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 포스터

<나이팅게일> 포스터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나이팅게일(nightingale)은 아름다운 울음소리로 유명한 새다. 유럽에서는 이 울음소리 때문에 검은지빠귀, 유럽물새와 함께 삼명조(三鳴鳥)로 불린다. 새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나이팅게일은 밤에도 잘 우는 새다. 여성 복수극을 내세운 <나이팅게일>은 이 밤의 울음에 가까운 영화다. 어둠을 떠올리게 만드는 우울하고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1825년 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이니아다.
 
이 당시 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에 의해 식민지 개척을 당하던 때다. 영국은 효율적인 식민지 개척을 위해 죄수를 동원했다. 군인들은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개척은 죄수들이 대신한다. 형기가 끝나도 섬이기에 갈 곳이 없는 죄수들은 자연스럽게 지역에 정착하며 군인의 통제를 받는 방식을 통해 개척을 시도했다.
  
 <나이팅게일> 스틸컷

<나이팅게일>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국이 아일랜드를 식민지배한 역사가 있다는 점에서 아일랜드인인 클레어 가족은 그들이 지은 죄보다는 국적을 이유로 이곳에 왔음을 암시하게 한다. 좋은 목소리를 지닌 클레어는 장교 호킨스에 의해 성적으로 유린당한다. 호킨스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클레어를 협박하고, 형기가 지난 그들 가족을 놓아주지 않는다.
 
이에 분노한 클레어의 남편은 호킨스에게 강하게 항의한다. 문제는 이 장면을 호킨스의 상관이 보면서 발생한다. 북부로 가고 싶은 호킨스는 추천서를 써주기로 했던 상관이 그의 만행에 마음을 돌리자 분노한다. 이 분노는 클레어의 모든 걸 무너뜨린다. 호킨스에 의해 남편과 아이를 잃은 클레어는 복수를 위해 북부로 떠난 호킨스를 쫓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지리를 알 아는 원주민 빌리를 협박해 함께 여정을 떠난다.
  
 <나이팅게일> 스틸컷

<나이팅게일>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클레어의 복수극을 여정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이 여정을 통해 감독이 진짜 보여주고자 한 건 당시의 잔혹한 식민지 현실이다. 마을 안에서 클레어는 원주민들이 얼마나 잔혹한 일을 당하는지 보지 못했다. 그 밖으로 나오는 순간 사방에 널린 원주민 시체를 보게 된다. 당시 영국군은 지리에 능통한 원주민들을 이용해 지역을 개발하고 나면 그들을 학살했다. 지역 개발에는 죄수를 이용하면 됐기 때문이다.
 
상관의 말을 듣지 않고 북부로 떠난 호킨스는 길에서 원주민 여자를 발견해 겁탈한 것도 모자라 그녀를 찾으러 온 동료들 앞에서 살해당한다. 이런 잔혹한 현실 앞에서 클레어와 빌리는 감정적인 변화를 겪는다. 복수심에 불타던 클레어는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후 그 무게감에 짓눌린다. 클레어는 시대의 양심을 의미한다. 학살이 자행되던 시대에 클레어는 살인에 심리적인 공포와 고통을 느낀다.
 
클레어에 의해 얼떨결에 여정에 오르게 된 빌리는 자신의 안위만 생각해 도망치려다 하다 같은 동지들의 죽음을 보며 고통을 겪는다. 대표적인 게 농부들과 마주하는 장면이다. 세 명의 농부는 원주민 노예들을 데리고 이동 중이다. 이들과 마주한 빌리는 원주민어로 대화를 나눈다. 대화 중 원주민 노예의 감정이 격해지자 농민들은 그들을 아무렇지 않게 쏴 죽인다. 이 장면은 군인뿐만 아닌 민간인에 의해서도 원주민 학살이 이뤄졌음을 보여주며 오스트레일리아라는 나라가 피 위에 세워졌음을 보여준다.
  
 <나이팅게일> 스틸컷

<나이팅게일>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복수극보다는 역사적인 사명을 택하지만, 장르적인 매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작품은 클레어와 빌리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클레어는 죄수 여자이고, 빌리는 원주민이다. 그들이 여정 중 만나는 사람은 군인 아니면 죄수다. 때문에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칠 수 없다. 언제 어떤 위험이 닥쳐도 이상할 게 없기 때문이다. 지옥과도 같은 상황에 주인공들을 몰아넣으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 영화는 나이팅게일이 부르는 밤의 노래를 보여준다. 찬란한 문명이 낮을 의미한다면, 그 이면에 가려진 어둠은 밤이다. 제니퍼 켄트 감독은 피와 눈물로 세워진 자국의 역사를 보여주며 그 어둠을 조명한다. <킬 빌> 같은 여성 복수극을 생각했다면 다소 실망할지 모른다. 대신 잊혀서는 안 될 시대의 고통을 조명하며 더 큰 원한과 아픔의 감정을 담아내는 강력한 에너지를 선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나이팅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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