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경이로운 소문> 배우 조병규 인터뷰 사진

ⓒ HB엔터테인먼트


"연기라는 걸 처음 시작하면서 단 한순간도 남들보다 재능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주인공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해봤다." 

지난 1월 24일 종영한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을 본 시청자라면 아마 공감하기 어려운 말일지도 모르겠다. 눈을 뗄 수 없는 고난이도 액션 연기부터 섬세한 감정 신까지,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작품에서 조병규는 그야말로 날아다녔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는 그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배우 조병규를 만났다. 

<경이로운 소문>은 최종회 시청률 1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달성하며 대장정을 마쳤다. OCN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OCN 최초로 '마의 10%'를 넘긴 대기록이다. 조병규는 "촬영 시작하기 전에는 '과정이 중요하다, 결과가 어떻든 우리 연연하지 말고 촬영에 더 집중하자'고 (배우, 스태프들과) 얘기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다들 시청률 걱정이 많았던 것 같다.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게 돼서 촬영할 때 정말 힘도 들지 않았고 행복하기만 했다.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명의 웹툰을 각색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아래 <경소문>)은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선량한 사람들의 영혼을 노리는 악귀들에 맞서 세상을 지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조병규는 우연한 계기로 카운터가 됐지만 점점 경이로운 카운터로 성장해가는 소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경소문>은 저한테 굉장히 유의미한 작품이었다. 제가 배우 일을 하면서 분명 넘어지거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을 텐데,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동력이 될 만한 작품인 것 같다. 무엇보다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배우 일을 하면서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 생긴 것 같아서 기분 좋다."
 
소문은 7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부모님 두 분을 잃었고 그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를 쓸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순한 얼굴로 웃는 소문에게는 아픈 과거의 그늘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겐 착한 손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무리들에게도 당당하게 맞선다. 조병규는 소문의 이러한 밝고 올바른 면을 그대로 이해하고 연기하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저는 소문의 성격이 '판타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소문은 사회적 약자인데 (학교) 세계에 군림하고 있는 강자에 맞서서 약자를 대변한다. 정의롭게 행동하는 소문의 모습에 저는 회의적이었다. 현실에선 그러기 어렵고 그래서 판타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그 과정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 부분에 심혈을 많이 기울였다."

"어려운 캐릭터"라고 말했지만 조병규는 소문의 다양한 면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고민하면서 배역을 완성해나갔다. <경소문>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많은 팬들이 '소문' 캐릭터에 열광한 데는 조병규의 힘이 컸다. 그는 무엇보다 소문의 성장이 일차원적이지 않아 보이는 게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소문이가 '경이로운 소문'이 되기까지의 성장이 일차원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감정적인 조절이 힘든 미성숙한 소년에서 카운터로서 의연하게 커가는 과정마다 연기 톤이나 디테일을 많이 고민했다. 최대한 섬세하게 작업하려고 했다. 어떤 부분은 소년스럽게, 어떤 부분에서는 아픈 트라우마 과거를 이겨낸 단단함을 표현하려고 했다. 소문에겐 아픈 과거가 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는 초연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과제를 수행하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연기한 순간이 더 많았다."

드라마 말미에 소문은 결국 악귀 지청신(이홍내 분)을 응징하고 그에게 잡아먹힌 어머니, 아버지 영혼을 구해낸다. 소문이 그토록 바랐던 부모님과의 재회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만들기도 했다. 조병규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신"이라면서도 "기억에 많이 남는 장면"이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그 장면으로 가기까지 소문이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부모님을 만났을 때 소문은 이미 많은 성장을 한 이후였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1회에서의 유약하고 천진난만했던 모습 이상으로 어려진다.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인간 조병규에게도 마음의 울림을 준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연기할 때 객관적인 시선을 가져야 한다면서 스스로를 다그쳤던 기억이 난다. 어려운 마음으로 현장에 갔고, 많은 스태프분들 배우분들이 모두 그 장면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고 도와주셨던 선배님들 덕분에 그 장면을 잘 찍을 수 있었다."
 
 OCN <경이로운 소문> 배우 조병규 인터뷰 사진

ⓒ HB엔터테인먼트

 
지난 2015년 KBS 2TV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로 데뷔한 조병규는 이후 6년 동안 단역,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70여 편의 작품을 소화했다.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다져진 연기는 <경소문>에서 제대로 빛을 발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쉴 새 없이 달려온 조병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촬영은 굉장히 많은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동반되는 작업이다. 그러면서 주변에 계신 분들이 노파심에 '쉬는 게 어떠냐'는 말씀도 많이 해주신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쉰다고 해서 체력적, 정신적으로 충전이 되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일하면서 기적처럼 에너지가 충전될 때가 있다. 저도 생각지 못한 연기가 나오거나 동료 선·후배분들, 스태프들과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낼 때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그런 에너지를 얻으면 다음 작품으로 나아갈 힘으로 연결이 된다.

어떤 순간부터 인간 조병규의 삶이 없어진 것 같아서 우울하고 (스스로)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스토브리그> 종영 인터뷰 때도 그런 얘기를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인간 조병규와 배우 조병규가 같이 걸어나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카메라 밖의 조병규도 배우 조병규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몇 안 되는 친구들과 작품 얘기하고 실없는 얘기도 하면서 휴식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활력을 얻을 수 있어서 지금 내겐 유의미한 시간인 것 같다."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2019년 종영한 JTBC < SKY 캐슬 >은 특히 조병규의 배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다. 반항기 넘치는 고등학생 차기준 역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조병규는 이듬해 <스토브리그>에 이어 <경소문>까지 3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방송가 블루칩으로 급부상했다.

조병규는 "제가 뛰어나서 좋은 작품들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다"며 "요행에서 온 결과"라고 자신을 낮췄다. 이어 "대본도 좋았고 작품을 이끌어주신 선배님들, 동료 배우분들, 스태프분들이 모두 다 좋아서 가능한 흥행이었다"며 "흥행이 저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작품 흥행을 연이어 겪으면서) 오히려 부담을 덜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대본에 의지하고 그렇게 작품에 임하는 뿌리가 생긴 것 같다"고 자신했다.

<경소문>을 통해 조병규는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올해 상반기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손꼽히게 됐지만 여전히 스스로에겐 박한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박할 수밖에 없다. 배우 일을 끝낼 때가 올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계속 박하게 평가할 것 같다. 그래야 제가 연기에 더 많이 투자하고 좋은 배우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연기라는 걸 처음 시작하면서 단 한순간도 남들보다 재능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인복이 많았고, 기회를 주신 분들이 많았던 덕분인 것 같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남들보다 잘하는 점이 없다고 생각해서 어렸을 때 열등감, 시기, 질투같은 부정적인 키워드에 집중하면서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저 스스로 채찍질하고 궁지로 몰면서 연기에 더 몰두했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조병규 경이로운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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