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특집 방송 '그래도 음악이 있다'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특집 방송 '그래도 음악이 있다' ⓒ MBC

 
벌써 30주년. 현역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및 단일 DJ로는 최장기간 전파를 타고 있는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또 한 번 의미 있는 특집 기획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지난 22일과 23일 양일간 진행된 '그래도 음악이 있다'는 해외 유명 팝 아티스트들이 개인 스튜디오 혹은 자신의 집에서 오직 <배캠>만을 위해 녹음한 곡들을 제공 받아 들려주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말 그대로 팝스타들의 '집콕 라이브'를 1시간 씩 총 2시간에 걸쳐 소개해준 것이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배캠>은 당초 다양한 기획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를 실행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은 바 있다. 그런 와중에도 음악팬들에겐 꿈의 공간으로 간주되어온 영국 BBC에서의 생방송 'Live at the BBC'(2월) 같은 특집을 마련하는 등 애청자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얼마 전엔 30년 방송을 빛낸 명곡들만을 모은 기념 LP를 제작하는 등 음악 전문 방송다운 행보도 이어갔다. 수많은 청취자들을 초대한 공개 방송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상황 악화로 인해 아쉽게도 무산되었다. 대신 비대면 시대에 적합한 색다른 기획을 마련했고 그 결과물로 등장한 것이 '그래도 음악이 있다'였다.

오직 '배캠만을 위해'... 팝스타들의 집콕 라이브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특집 방송 '그래도 음악이 있다'.  선공개 영상으로 소개된 혼네의 'No Songs Without You'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특집 방송 '그래도 음악이 있다'. 선공개 영상으로 소개된 혼네의 'No Songs Without You' ⓒ MBC

 
​이번 <배캠> 특집에 참여한 음악인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청취자들을 마음을 설레게 한다. 마마스 건을 필두로 혼네, 바우터 하멜, 루카스 그레이엄(이상 22일), 칼라 브루니, 라우브, 레이첼 야마가타, 존 레전드(이상 23일) 등 신구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저마다 기타, 건반 등 간단한 악기만으로 자신들의 대표곡 혹은 미공개 신곡 연주를 녹음하고 촬영해서 MBC와 <배캠>에 제공했다. 지난 이틀간의 본 방송에선 화면 없이 오직 음원 형태로만 소개된 이들의 연주는 오는 26일(토) 오후 11시20분 MBC TV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음악팬들 사이 '숨은 명곡 맛집'으로 대접 받은 영국 밴드 마마스 건 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신곡 'Good Love'를 특별한 선물로 마련했다. 향후 한국에서 발매된 스페셜 음반에 수록된다는 이 곡을 멤버들은 각자의 집, 스튜디오 등에서 따로 연주하고 녹음해 이를 하나로 합치는 등 비대면 시대에 걸맞은 방식으로 작업에 임했다.  

몇몇 애청자들이 "방송 듣자마자 음원 사이트 가서 찾아보니 이 곡이 없더라고요"라는 댓글을 남길 만큼 이 곡은 제법 큰 울림을 선사했다. 그런가 하면 '전설 형님' 존 레전드는 자신의 최신 음반 < Bigger Love >에 수록된 레트로 펑크곡 'I Do'를 소박한 어쿠스틱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등  참여 음악인들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색다른 시도를 했다. 

'방구석 녹음'만이 선사하는 특별한 선물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특집 방송 '그래도 음악이 있다'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특집 방송 '그래도 음악이 있다' ⓒ M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삽입곡 'Stand By Your Man'으로 사랑받은 칼라 브루니를 비롯해서 레이첼 야마가타, 그레이시 에이브람스 등 여성 음악인들이 대거 등장한 23일에는 어쿠스틱 기타 반주만으로 녹음된 곡들이 큰 몫을 담당했다. 유명 기타리스트들처럼 현란한 기교가 가미되진 않았지만 스트로크 주법의 단순함으로 채워진 그들의 노래는 이전 스튜디오 원곡과는 또 다른 맛의 편안함을 선사한다.  

이 과정에선 '방구석 녹음, 집콕 라이브'만이 선사하는 특별한 재미도 만끽할 수 있었다. 할리우드 명 감독 겸 제작자 J.J 에이브람스(스타워즈 시리즈)의 딸이기도 한 그레이시 에이브람스는 연주 도중 잠깐 가사를 놓치고 목청을 다듬는 부분도 여과 없이 녹음에 담았다. 여타 공연이라면 흐름을 깨뜨리는 치명적 실수임이 분명하겠지만 자신의 집에서 마치 온라인 채팅, SNS 생방송을 진행하듯 이뤄진 연주에선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극대화시켰다. 

이런 게 라디오만의 매력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 MBC

 
​<배캠>이 이틀 동안 진행한 '그래도 음악이 있다'는 비대면 시대를 살아가는 라디오 매체의 참된 자세를 제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높게 평가할 만하다. TV, 유튜브 등 각종 영상물이 넘쳐나는 요즘 오직 소리로만 모든 것을 전달해야 하는 라디오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나마 많은 이들이 관심 기울이는 프로그램들은 오후 시간대 토크 및 예능 지향 성격이 강하고 <배캠>처럼 음악에 큰 비중을 할애하는 방송들은 손으로 꼽을 만큼 소수에 불과하다. 

​이번에 이뤄진 유명 팝스타들의 집콕 라이브 방송을 통해 <배캠>은 남들처럼 똑같이 하기 보단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짙게 드리우면서 라디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는 지난 30년간 프로그램이 쌓은 신뢰와 권위가 없었다면 해내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게 만드는 해외 음악인들을 비롯해서 김혜수, 이영애, 안성기 등 좀처럼 예능 출연을 잘 안 하는 연예인도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는 <배캠>만의 특별함은 올해 30주년을 맞아 더욱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영상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라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라디오가 있다. 그리고 <배캠>도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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