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해리 케인은 역시 천생연분 단짝이었다. 예상보다 조금 빠르게 발목 부상을 치료하고 돌아온 골잡이 해리 케인이 먼저 골을 터뜨리자 단짝 손흥민도 4분 28초만에 멋진 추가골을 터뜨리고는 활짝 웃었다. 두 선수 덕분에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3게임 연속 패배의 수렁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조제 모리뉴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FC가 한국 시각으로 7일 오후 9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과의 홈 게임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두고 리그 순위표 2계단을 뛰어넘어 7위(36점, 10승 6무 6패)에 올라섰다.

케인과 손흥민, 수렁에 빠진 토트넘 일으켜
 
 하이파이브 나누는 케인과 손흥민

하이파이브 나누는 케인과 손흥민 ⓒ AFP/연합뉴스

 
홈 팀 토트넘 홋스퍼는 지난 달 29일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 FC를 만나 1-3으로 패한 뒤 그 뒤에 이어진 두 게임도 내리 0-1로 아쉽게 패하는 바람에 시즌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시즌 초반 선두까지 올라서서 구단 역사상 60년만에 영광의 우승 트로피를 노린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이 게임 시작 전 토트넘 홋스퍼의 순위표는 9위까지 밀려나 있었다.

그야말로 더 이상 미끄러져서는 안 되는 입장에 놓인 토트넘이었다. 간판 골잡이 해리 케인이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공격 부담은 손흥민에게 그대로 이어졌고 답답한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급기야 모리뉴 감독이 물러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토트넘의 상대 팀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은 현재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상대적 약체였다. 하지만 해리 케인이 선발 멤버로 돌아왔으면서도 전반전에 골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15분과 18분에 해리 케인이 결정적인 왼발 슛으로 골을 노렸지만 골문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말았다. 

이 흐름이 이어지며 후반전 초반에 골을 넣지 못한다면 그들은 더욱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었다. 하프 타임 직후 토트넘 홋스퍼는 손흥민의 놀라운 역습으로 그 걱정을 지워버릴 수 있었다. 후반전 킥 오프 휘슬 소리가 울리고 딱 17초만에 손흥민의 공간 침투가 빛났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정확하게 찔러준 단짝은 역시 해리 케인이었다. 축구 게임에서 천생연분 단짝이 왜 필요한가를 다시 한 번 입증하는 명장면이었다. 

비록 케인의 스루 패스를 받은 손흥민의 왼발 대각선 슛이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골키퍼 샘 존스톤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지만 토트넘 홋스퍼가 즐겨 쓰는 역습 전술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54분에 해리 케인이 듬직한 선취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의 살림꾼 미드필더 호이비에르가 공을 잡고 고개를 드는 순간 해리 케인이 좋은 공간으로 빠져나가며 호이비에르의 오른발 인사이드 패스를 정확히 받아낸 것이다. 그리고는 낮게 깔린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날카롭게 굴려넣었다.

그동안 골 가뭄에 시달린 토트넘 홋스퍼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멋진 작품이었다. 그로부터 4분 28초만에 손흥민이 화답했다. 두 선수가 패스와 골을 직접 주고받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한 선수가 제몫을 다하며 멋진 골을 넣으니 마치 어린 쌍둥이가 시샘하듯 손흥민도 멋진 골을 터뜨린 것이다. 루카스 모우라의 역습 드리블이 놀랍도록 가속도를 붙일 때 옆에서 나란히 라멜라와 손흥민이 스프린트를 시작했고 라멜라가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수비수 둘을 끌어주니 반대쪽 손흥민 앞 공간이 텅 비었다. 축구 게임 역습 전술이 빠른 드리블러만 준비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프 더 볼 움직임은 물론 동료들의 교차 침투 역할 나누기까지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골 장면이었다. 

루카스 모우라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기다렸다는 듯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차 넣어 직전에 먼저 골을 넣은 해리 케인은 물론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도미닉 칼버트-르윈(에버턴)과 나란히 13골로 프리미어리그 득점 랭킹 공동 2위 자리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현재 득점 랭킹 1위는 리버풀 FC의 모하메드 살라(15골)다.

이렇게 7위까지 올라 6위 에버턴과의 승점 차이를 1점으로 좁힌 토트넘 홋스퍼는 오는 11일(목) 오전 5시 15분 구디슨 파크로 찾아가서 에버턴 FC와 잉글리시 FA(축구협회)컵 16강 어웨이 게임을 뛰며, 그 사흘 뒤에는 프리미어리그 선두에 올라 있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정규리그 어웨이 게임에 나서야 한다.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결과(7일 오후 9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 런던)

토트넘 홋스퍼 2-0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득점 : 해리 케인(54분,도움-호이비에르), 손흥민(58분,도움-루카스 모우라)]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현재 순위표
1 맨체스터 시티 21게임 47점 14승 5무 2패 39득점 13실점 +26
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3게임 45점 13승 6무 4패 49득점 30실점 +19
3 레스터 시티 22게임 42점 13승 3무 6패 39득점 25실점 +14
4 리버풀 FC 22게임 40점 11승 7무 4패 43득점 25실점 +18
5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23게임 39점 11승 6무 6패 34득점 28실점 +6
6 에버턴 FC 21게임 37점 11승 4무 6패 34득점 28실점 +6
7 토트넘 홋스퍼 22게임 36점 10승 6무 6패 36득점 22실점 +14
8 첼시 FC 22게임 36점 10승 6무 6패 36득점 23실점 +13
9 아스톤 빌라 21게임 35점 11승 2무 8패 36득점 24실점 +12
10 아스널 FC 23게임 31점 9승 4무 10패 27득점 23실점 +4
11 리즈 유나이티드 21게임 29점 9승 2무 10패 36득점 38실점 -2
12 사우샘프턴 22게임 29점 8승 5무 9패 29득점 37실점 -8
13 크리스탈 팰리스 22게임 29점 8승 5무 9패 27득점 37실점 -10
14 울버햄튼 원더러스 22게임 26점 7승 5무 10패 23득점 31실점 -8
15 브라이튼&호브 알비온 23게임 25점 5승 10무 8패 25득점 30실점 -5
16 뉴캐슬 유나이티드 23게임 25점 7승 4무 12패 25득점 38실점 -13
17 번리 FC 22게임 23점 6승 5무 11패 14득점 29실점 -15
18 풀럼 FC 22게임 15점 2승 9무 11패 17득점 31실점 -14
19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23게임 12점 2승 6무 15패 18득점 54실점 -36
20 셰필드 유나이티드 22게임 11점 3승 2무 17패 14득점 35실점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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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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