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네가 아무리 뭐라 해도 우리 회사 정년 보장되고요, 수신료는 전기요금에 포함돼서 꼬박꼬박 내야 되고요. 평균 연봉 1억이고 성과급 같은 거 없어서 직원 절반은 매년 1억 이상 받고 있어요... 제발 밖에서 우리 직원들 욕하지 마시고 능력되시고 기회 되시면 우리 사우님되세요."

지난달 31일 어느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 글이다. 최근 KBS가 '수신료 인상안'을 확정한 가운데(관련 기사 : <수신료 인상에 화 난 시청자, KBS는 진짜 이유 모르나 http://omn.kr/1rvyh>), KBS 직원들의 고액 연봉이 논란이 되자 해당 커뮤니티에 KBS 직원임을 인증한 것으로 알려진 어느 사용자가 "우리 회사 가지고 불만들이 많네..."라는 제목의 해당 글을 게시한 것이다.

1일 오전 이 같은 조롱 섞인 게시 글이 기사화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KBS가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같은 날 오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해당 입장문에서 KBS는 "KBS 구성원의 상식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내용의 글이 게시돼 이를 읽는 분들에게 불쾌감을 드린 점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대단히 유감스럽고 송구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임금체계 개선과 직무재설계 등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경영을 효율화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KBS의 신속함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수신료 인상안'과 관련해 "KBS 직원 60%가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고, 억대 연봉자 가운데 73.8%인 2053명은 무보직"이라고 지적하자, 이틀 후인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런데 이 해명은 살짝 핵심을 비켜가고 있었다. 왜 그런지 보자.

연달아 해명 나선 KBS
 
 KBS

KBS ⓒ KBS 제공

 
"직원 중 실제 1억 원 이상 연봉자는 2020년도 연간 급여대장 기준으로 46.4%다. 이 비율은 2018년 51.7%에서 꾸준한 감소 추세에 있다."

KBS에 따르면, 회사 내 1억 원 이상 연봉자 비율은 2018년 51.7%, 2019년 48.8%, 2020년 46.4%로 매년 줄었다고 한다. 이런 KBS의 해명에 '46.4%나 60%나 큰 차이가 없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KBS가 논란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구구절절 변명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고액 연봉과 관련해 이어진 KBS의 해명을 요약하면 대략 이 정도다.

▲ 1986년 아시안 게임 이후 1990년대 중후반까지 대규모로 채용한 인력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 최근 수년 간 신입사원 채용을 최소한으로 억제, 2020년 12월 기준 평균연령은 만 45.9세,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8.5년으로 높은 편이다 ▲ 향후 5년 간 고연봉자 908명이 퇴직하고, 최근 3년간 임금인상률은 평균 약 0.6%로 유지 중이며, 2020년은 임금을 동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KBS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방송 미디어 직종 연봉은 다른 업종에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향후 평균 연봉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근속 연수가 긴 고연봉자들이 정년 등으로 대거 퇴직하고 대신 적정 규모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경우 향후 직원 평균 연봉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또 '1억 원 이상 연봉자 중 무보직자가 2053명'이란 김웅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KBS는 "2020년 무보직자는 1500여 명 수준으로 김웅 의원 주장보다도 500여 명 이상 적으며 향후 인력구조 조정 이후 일부 신입사원이 충원되면 인원과 비율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무보직자라 할지라도 국장, 부장 등의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을 뿐이지 모두가 방송제작 등 현업 일선에서 실무인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다. 해당 기사에 달린 포털 댓글만 해도 "60% 아니라 46.4%라는 말에 웃음이 나온다"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 두 개를 소개하자면 이러하다.

'SBS와 MBC야 명목상 사기업이라고 해도... 방송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해도... KBS가 공영방송을 내세우면서 국민의 정서와 괴리감 생기는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적자운영을 내세우면서 수신료 인상을 얘기하다니...'

'이 나라에 연봉 1억이 넘는 비율이 그 정도인 회사가 어디 있니? 그러고도 시청료를 올리자구? 염치라곤 눈꼽 만큼도 없는 적폐덩어리들.'


핀트가 어긋난 해명들

향후 5년 간 고연봉자 908명이 퇴직할 것이며, 고액의 평균 연봉이 신입 충원으로 낮아질 것이란 KBS의 해결책 또한 질타를 받을 만했다. 그 기간 동안 고연봉자들이 구체적으로 그 '밥값'을 하는지, 그 5년 간 급속도로 변화할 방송/미디어 플랫폼 시장에 대처할 또렷한 대안은 있는지, 또 매년 입사하는 신입 직원의 충원이 고액 평균 연봉을 낮추는 실질적 방안으로 꼽힐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었다.

사실 KBS 고액 연봉자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적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었다. 그 지적은 비단 고액 연봉자 비율이나 무보직자 수에 대한 단순 수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KBS는 "1500여 명 수준의 무보직자들도 현장 실무인력으로 근무 중"이라며 아래와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실로 의아할 수밖에 없는 숫자 놀음이요, 현실성이 떨어지는 극단적인 해결 방안이었다.

"특히 2020년 1월 직급체계 개편을 통해 과거 최상위직급인 관리직급과 1직급을 전면 폐지함으로써 상위직급자의 보수 수준을 크게 억제하고 조직의 슬림화를 추진했다. 실제로 해당 직급 인원은 2015년 337명에서 2020년 209명으로 감소했으며 앞으로도 해가 갈수록 더욱 줄어들다가 종국에는 그 숫자가 제로(0)가 될 것."

사실 많은 시청자들은 KBS의 조직 체계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저 KBS가 내가 내는 '수신료의 가치'를 얼마나 충족시키는지, 그에 걸맞은 혹은 내가 바라는 공영성을 얼마나 지켜내는지에만 관심이 있을 것이다. 핵심은 이거다. 전기요금에서 KBS 수신료를 강제 징수 당하는 시청자들은 KBS의 그런 고액연봉자들이 방송의 '퀄리티(질)'를 높이는데 얼마나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가가 궁금한 것이다.

퀄리티와 신뢰감 

물론 KBS에서는 여전히 주목할 만한, 공공성을 환기시키는 프로그램들이 다수 제작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문제의식과 감각적인 연출이 공존하는 방송들이 KBS의 '간판'을 차지하고 있느냐가 관건일 터.

2021년의 시청자들은 지금 과연 "이 프로그램은 여러분의 수신료로 만들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부끄럽지 않은 방송이 KBS에 풍족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시청자들은 공영방송 KBS로부터 그러한 효능감을 느끼고 있을까.

시사교양이든, 드라마나 예능이든 장르와 관계없이 말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은 케이블이나 종편으로 충분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왕이면 공영성을 지키면서 여타 상업적인 방송이 하지 못하는 걸 KBS가 충족시켜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일이 어디 말처럼 그리 쉽겠는가. 내부 구성원들의 부단하고 고단한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고, 이를 이끌 소위 '윗선'의 의지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또 그런 요구의 방향이 시청층에 따라 다를 순 있다. 누구는 '가족채널'로서의 방향을, 또 누구는 노년층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을, 또 누구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요구하거나 재난방송 주관사로서의 역할을 강조할 순 있다.

하지만 결론은 '퀄리티'로 수렴된다. 또 KBS가 시청자들에게 전반적으로 신뢰감을 줬는지 여부가 핵심일 것이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K-드라마, K-컬쳐의 전 세계적 인기와 그에 걸맞은 완성도는 절대 창작자들 및 공급자들이 스스로 만든 결과가 아니다. 수준 높은 시청자와 관객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들 수용자의 눈높이와 요구에 맞추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현재라는 얘기다. KBS의 공영성도, '퀄리티'도 마찬가지 문제다.

시청자들은 이제 영국 BBC 수준의 결과물을, 중립성을 요구하는 중이다. 하지만 매일의 방송에 치이거나 수 년 째 광고 수주나 전체 예산의 하락을 핑계대온 KBS가 그러한 요구에 부응했는지, 부응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작금의 현실이 딱 그렇다. 시청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공영방송이 방만한 조직과 경영으로 인해 적자 타령을 거듭하고, 결과적으로 '수신료 인상'만이 타개책이라고 외치는 중이다.
KBS 수신료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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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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