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승점 3점을 따내며 2020년의 마지막 경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30일 화성종합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7,23-25,25-9,25-19)로 승리했다. 기업은행의 조송화 세터가 고열로 결장한 경기에서 비교적 손쉬운 승리를 따낸 GS칼텍스는 최근 2경기에서 승점 5점을 올리며 선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승점 차이를 7점으로 좁혔다(승점28점).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메레타 러츠가 57.14%의 공격 성공률로 29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토종쌍포' 강소휘와 이소영도 27득점을 합작하며 오랜만에 삼각편대가 고른 활약을 펼쳤다. 이날 GS칼텍스는 날개 공격수들이 모두 두 자리 득점을 올렸고 두 센터도 각각 5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GS칼텍스의 연승을 이끈 안혜진 세터의 고른 공격 배분 덕분이었다.

안혜진 입단 후 성적 점점 상승한 GS칼텍스
 
 안혜진이 성장하면서 GS칼텍스의 성적도 점점 상승했다.

안혜진이 성장하면서 GS칼텍스의 성적도 점점 상승했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는 세트 성공률이 아닌 세트당 세트 성공횟수로 세트 부문의 순위를 정한다(야구로 치면 타율보다 최다안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따라서 백업세터의 활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흥국생명의 이다영, KGC인삼공사의 염혜선, 기업은행의 조송화가 세트 부문에서 나란히 상위권에 올라 있다. 반면에 백업 세터 이원정과 번갈아 경기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 안혜진 세터는 세트 부문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안혜진 세터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다. 지난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한 안혜진 세터는 입단 초기 이나연 세터(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백업으로 활약했다. 오히려 입단 초기에는 세터 본연의 임무인 토스보다는 까다로운 구질의 서브와 포지션 대비 뛰어난 블로킹 능력으로 먼저 주목을 받았다. 

그러던 2018년 6월 트레이드를 통해 이고은 세터(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합류하면서 안혜진 세터는 더 많은 기회를 얻었다. 신장(170cm)이 작은 이고은이 빠른 토스와 리베로를 연상케 하는 뛰어난 수비가 주무기라면 안혜진은 서브와 높이가 좋고 담력이 강하다. 따라서 이고은과 안혜진은 차상현 감독이 번갈아 가며 활용하기 좋은 조합이었다.

이고은과 안혜진의 조합은 예상대로 나쁘지 않았다. 이고은 주전, 안혜진 백업 체제를  구축한 2018-2019 시즌 GS칼텍스는 정규리그 3위에 오르며 마지막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2013-2014 시즌 이후 5년 만에 봄 배구에 초대 받았다. 경험을 중시하는 세터 포지션에 확실한 장점을 가진 20대 초·중반의 젊은 세터를 번갈아 가며 활용한 차상현 감독의 과감한 용병술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 것이다.

안혜진은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된 2019-2020 시즌에도 GS칼텍스가 치른 27경기에 모두 출전해 세트당 5.11개의 토스성공과 0.18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했다. 27경기에서 승점 54점을 따낸 GS칼텍스는 현대건설에게 단 한 점 뒤진 2위를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안혜진이 입단한 이후 GS칼텍스는 지난 네 시즌 동안 5위부터 2위까지 순위가 한 계단씩 상승했다. 안혜진이 GS칼텍스의 성장을 상징하는 '복덩이' 역할을 한 셈이다.

이고은 이적 후 GS칼텍스 주전 세터로 쏠쏠한 활약
 
 만22세의 젊은 세터 안혜진은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주전 세터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만22세의 젊은 세터 안혜진은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주전 세터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두 시즌 동안 이고은 세터와 호흡을 맞추면서 GS칼텍스의 좋은 성적을 이끈 안혜진은 지난 5월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았다. 이효희 세터의 은퇴로 세터 자리에 구멍이 뚫린 도로공사에서 GS칼텍스에 트레이드를 제안하면서 이고은 세터가 팀을 옮기고 이원정 세터가 새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이원정 세터는 도로공사 시절부터 이효희의 후계자로 꼽히던 유망주지만 아직 만 20세로 경험은 턱 없이 부족하다.

졸지에 주전 세터라는 큰 짐을 짊어진 안혜진은 지난 컵대회에서 김연경이 이끄는 흥국생명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신감을 한껏 끌어 올렸다. 1라운드에서 승점 5점을 따는데 그친 GS칼텍스는 2라운드 두 번째 경기부터 3라운드 첫 번째 경기까지 5연승을 내달렸다. 하지만 안혜진은 경기마다 기복을 보이며 이원정 세터와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고 팬들은 '주전세터 안혜진'에게 썩 높은 신뢰를 보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안혜진은 지난 16일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햄스트링을 다치며 들것에 실려가 팬들을 크게 걱정시켰다. 다행히 부상은 크지 않았지만 안혜진은 선수보호차원에서 19일 현대건설전에서 결장했고 공교롭게도 GS칼텍스는 이 경기에서 1-3으로 패하고 말았다. 결국 차상현 감독은 27일 도로공사전에서 다시 안혜진을 주전으로 투입했고 GS칼텍스는 풀세트 접전 끝에 도로공사를 꺾고 2위 자리를 되찾았다.

안혜진은 4라운드 첫 경기였던 30일 기업은행전에서도 주전 세터로 출전해 사실상 풀타임을 소화했다. 러츠에게 의존하지 않고 강소휘, 이소영, 김유리, 권민지 등 국내 공격수들을 고루 활용한 안혜진은 세트당 평균 13.75개의 세트를 성공시키며 GS칼텍스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실제로 이날 GS칼텍스는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이소영(32.14%)을 제외한 주전 공격수 4명이 모두 40%가 넘는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오는 1월3일 흥국생명과 또 한 번 빅매치를 치른다. 비록 무관중 경기로 열리지만 배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 경기는 지상파 방송국에서 생중계되면서 경기 시간도 오후 12시25분으로 앞당겼다. 만약 GS칼텍스가 이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내면 단숨에 선두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GS칼텍스의 주전 세터로 공격수들에게 공을 배분할 안혜진 세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경기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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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GS칼텍스 KIXX 안혜진 돌아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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