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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거치며 배달은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왔다. 급할 때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아이들의 식사도 해결해 준다. 지난해 음식배달 시장이 역성장했다고 하지만 시장 규모는 여전히 연간 26조 4000억 원. 최근 배달앱 운영사들은 '무료배달' 경쟁에 돌입했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또는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의 배달비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저마다 약속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잠시나마 솔깃한 일이다.

그러면 배달노동자(라이더)의 입장은 어떨까? 배달노동자들은 지금 어떻게 일하며 생활하고 있을까? 지난 4월 27일, 합정역 부근에서 시민단체 더불어삶 회원들이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을 만나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봤다.(이하는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압축 요약한 것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 구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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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더불어삶) 그제 라이더대행진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잘 하셨나요? 분위기는 어땠나요?
A(라이더유니온) 네, 라이더대행진은 올해로 7번째였어요. 올해는 4월 28일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에 맞춰서 라이더 안전을 요구했고요. 이번에 참가자가 250여명으로, 예년에 비해 많이 늘었습니다. 비조합원 라이더들도 40명 정도 함께해 주셨고요. 유튜브로 집회 생중계를 했는데 조회수가 5만까지 나왔어요. 원래는 라이더유니온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던 분들도 요즘에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지지하는 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Q. 분위기가 달라진 이유는 뭘까요?
A. 그만큼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불만이 많이 쌓인 거라고 봅니다. 코로나 시기에 배달노동을 시작했다가 계속하고 있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이게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그분들이 보기에는 지금 플랫폼 기업들이 라이더 운임이나 할증요금 같은 부분들에서 '갑질'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임의적이고 일방적인 조치들이 많다는 거죠.

이를테면 기상할증이라는 게 있어요. 2018년도에 라이더 폭염수당에 대한 요구가 처음 나왔거든요. 마찬가지로 혹한이나 우천 등 기상 악조건 상황에서 회사가 라이더에게 조금 더 보상해야 된다는 취지에서 노조가 요구해서 단체협약으로 약속을 받아냈어요. 단건배달은 1000원, 알뜰배달은 500원, 이런 식으로 배달료에 기상할증을 더하기로 약속한 거죠. 그런데 작년 11월쯤부터 비가 오는데 할증요금을 안 주는 겁니다. 플랫폼 업체에서는 여러 가지 변명을 했지만, 나중에 우리가 회사 관계자에게 따져서 받아냈어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불만이 쌓여 있습니다.

Q. 안타깝게도 바로 얼마 전, 4월 중순에도 구미와 부천에서 배달노동자 사망사고 소식이 있었어요. 그리고 배달의민족은 산재 승인 건수가 제일 많은 사업장이 되었고 건수 자체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배달업에서 산재가 이렇게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A. 산재 인정 건수로만 보면 우아한청년들(배달의민족 물류 담당)이 2018년부터 건수가 제일 많은 100대 기업 안에 들어와서 상위권(?)으로 빠르게 올라가더라고요. 2022년에 약 1800건으로 1위에 올랐어요. 2위가 현대중공업, 3위가 대우건설. 2023년에도 우아한청년들이 1위. 하여간 건수로만 보면 배달업이 건설업, 조선업을 능가했죠.

사실은 배달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산재 통계에 잡힌 게 작년 7월 1일입니다. 원래는 산재보험에 전속성 요건이 있어서, 하나의 업체에서 주로 일하는 배달노동자만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했거든요. 여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서 작년 7월 1일부터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전속성 요건이 폐지되었어요. 대다수 배달노동자가 갑자기 산재보험에 가입된 거죠. 그래서 산재보험 가입자 수가 37만 명 정도로 나오고요. 도로 위에 배달노동자가 많아졌기 때문에 산재 통계에도 많이 잡힌다고 봅니다. 특히 음주운전 가해 차량에 부딪친 배달노동자가 상당히 많아요.

또 하나, 대한민국에서는 면허증 없이도 배달노동을 할 수 있습니다. 2종 소형 면허라고 오토바이 면허가 있긴 한데, 배기량 기준으로 125cc 이하인 오토바이는 1종 보통 면허만 있어도 운전할 수 있거든요. 배달용으로 많이 쓰이는 오토바이가 바로 125cc입니다. 작지도 않고 아주 고성능인데, 오토바이를 한 번도 안 타 본 사람들도 이런 오토바이를 그냥 탈 수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교통안전교육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몇 년 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산업안전보건교육 의무가 생기기는 했는데, 실제로 이륜차를 조작하고 운행하는 교육은 이뤄지지 않아요. 그리고 온라인으로도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어요. 교통안전교육을 전면 의무화해야 합니다. 사실은 교육이나 훈련도 노동자의 권리라고 할 수 있거든요. 배달노동을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교육이나 훈련은 회사가 제공하든지, 아니면 정부가 인프라를 만들어주고 관리를 해야겠죠.

Q. 그러면 산재보험 제도 개선이 현장에서 효력을 발휘하고 있나요?
A. 긍정적으로 변한 부분은 당연히 있죠. 여러 플랫폼을 왔다 갔다 하며 일하는 사람이든, 배달을 부업으로 하는 사람이든 모두 산재보험이 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제도가 바뀐 후에 급여 수준이 낮아졌습니다. 산재보험 가입자가 산재를 당하면 치료비와 휴업급여, 즉 일을 못 하는 기간에 대한 급여를 주거든요. 작년 7월 1일까지는 배달노동자의 휴업급여가 무조건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었어요. 하루 8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었는데, 작년 7월 1일부터 기준이 바뀌어서 휴업급여 액수가 확 낮아졌어요. 자기가 버는 수입의 절반 정도밖에 인정을 안 해주기 때문에, 월소득 300만원이었던 라이더의 경우 휴업급여로 150만 원 정도를 받습니다. 월소득이 낮았던 사람이 산재를 당하면 휴업급여가 월 몇십 만원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해요. 그 정도 액수로 먹고살면서 입원이나 통원 치료를 받기는 힘들죠. 그래서 그냥 치료비만 받고 휴업급여는 포기하고 무리해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말 그대로 붕대 감고 나와서 일을 하는 상황인 거죠.

이 점에 대해 작년 7월 1일 이전부터 계속 문제 제기를 했지만 정부는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형식적으로 산재보험 대상자는 늘어났으나 알맹이는 오히려 후퇴한 상황이 되었죠. 산재보험 휴업급여의 하한선을 정해서 수입이 낮았던 사람들도 치료는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Q.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알고리즘이 과속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 같은데요?
A. 네. 배민, 쿠팡, 요기요 같은 대형 플랫폼 업체들은 원래 동네별로 관리센터를 뒀지만 지금은 다 없애고 오직 앱 알고리즘만 가지고 통제를 합니다. 그만큼 비용을 절감했겠죠.

하지만 그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이 라이더들의 노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거든요. 해외에서는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법도 만들어진 사례들이 있는데, 우리의 법제도는 그 근처에도 못 갔어요. 그래서 경험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어요.

대형 플랫폼 업체에서 콜을 받아서 일을 하면 배달료가 시간대별로 막 변합니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이 피크타임인데, 예를 들어 피크가 아닐 때 운임이 3000원 정도라면 피크타임에는 5000~6000원이 되는 겁니다. 피크타임이 되면 라이더들의 눈빛이 달라지죠. 그 시간에 많이 벌어야 생계 유지가 되기 때문에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기도 해요. 넓게 보면 알고리즘이 위험을 가중시키는 겁니다.

또 날씨가 안 좋을 때가 있잖아요. 비나 눈이 많이 내리면 주문 범위를 제한하거나 주문을 막기도 해요. 그런데 기상 상황이 안 좋지만 배달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싶으면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으로 추가 배달료를 더 줍니다. 사실 저도 집에 있다가 비가 오면 비옷을 입고 나가요. 그런데 비가 오면 노면이 미끄럽기 때문에 위험할 수밖에 없고요. 날씨가 안 좋을 때 주문량이 많기도 해서 자꾸 일을 더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위험을 감수할 때 운임이 더 높아지는 구조가 있는 겁니다.

또 하나의 위험은, 운임이 전반적으로 낮아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서도 계속 휴대폰 창을 보고 콜을 잡는다는 겁니다. 콜을 잡고 달리면서 또 새로운 콜이 뜨면 잡고, 이런 식이죠. 지도를 보고 픽업지와 배달지 동선을 판단해서 적당하다 싶으면 (콜을) 잡고 아니면 거절해야 해요. 이걸 달리면서 하니까 당연히 위험하죠. 전방 주시가 잘 안 되니까 사고가 나기 쉽습니다. 지금처럼 운임이 너무 낮은 상황에서는 경찰이 단속만 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에요.

배달하다가 무슨 변수가 생겨도 회사와 채팅을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라이더의 채팅에 회사가 바로바로 답을 주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요. 자신의 안전을 생각하면 20분이든, 30분이든 완전히 멈춰 서서 채팅을 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생계가 걸려 있으니까요. 핸드폰을 계속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들은 당연히 위험합니다.

운임 정책이나 알고리즘이 플랫폼 업체들의 입장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을 텐데, 라이더의 안전은 고려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Q. 배달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시민들의 안전도 지키려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A. 앞서 말씀드린 대로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훈련, 산재보험이 필요하고요. 기본적으로 배달노동자들이 위험하지 않게 운전해도 생계가 보장되어야겠죠. 운임제도 자체가 안전한 노동을 뒷받침하도록 설계되어야 해요.

바로 그런 이유로 화물노동자들에게 안전운임제가 있었잖아요. 그걸 윤석열 정부가 없애버린 거죠. 화물 안전운임제가 바로 화물노동자의 과속, 과적, 과로를 막기 위해 적정 수준의 운임을 강제한 겁니다. 어떻게 보면 최저임금과 유사하지만, 최저임금은 진짜 최저 수준이고 안전운임은 적정 수준에 맞춰져 있었거든요. 그런 것처럼 배달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안전운임 제도를 만들자는 겁니다. 배달노동자의 경비, 생계비 등을 기준으로 적정 수준의 운임을 만들고 법제화하는 거죠.

운임(배달료)을 더 준다고 라이더들이 속도를 낮추겠느냐는 지적도 있어요. 배달노동자들은 건수 경쟁을 하기 때문에 속도를 자꾸 내게 되니까요. 그래서 만약 적정 수준의 운임을 제도화하게 되면 배달 건수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에요. 조금 덜 일하면서도 적정 수준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Q. 지금 라이더들이 받는 임금은 적정 수준이 못 된다는 거네요?
A. 그렇죠. 2022년에 국토부에서 배달업 실태 조사를 했는데, 조사 결과 라이더들의 월 순수입이 286만 원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그 액수를 벌기 위해 주 5~6일, 하루 10시간을 일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근무시간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에 못 미칩니다.
또 (법정 노동자라면) 밤 시간에는 가산수당 같은 게 있겠지만 라이더들은 그런 게 없잖아요. 그런 것까지 계산하면 최저임금 미달인 거고, 그래서 라이더들은 '시간으로 녹인다'라고 표현해요. 더 일찍 나와서 더 늦게까지 일하는 거죠. 밤 9시쯤 집에 들어가던 사람이 요즘에는 10시에 들어가고, 10시반에 들어가고 이런 식이거든요. 예전처럼 하면 돈이 안 되니까, 라이더들이 과로를 많이 하게 되죠.

Q. 배달 한 건당 기본료가 지금은 어느 정도로 책정되나요?
A. 배민의 경우 배민1이 3000원이고 알뜰배달이 2200원, 쿠팡이츠는 2500원. 기본료가 이렇게 되어 있고요. 지금처럼 무료배달 경쟁이 붙기 전까지는 건당 5000~6000원의 배달료를 소비자와 점주가 나눠서 냈지요. 소비자 3000원-점주 3000원 또는 소비자 2000원-점주 4000원 이렇게 해서 플랫폼 업체가 6000원을 가져가는데, 라이더에게는 잘 주면 4000원 정도를 줬어요. 6000원을 받아서 노동자에게 4000원 주는 거면 플랫폼 업체가 2000원을 가져가는 거니까 33% 수준이죠. 무료배달 경쟁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그런 상황이었어요.

그러니까 돈벌이가 됐을 겁니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영업이익이 재작년에 4200억 원, 작년에 7000억 원 정도였어요.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세계 80여 개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언론 보도를 보니까 DH 전체 계열사 중에 배민이 제일 돈을 많이 벌었다는 거예요. 그만큼 한국의 배달시장이 잘 돌아가는 거고 배민이 수수료를 많이 수취한 거죠. 자영업자 점주들한테도 수수료를 많이 받고 라이더에게 지급해야 하는 배달료에서도 이익을 많이 챙겼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게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어가지고 DH에 송금했겠죠.

Q. 요즘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배달앱 이용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라이더 입장에서는 그런 변화를 많이 느끼시나요?
A. 서비스 업종이니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긴 하죠. 코로나 시기는 특수한 상황이었으니까, 당연히 그때만큼 콜이 많진 않습니다. 하지만 언론에 나오는 배달 시장 규모라든지 콜 건수를 보면 아주 많이 줄어들지는 않았어요. 코로나 시기에 확 올라갔다가 조금 떨어진 정도? 음식배달 시장 전체 규모가 26조 정도로 유지되고 있어요. 다만 코로나 시기에 배달노동자가 많이 늘어났는데, 지금은 콜이 계속 늘어나지는 않으니 라이더들이 서로 경쟁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자영업자들이 처한 상황이 심각한 것 같습니다. 노동 강도가 낮지 않은데 쉼 없이 계속 조리하고 일을 하시는데, 배달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정말 높아요. 거기다 건물주에게 가는 임대료와 대출에 대한 이자도 내야 하고요. 자영업자 분들이 (배달로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인 건 확실합니다.

Q. 3월 말, 4월 초부터 배달앱들이 무료배달 경쟁에 돌입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A. 쿠팡이 흑자로 전환하고 나서 이번에 무료배달을 먼저 시작했는데, 솔직히 이건 출혈경쟁이죠. 플랫폼사들 입장에서는 자기 돈 써서 출혈경쟁을 하는 건데, 제가 보기에는 음식배달업이라는 하나의 산업이 안정화되는 데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속가능하지 않잖아요. 회사가 계속 적자를 볼 수도 없고, 결국은 그 적자를 어딘가에서 회복하려고 할 테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자영업자들에게 받는 수수료가 자영업자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낄 만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고요, 나중에는 라이더들에게 또 전가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죠. 라이더 운임을 깎아서 적자를 회복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고요. 소비자들에게도 별로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무료배달의 맛을 봤는데 나중에 다시 3000원씩 내고 배달앱을 이용하라고 하면 거부감이 생기겠지요.

그런데 사실 배달료는 노동에 대한 대가거든요.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영수증에 배달비가 찍히게 만들고 하면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그걸 스스로 깨면서 이런 경쟁을 시작한 거니까, 노동자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난달 25일 라이더유니온에서 진행한 '라이더 대행진'의 한 장면. (라이더유니온 유튜브 캡처)
 지난달 25일 라이더유니온에서 진행한 '라이더 대행진'의 한 장면. (라이더유니온 유튜브 캡처)
ⓒ 라이더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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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I 알고리즘이 배차를 한다고 하는데 평소에 불합리하다고 느끼신 부분은 없나요? 얼마 전 쿠팡 물류센터의 경우 1만 명이 넘는 노동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려서 관리하고 있었던 것이 폭로되었는데요, 혹시 배달노동에서도 블랙리스트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나요?
A. 정확히 동일한 블랙리스트는 아니고요... 배민이든 쿠팡이든 콜 수락률이 다 기록되거든요.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는 라이더들이 법정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해야 하기 때문에 콜을 무조건 수락하라고 하지는 않고 선택하게 합니다. 그런데 수락률은 보여주는 거죠. 30%인 사람도 있고, 50%나 70%인 사람도 있어요. 라이더들의 경험치를 모아보면 그래도 50% 이상은 되어야 좋은 콜이 잘 들어오는 것 같아요. 이게 플랫폼사의 전략이라고 생각하는데, 라이더들이 계속 눈치를 보게 만드는 거죠. 어쨌든 내가 수락을 많이 해야만 뭔가 불이익을 덜 받을 것 같다는 인식을 하게 됩니다.

쿠팡 같은 경우는 수락률이 많이 낮으면 일주일 정도 계정을 정지시키기도 해요. 배민도 배차 거절을 많이 하면 배차를 조금 지연시켜요. 그렇게 관리하는 거죠. 그리고 배민은 약관이 있거든요. 약관은 라이더에게는 계약서입니다. 만약 저희가 법정 근로자라면 근로계약서를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잖아요. 취업규칙도 바꾸려면 절차가 다 있고요. 그런데 플랫폼 업체들은 계약서를 그냥 약관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면서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바꿔요. 그리고 그런 약관의 내용에 따라서 계정을 정지시키는 경우가 있어요. 예전에는 용인하던 어떤 행위에 대해 갑자기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소명서를 쓰게 하고 나중에는 계정 정지를 한다든지, 그런 일들이 벌어집니다.

Q. 그래서 배달플랫폼 업체의 알고리즘 공개를 요구하시는 건가요? 플랫폼 업체들은 알고리즘이 영업비밀이라서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알고리즘 공개가 필요한 이유는요?
A. 네. 알고리즘 공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에는 진보네트워크 등 여러 단체들과 함께 개인정보열람청구를 해보기도 했고요. 알고리즘이 이슈가 됐던 사례가 있잖아요. 카카오택시하고 네이버쇼핑인데 일종의 불공정 행위가 있었지요. 카카오 택시는 직영 택시에게만 좋은 콜을 배정하고 네이버쇼핑도 변수를 바꿔서 상위 순위를 조작했다고 공정위가 밝혀낸 걸로 기억해요. 알고리즘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영역이잖아요. 알고리즘을 어떤 목적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작동시키느냐에 따라 그 회사의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고, 반대로 참여자들에게는 어떤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알고리즘에 대해 어느 정도의 투명성은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알고리즘에 플랫폼사의 핵심 영업전략이 다 들어가 있다면 100% 다 공개하라고 할 수는 없겠죠. 다만 배달 플랫폼 업체의 경우 라이더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주는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공개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에요. 아마도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다른 업체와 경쟁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겠죠. 그렇다면 최소한 제3의 기관이 앱 알고리즘을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은 필요하다는 거죠. 예컨대 혹시 위험을 조장하는 요소는 없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겁니다. 속도 변수값을 더 준다든지 하면 라이더들이 점차 속도를 높이게 될 수도 있잖아요.

분명히 변수가 있고 공식이라는 게 있을 겁니다. 어떤 변수가 있는지 그리고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그 변수들을 계속 바꿀 텐데 그 목적은 무엇인지, 추세적 경향이 어떤지,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판단하는지 등을 공개하라는 거죠. 아직 현실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알고리즘이 공공의 관리 영역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노동조합이 알고리즘에 관해 회사와 교섭하고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는 최소한 산업안전보건법에 지정된 위험요소에 AI알고리즘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AI 알고리즘 자체가 무조건 위험하다는 게 아니고,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으니 관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Q. 지금까지 배달 노동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많이 들었는데, 라이더유니온에서 시민들한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A.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새로운 노동 형태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앱 알고리즘, 적정 임금 같은 것도 배달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인터넷 커뮤니티나 기사의 댓글을 보면 간혹 모든 문제를 라이더들의 책임으로 바라보는 댓글이 간혹 보이는데요. 예를 들면 라이더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했다는 내용 밑에 '너네나 똑바로 해라' 이런 댓글이 달립니다. 물론 라이더 교육도 하고 자격 제도를 만드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죠. 하지만 모든 걸 라이더 개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무리한 운행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플랫폼 업체들도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시민들이 조금 넓은 시야를 가지고 함께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더불어삶 홈페이지(www.livewithall.org)와 더불어삶 뉴스레터(https://livetogether.substack.com/)에도 게재됩니다.


태그:#라이더유니온, #배달노동자, #배달라이더, #산재보험,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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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삶은 민생 현장에 연대하는 시민들의 모임입니다.주요 관심사는 노동, 주거, 재벌개혁입니다. 뉴스레터 구독 링크 https://livetogether.substa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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