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런온> 배우 신세경 인터뷰 이미지

JTBC 드라마 <런온> 배우 신세경 인터뷰 이미지 ⓒ 나무엑터스

 
"<런온>이 종영하더라도 오미주라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기선겸과 투닥거리며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4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런온> 속 오미주(신세경 분)는 정말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부모 없어도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았다"고 자부하는 그는 많은 시청자들이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신세경은 이러한 오미주를 섬세하고 성숙한 감성으로 표현해냈다. 같은날 서면을 통해 신세경을 만났다. 

<런온>은 사는 세계가 달랐던 주인공들이 만나 성장하고 자신을 가뒀던 틀을 깨고 영향을 주며 서로를 사랑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신세경은 영화 번역가 오미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극 중에서 보호종료아동이었던 오미주는 어려운 환경과 편견 어린 시선 속에서도 단단하게 성장한 인물이다. 여자 번역가라는 이유로 술자리에서 무시하는 교수에게 당당하게 맞받아치는가 하면, "없는 부모 대신 용돈 주겠다"는 기정도(박영규 분) 의원의 무례에도 굴하지 않는다. 이러한 오미주 캐릭터는 그동안 많은 드라마, 영화 콘텐츠에서 그려지는 보호종료아동 캐릭터들의 모습과는 분명 달랐다. 신세경은 오미주를 연기하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으려고 주의했다고 털어놨다.

"우리 드라마에는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늘 가득했다. 항상 뻔하지 않은 방향으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말을 하더라. 주인공의 불우한 성장 배경은 우리가 많이 보아온 드라마 속 설정이지만 미주가 살아가는 방식은 달랐다. 미주는 솔직하고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니까 연기를 하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촬영했다."

혼자서도 단단하고 올곧게 자란 오미주는 오히려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정작 스스로의 상처에는 무감한 기선겸(임시완 분)을 위로한다. <런온>에서 자신의 이름보다 국회의원과 톱배우 부부의 아들, 골프 여제의 동생이라는 꼬리표로 불리는 것에 더 익숙한 기선겸은 오미주보다 더 큰 결핍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신세경은 "오미주가 늘 단단하기만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두 사람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관계라서 좋았다고 말했다.

"언뜻 캐릭터 설명만 들었을 땐 보호종료아동에 아직도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는 오미주가 부족한 것 하나 없어 보이는 기선겸을 위로할 처지가 되나 싶다. 하지만 반창고 하나 사들고 집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오미주보다, 겉으로 보면 가족과 돈 등 다 가진 것처럼 보여도 돌아갈 곳이 없어 공원에서 잡채를 먹는 선겸이 더 안쓰러워 보인다. 아마도 그건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세상이 말하는 잣대에 따라 사람들을 줄 세우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소위 말하는 불우한 과거사가 한 인물이 가진 결핍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 점이 참 좋았다.

물론 미주라고 언제나 살아온 모든 순간에 늘 짱돌처럼 단단하기만 하지 않았을 거다. 어릴 때 생긴 상처가 아직까지 흉이 되어 남아있음을 문득문득 드러내는 미주지만, 그렇게 악으로 깡으로 버텨온 시간들이 자기애를 모르는 선겸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큰 걸음 내디딘 선겸이 또다시 미주가 위태로운 순간에 손을 잡아주고, 기다리겠다고 말해주면 미주는 그로부터 완주해 낼 힘을 얻게 된다. 각자의 결핍으로 인한 마음의 구멍이 서로가 위로를 부어주고 토닥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는 점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JTBC 드라마 <런온> 배우 신세경 인터뷰 이미지

JTBC 드라마 <런온> 배우 신세경 인터뷰 이미지 ⓒ 나무엑터스

 
신세경은 오미주를 '잘못했을 때 바로 사과하는 멋쟁이'라고 표현했다. 살면서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그 자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오미주는 본인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용기가 있는 인물이었다. 신세경은 미주에 대해 "방금 뱉은 모난 말에 대해서도 바로 사과할 줄 아는 멋쟁이다. 물론 배배 꼬아 말할 때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일을 무척 사랑한다는 점도 굉장히 좋다. 무엇보다도 오미주가 추구하는 사랑의 방식이 제일 마음에 든다. 서로를 잘 지켜가면서 사랑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정말 건강하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신세경은 시청자들에게도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또 한 편으로는 현실적인 연애의 단계 단계를 잘 표현해서 그 설렘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하시는 모든 분들이 작은 위로를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바람도 있었다."

극 중에서 오미주는 늘 가짜 총을 가방에 가지고 다닌다. <런온>에서 '가짜'는 굉장히 의미 있는 키워드이기도 했다. 오미주는 자신의 삶을 설명할 때도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졌다. 그게 가짜라도"라고 말하는가 하면, "가짜 총에 의미가 있냐"고 묻는 기선겸에게는 "꼭 진짜만 의미가 있냐. 가짜가 어때서, 그냥 갖고 싶으면 갖는 거지"라고 반문한다. 미주의 말대로, 가짜라도 의미가 있는 경우가 진짜 있을까. 신세경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들을 예로 들었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그런 것(가짜지만 의미있는 것) 같다.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은 아니지만, 세상 곳곳에서 저보다도 더 의미 있는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다. 실재하는 나조차도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로부터 배운 점들이 굉장히 많다. 또한 나 역시도 좋아하는 드라마 속 캐릭터를 끙끙 앓았던 기억이 많다. 한 주를 살아갈 큰 힘을 주고, 방영 기간 내내 커다란 기쁨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이미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꼭 진짜만 의미 있나? 가짜가 뭐 어때서 앓고 싶으면 앓는 거지!"

또한 <런온>에는 "매 순간 극복하지 않아도 돼요", "하기 싫으면 하지 마요" 등 청춘들이 공감할 만한 위로의 대사들이 자주 등장했다. 많은 2030 세대가 <런온>에 열광한 이유 역시 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경 역시 이러한 대사들에 공감할 때가 많았다고. 그는 "'너무 이 악 물고 살지 맙시다. 턱 아프잖아'와 같은 대사들을 주말에 운동하기 귀찮으면 떠올린다. 주말엔 쉬어도 되지 않냐"며 웃었다.
 
 JTBC 드라마 <런온> 배우 신세경 인터뷰 이미지

JTBC 드라마 <런온> 배우 신세경 인터뷰 이미지 ⓒ 나무엑터스

 
한편 신세경은 지난 2018년부터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새로운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벌써 햇수로 3년째. 지난해 9월 구독자수가 100만을 넘겼다는 소식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그는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모두 직접 공부해서 하고 있다고. 바쁜 스케줄로 인해 한 달에 영상 하나를 올리는 정도이지만 팬들은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신세경 채널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그는 "(유튜브 영상 제작이) 크게 어렵게 느껴지진 않는다"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편집이다. 전문가가 아닌지라 시간도 배로 들고, 편집을 할 때마다 보통 일이 아니란 생각을 매번 한다"고 고백했다. 이어 "워낙 특별할 것 없는 콘텐츠이기에 고민도 특별하지 않다. 이번엔 '베이킹 뭐하지?' '밥 뭐해 먹지?' 정도의 소소한 고민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런온>에서는 영화 번역가로 일하는 여성이 직업인으로서 마주해야 하는 현실들을 디테일 하게 묘사했다. 밤을 새며 작업하는 게 익숙한 오미주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갑자기 영화 촬영 현장의 통역을 맡게된 미주가 여러 사람들과 부딪히고 싸우기도 한다. 오미주의 현실은 분명 녹록지 않았지만, 직업인으로서 미주가 이에 맞서는 주체적인 태도는 많은 청춘들이 꿈꾸는 모습이기도 했다. 신세경은 앞으로도 <런온>같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아주 여러 가지 방면의 고민을 한다. 어떤 메시지를 담은 작품인지, 이야기가 재미있고 흥미로운지도 중요하다. 나도 멋져 보이고 싶은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주체적이고 당당한 캐릭터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콘텐츠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천천히 해나가고 싶다. 고착화된 관념에 작별을 고하는 <런온> 같은 작품이라면 완벽하다."
런온 신세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