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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13일,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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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원인으로 '주택임대사업자 특혜'가 많이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2부동산대책을 통해 다주택자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게 해줌으로써 양도세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그리고 12월 13일에 발표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에서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시 주어지던 각종 세금 특혜를 유지‧확대하면서 건강보험료 증가분 최대 80% 감면이라는 혜택을 추가로 제공했다. 이 글은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여러 가지 특혜 중에 이 건보료 감면 특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건보료 고시 어겼다

주택임대사업자 건보료 특혜는 국회 질의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 다음은 지난해 7월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질의했던 내용이다.
 
이용호 : (영상자료를 보며) 보험료 경감고시 2조에 보면 보험료 경감은 어떤 경우에도 50%를 넘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되어 있잖아요. 그렇지요?
박능후 : 예.
이용호 : 지금 볼 때 요즘에 아주 비상 상황에서 우리가… 다음 장으로 넘겨 보세요. 경감은 50%를 넘지 않도록 되어 있어요. 심지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취약계층, 특별재난지역 주민, 세월호 피해주민, 개성공단 근로자, 65세 이상 노인세대, 이 모든 사람한테도 50%를 안 넘게 되어 있단 말이에요. 임대사업자한테 80%를 준다, 이것 국민들이 납득하겠습니까? 이것 어떻게 하시겠어요?
박능후 : 그 제도 시행 당시에 부처 간에 상당히 격론이 있었습니다. 저희들도...
이용호 : 그래서 최근에 국토부 여기서도 그동안 했던 게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 임대사업 소득자들에게 주는 혜택이 너무 많았다라고 해서 요즘에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인데요. 복지부도 이것 취소하십시오. 아시겠어요?
박능후 : 아마 법적인 안정성 때문에 그 이전의 것을 취소하기는 좀 힘듭니다.
이용호 : 법적인 안정성의 문제가 아니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 우리 국민들한테는 집값을 잡는다고 약속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가 얘기하는 것은 임대사업 소득자들에 대한 약속만 중요하다? 나머지 사람들한테의 약속은 안 중요합니까? 그분들을 위해서 이것 취소하십시오. 그리고 임대사업 소득자들 그동안에 돈 많이 벌었어요. 이것 안 줘도 부동산 50%, 2배 가까이가 올랐어요. 그래서 다 세금 걷어도 넘치고 남습니다.
 
질의와 대답만으로도 내용이 충분히 설명된다. 이용호 의원이 영상자료로 보여준 '보험료 경감고시' 제2조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2조(보험료 경감 적용방법) ① 보험료 경감액(「농어촌주민의 보건복지증진을 위한 특별법」제27조에 따른 농어업인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포함한다)은 가입자 또는 세대별 보험료액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넘지 아니한다. 다만, 육아휴직자에 대하여 제8조 단서에 따라 경감하는 경우에는 100분의 50을 넘는 금액을 경감할 수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해 9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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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의원의 지적처럼, 장기임대 등록시 건강보험료를 80%까지 감면하는 혜택은 보험료 경감고시 제2조와 충돌한다. 그리고 이 혜택은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다른 어떤 소득도 그동안 숨어 있던 새로운 소득이 노출된다고 해서 건보료 증가분을 획기적으로 감면해 주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주택임대사업자에게 기존 고시에도 없는 막대한 특혜를 챙겨준 것이다. 그것도 출범 당시 '촛불 정부'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가 이런 정책을 세입자 주거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당당하게 시행했다. 사실은 임기 초에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면서 세금 특혜를 제공한 것부터가 잘못된 출발이었다. 

지난 몇 년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제도는 다주택자들의 세금 회피처가 되고 주택 사재기 수단이 되었다.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어도 세금 부담이 없고 임대소득에 대한 건보료 부담마저 미미한 수준이니 당연히 투기 바람이 불었다. 그 결과는 시중의 매물 잠김과 집값 폭등이었다.
 
세월호 참사 때도, 개성공단 피해자에게도, 특별재난지역에도 이 정도 아니었다

그러면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40~80%의 건보료 감면 혜택을 다른 건보료 경감 대상자와 비교해 보자. 우선 국민건강보험법 제75조를 보면 국민건강보험료 경감 대상자가 될 수 있는 경우가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나열되어 있다.
 
제75조(보험료의 경감 등)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가입자 중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가입자에 대하여는 그 가입자 또는 그 가입자가 속한 세대의 보험료의 일부를 경감할 수 있다.
1. 섬ㆍ벽지(僻地)ㆍ농어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
2. 65세 이상인 사람
3.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한 장애인
4.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제1항제4호, 제6호, 제12호, 제15호 및 제17호에 따른 국가유공자
5. 휴직자
6. 그 밖에 생활이 어렵거나 천재지변 등의 사유로 보험료를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사람

국민건강보험법 제75조는 농어촌 거주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가입자 등 특수한 경우에만 건보료를 깎아준다고 규정한다. 관련 고시와 사례를 살펴보면 실제로도 그렇다. 천재지변을 당했거나 불가피한 외적 상황에 의한 소득 상실이 명백한 경우에도 건보료 경감 기간은 길어야 6개월이었고 경감률은 50%를 넘지 않았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2014년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피해 주민들은 2014년 4월에서 9월까지 건보료를 30~50% 감면받았다. 감면 조치는 세월호 승선자로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만 적용되었다.

또 2016년 정치·군사적인 이유로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졸지에 실직 상태가 된 개성공단 근로자 등에게는 2월부터 7월까지 건보료가 50% 경감되었다. 2020년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 지역 주민들은 어떨까? 대구에 거주하는 지역가입자 중 보험료가 일정 금액 미만인 가입자에 한해 3개월간 최대 50% 감면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8월 사상 유례없는 수해가 발생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구례군의 경우를 보자. 폭우 때 어미소가 55km나 떠내려갔다가 극적으로 살아났다는 뉴스의 진원지가 바로 구례군이다. 집이 물에 잠기고 가축이 죽어 나가는 등 피해는 실로 심각했지만, 구례군의 피해 주민들은 "피해 정도에 따라" 건보료의 30~50%를 경감 받았다. 기본은 3개월 경감이었고, 인적 피해와 물적 피해가 동시에 발생한 경우는 6개월까지 경감 받았다.
 
그런데 주택임대사업자는 단기임대(4년) 등록시 건보료 증가분의 40%를, 그리고 장기임대(8년) 등록시 건보료 증가분의 80%를 감면받는다. 세월호 피해자들도, 수해 피해자들도, 코로나 취약계층도 누리지 못한 특혜가 이들에게 주어진다. 주택임대사업자가 나라를 구한 것이 아닌 이상, 보험료 경감 고시까지 어겨 가면서 이처럼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용호 의원의 계산에 따르면 52만 명에 달하는 주택임대사업자(다주택자)에게 할인해준 보험료가 2019년 기준 월 5631만원에 달한다.
 
무책임한 보건복지부 장관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오른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18년 11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20일, 당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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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52만 명의 보험료는 누가 내고 있을까? 무주택자를 포함한 5000만 국민이 내고 있다. 한국에는 불평등한 법과 제도와 관행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것만큼 사회 정의에 역행하는 제도가 또 있을까 싶다.
 
지난해 7월 15일 이용호 의원의 질의가 끝난 후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가 다시 이어졌다. 강 의원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건보료 감면은 불공정하다고 따졌다. 
 
강병원 :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하면 취득세가 감면되고요, 재산세가 감면되고요,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 법인세가 또 감면됩니다. 또 이분들이 갖고 있는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에서 합산이 배제가 됩니다. 또 이분들이 4년·8년 후에 이 주택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줍니다. 그런데 게다가 건강보험료까지 80% 감면해 주겠다고 하는 거고, 그중에서 투기하시는 분도 많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분들을 위해서 우리 5000만 국민들은 건강보험료 내 가지고 그분들 의료비까지 다 챙겨 주고 있는 거예요. 너무 과한 것 아닙니까? 왜 그 결정 할 당시에 보건복지부장관은 그걸 용인했느냐 이겁니다. 어떤 논리로 어떻게 해서 장관님은 그걸 수용하게 됐습니까?
박능후 : 제가 조금 전에 설명을 드렸는데 아마 정부 전체의 정책에서는 우선순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당시로서는 부동산정책이 강력한 우선순위에 있었고, 그래서 은닉되어 있거나 숨어 있는 임대사업자들을 다 드러내게 하는, 그것을 통해서 부동산을 좀 더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그런 어떤 국토교통부의 판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쪽으로 임대사업을 활성화한다 하는 측면으로 정책을 만들었고 그것이 부동산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그런 논리를 가지고 각 부처와 협의를 했습니다.
강병원 : 지금 판단해 보시니까 그 판단이 옳았습니까, 아니면 틀렸습니까?
박능후 : 그다지 효과적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중략)
강병원 : 작년 한 해 건보료 적자가 3조 6000억입니다. 아실 겁니다. 이렇게 적자 나는 상황에서 52만 명의 임대사업자를 나머지 5000만 국민들이 다 내고 있다라는 것, 어느 국민이 이 사실을 알면 납득하겠습니까? 장관으로서 책임지고 결자해지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박능후 : 제 이야기가 정말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마는 저희들은 처음부터 그것에 대해 반대했던 입장이고 지금이라도 그게 법적 안정성을 해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그 조항을 적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박능후 전 장관은 보건복지부가 주택임대사업자 건보료 혜택에 대해 처음부터 반대 입장이었다고, 그 혜택을 폐지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폐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장관직을 떠났다. 그는 무책임했다.

누구 작품인가? 국민은 알아야겠다
 
그러나 복지부만 물고 늘어질 일은 아니다. 주택임대사업자에게만 최대 8년간 건보료 80% 감면이라는 특혜를 주게 된 과정을 더 철저히 밝혀야 한다. 이토록 불공평하고 부작용 많은 정책을 누가 처음 제안했고 누가 결정했을까? 보건복지부가 반대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누가 어떤 이유에서 주택임대사업자 건보료 감면을 밀어붙였을까?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이었던 김수현? 경제부총리였던 김동연? 아니면 국토부의 김현미 장관이었을까? 국토부·복지부·기재부 등 관련 부처의 고위 공무원들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공무원들 가운데 자신이나 존비속이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특혜를 누린 사람은 없을까? 국민에게는 알 권리가 있다.
 
나중에 집값이 폭등하고 여론이 나빠지자 문재인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를 찔끔찔끔 축소하기 시작했다. 특혜 축소는 조정지역 대상 신규 등록자에 한해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그런데 이때도 건보료 특혜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 정책을 입안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 추궁도 전혀 없었다.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전례 없는 특혜를 부여해 집값 폭등이라는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켰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 공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실감한다.
 
다시 묻는다. 누가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비정상적인 특혜를 주는 정책을 입안했는가? 필요하다면 감사와 수사 등의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정책 결정 과정을 밝히고, 책임자를 찾아내 문책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부당한 특혜는 당연히 되돌려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더불어삶 홈페이지(http://www.livewithall.org)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더불어삶은 노동·주거·재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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