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극장가에 필리핀 가족이 주인공이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필리핀 합작 영화 <선샤인 패밀리>는 가족 코미디에 범죄물 요소를 버무린 결과물이었다. 
 
 영화 <선샤인 패밀리>의 한 장면.

영화 <선샤인 패밀리>의 한 장면. ⓒ 필름라인

 
영화는 여행사 직원으로 한국 지사에서 5년 근무를 마치고 귀국을 앞둔 한 필리핀 가족이 뺑소니 사고에 휘말리며 겪게 되는 일을 코믹하게 그렸다. 회식 후 뺑소니를 한 것에 남편 똔(노니 부엔카미노)은 자수를 결심하지만 아내 쏘냐(샤메인 부엔카미노)는 범죄가 발각되면 필리핀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우려에 기어코 완전 범죄를 꾸미려 한다. 

집 안으로 차를 들여다 놓고 차제부터 하나하나 분해하기 시작하는 와중에 이 가족은 여러 위기를 겪는다. 소음을 수상하게 여긴 이웃집 주민이 감시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딸은 한국인 남자친구와 이별 소동을 벌인다. 막내아들은 성정체성 혼란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친구들로부터 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영화 <선샤인 패밀리>의 한 장면.

영화 <선샤인 패밀리>의 한 장면. ⓒ 필름라인

 
범죄를 일으키고 감추려는 게 영화의 주 골격이기에 자칫 몰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코미디 요소 또한 그래서 편하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극 후반부에 반전이 담겨 있긴 하지만 상당 부분 이야기가 진행된 뒤에 등장하는 반전 서사라 관객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이 헤어지지 않기 위해 범죄를 은폐한다는 설정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 나름 등장인물을 밉지 않게 그렸는데 이점에서는 영화적 설정의 부담감을 다소 상쇄시킨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사는 필리핀 가족 이야기이기에 각종 편견과 차별 요소가 등장하는데 이를 너무 무겁지는 않게 다룬 건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한국영화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외국인, 그것도 현실에서 각종 차별 대상이 됐던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부부로 호흡을 맞춘 노니 부엔카미노와 샤메인 부엔카미노가 실제 부부라는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똔과 쏘냐, 그의 자녀가 위기를 겪는 방식이나 개별 사건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매끄럽진 않다. 음악 또한 과하게 쓰인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를 떠나 이야기 구성과 캐릭터 구현이 많이 아쉽다. 1992년 일본에서 개봉한 <뺑소니 가족>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국내 설정에 맞게 각색한 게 지금의 작품이다. 가족 문제와 한국의 현실, 동남아시아인으로서 겪는 차별의 시선 등 서로 다른 층위의 화두를 너무 섞으려고 한 게 아닐까 싶다.

<선샤인 패밀리>는 한국과 필리핀 수교 70주년인 2019년에 필리핀에서 먼저 개봉했다. 2020 오사카아시안영화제와 2020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됐다. 개봉은 오는 31일이다.
 
영화 <선샤인 패밀리> 관련 정보

감독: 김태식
총괄프로듀서: 조이스 베르닐
출연: 노니 부엔카미노, 샤메인 부엔카미노, 수 라미레즈, 마르코 마사
제작: 필름라인, 스프링필름즈
제작지원: 한국전파진흥협회, 영화진흥위원회, 서울영상위원회
러닝타임: 88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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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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