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킹>의 한 장면

영화 <더 킹>의 한 장면 ⓒ NEW

 
"2017년에 이런 영화를 만들다니 딱 영화가 현실이었다."  

최근 검찰개혁 등의 이슈가 부상하면서 수년 전 개봉했던 영화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재조명을 받고 있는 영화는 2017년 개봉한 한재림 감독의 <더킹>과 2018년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인랑>이다. <더킹>은 관객몰이에 성공했고 <인랑>은 흥행에 참패했으나, 영화 속 구도와 내용이 현실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다시 회자되고 있다. 
 
검찰개혁 당위성 알려주는 <더킹>
 
"단지 영화인 줄 알았는데, 현실은 영화보다 더 했다."
 
최근 <더킹>을 본 관객이 남긴 감상평이다. <더킹>은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영화다. 작품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검사 태수가 우여곡절 끝에 검사 한강식을 만나 핵심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권교체 시기에 새로운 판을 짜며 기회를 노리는 정치검사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한재림 감독은 개봉 당시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권력자들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그 안의 모순들을 거부감 없이 관객들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만든 영화"라고 밝혔다. <더킹>은 531만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4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인 최근 온라인과 IPTV 등을 통해 <더킹>을 관람하거나 재관람한 관객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내놓으며 높은 평점을 주기도 했다. 
 
온라인에 감상평을 올린 한 관객은 "영화가 개봉했던 2017년보다 검찰이 어떤 조직인지 더 알게 된 지금 이 영화 다시 보니, 이 영화 만든 감독 소름 돋는다"며 "이 영화는 한마디로 검찰이 어떻게 정치질하는지에 대한 교과서"라고 평가했다.
 
또 "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하는지와 검찰 개혁이 왜 필요한지가 그냥 다 녹아 있다"면서 "정권은 바뀌지만 자신들은 바뀌지 않는 절대권력이라는 검찰의 더러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본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배우는 초현실주의고 내용은 극사실주의"라거나 "정의실현을 떠들며 실제로는 자기들이 조폭 논리로 정치질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 검사란 작자들이다"라는 날선 평들도 올라오고 있다. 일부에선 최근 검찰을 둘러싼 논란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1심 판결 결과를 언급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영화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또 다른 관객은 "왜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보여주는 영화지만 너무 사실적이라 무서운 영화"라고 밝혔다. 관람평 중엔 "일부 정치검사들만 그렇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 일부 정치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대통령 인사도 좌지우지하는 합법적인 쿠데타 세력이란 것이다, 바로잡지 않고는 한국사회는 언제든 퇴행한다"라고 남긴 이도 있었다. 
 
지금 상황 예측한 듯한 <인랑>
 
 <인랑>의 한 장면

<인랑>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2018년 개봉해 흥행에 실패한 <인랑>은 영화 속에 나오는 권력기관의 다툼이 지금과 유사해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을 각색한 <인랑>은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강대국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민생이 악화되는 등 지옥 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때인 2029년이 배경이다.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와 '섹트'를 진압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의 새로운 경찰조직 '특기대'가 정국을 주도하면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줄어든 정보기관 공안부가 특기대 말살 음모를 꾸미는 이야기다.
 
개봉 당시부터 영화를 지지했던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영화 속 반통일세력 섹트는 태극기 부대와 일베 등 극우세력과 같고, 특기대는 새로 생기는 공수처, 공안부는 검찰로 볼 수 있다"고 비유했다. 또 "지금 우리는 영화처럼 반통일 무장 세력 '섹트'와 정부 내 쿠데타 세력인 '공안'에 둘러싸인 형국"이라며 "2년 전 영화 <인랑>이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 평론가는 2018년 개봉 당시에도 "<인랑>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혼돈의 정치학'"이라며 "사회는 늘 일보 전진과 이보 후퇴를 거듭한다는 것, 그 와중에서 변화의 핵심과 본질은 사라지고 다분히 현상만을 두고 이전투구가 벌어진다는 것을 이 영화는 극명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고 호평했다. 또 "영화를 만들던 초기, 이념의 무학자(無學者)였던 김지운 감독이 여기까지 진화했다"고 높게 평가했었다.
 
최근 영화를 관람한 일부 관객들은 "반통일세력이 우파"로 보인다거나 "영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다큐멘터리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 한 장면 ⓒ 넷플릭스

 
한편 두 편의 한국영화 외에 2019년 제작돼 현재 넷플릭스에서 상영되고 있는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도 최근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리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대통령을 지낸 전 브라질 대통령 룰라가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비리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정치 현실을 그리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를 관람한 한 관객은 "민주주의는 항상 기득권 카르텔로부터 위협을 받는다"며 "대한민국도 지금 검찰권력을 위시한 연성쿠데타가 한참 진행중이고, 브라질의 정치 현실이 남 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평을 남겼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오싹함을 느꼈다"며 "우리나라 상황과 너무 흡사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더 킹 인랑 위기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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