을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에이스 김선화의 빠른 역습 슛 두 개(29분 17초, 29분 28초)가 모두 광주도시공사 골키퍼 손민지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고 말았다.

이렇게 창단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까지 경험할 수 있게 된 광주도시공사는 오는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삼척시민체육관으로 찾아가 정규리그 2위 삼척시청과 맞붙게 됐다.

2020-2021 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준플레이오프 결과
(19일 오후 2시 30분, SK 호크스 아레나, 청주)

광주도시공사 29-27(전반전 12-15) SK 슈가글라이더스
- 광주도시공사 플레이오프 진출!

공격 포인트 기록
강경민 11골(슛 성공률 61.1%) 8도움, 서아루 6골(슛 성공률 66.7%) 3도움, 원선필 4골(슛 성공률 80%) 2도움, 정현희 3골(슛 성공률 75%) 5도움, 한승미 3골(슛 성공률 60%), 김지현 2골(슛 성공률 28.6%) 2도움 - 이상 광주도시공사

유소정 11골(슛 성공률 73.3%) 6도움, 김선화 8골(슛 성공률 72.7%), 이한솔 3골(슛 성공률 100%) 4도움, 김금정 2골(슛 성공률 40%) 3도움, 최수민 2골(슛 성공률 33.3%), 최수지 1골(슛 성공률 100%), 조수연 4도움 - 이상 SK 슈가글라이더스

◇ 골키퍼 기록
손민지 : 세이브 10개(선방률 31.3%) / 우하림 : 세이브 1개(선방률 16.7%) - 이상 광주도시공사
김수연 : 세이브 6개(선방률 26.1%) / 이민지 : 세이브 5개(선방률 29.4%) - 이상 SK 슈가글라이더스

정규리그 1~4위 순위표
1위 부산시설관리공단 39점 19승 1무 1패 609득점 509실점 +100
2위 삼척시청 33점 15승 3무 3패 545득점 466실점 +79
3위 SK 슈가글라이더즈 25점 11승 3무 7패 589득점 568실점 +21
4위 광주도시공사 24점 10승 4무 7패 615득점 583실점 +32

◇ 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 챔피언결정전 일정
플레이오프 ☆ 삼척시청 - 광주도시공사 (2월 21일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삼척시민체육관)

챔피언결정 1차전 ☆ 부산시설공단 - 플레이오프 승리 팀 (2월 24일 수요일 오후 7시, 부산 기장체육관)
챔피언결정 2차전 ☆ 부산시설공단 - 플레이오프 승리 팀 (2월 26일 금요일 오후 7시, 장소 미정)
챔피언결정 3차전 ☆ 부산시설공단 - 플레이오프 승리 팀 (2월 28일 일요일 오후 7시, 장소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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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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