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군' 정윤철 감독  정윤철 감독이 25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대립군> 제작보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분조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이야기를 그린 팩션 사극이다. 5월 31일 개봉 예정.

▲ '대립군' 정윤철 감독 정윤철 감독. ⓒ 이정민

 
"평소에 예술지원 정책에 관심도 없으면서 지금 갑자기 가난한 예술가들을 대변하는 투사라도 된 듯 설치는 야당 정치인들의 모습이 참으로 불쾌하다."
 
영화 <말아톤> <대립군> 등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이 대통령 아들 문준용 작가의 지원금 수령을 비판하는 국민의 힘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윤철 감독은 22일 SNS를 통해 "만약 대통령 아들이 일반 대기업 월급쟁이나 공무원이었다면 아빠가 대통령인데 왜 버젓이 월급 타먹냐고 질책하진 않았을 것이다"라며 "노블리스 오블리제 운운하며,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지 왜 따박따박 돈 타 가냐고 할 수 없는 이유는 월급이란 곧 생계이며, 부모로부터 독립한 성인의 존엄성에 대한 상징이자 제 밥벌이를 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라고 운을 뗐다.

앞서 <조선일보> 등 보수성향 매체는 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작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아래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 사업의 지원금을 수령해 부적절 하다는 논조의 기사를 냈다.

문 작가는 이에 "수익으로 받은 돈이 아닌 전시 및 작품 제작을 위한 것이고 직접 수령이 아닌 서울문화재단이 관리하는 예산"이라 해명했고 재단 측도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일부 야당 의원들은 "더 어려운 사람이 있는데 양보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코로나19 시국에 개인전을 왜 여는가" 등의 비판을 이어갔다.

정윤철 감독은 야당 의원들의 행동을 두고 "예술가라는 직업을 일종의 배부른 잉여성 행위, 약자를 위한 퍼주기 사업의 대상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폄하적 인식"이라 정의했다. 예술가 또한 회사원과 마찬가지로 자기 밥벌이를 하는 자립한 성인이며 사회 구성원이기에, 대통령 아들이자 전업 작가인 문씨가 수많은 월급쟁이들처럼 생계를 위해 공모에 정당히 지원한 것을 특혜나 권력자 아들의 파렴치함으로 비난해서도 안된다는 게 정 감독의 설명이었다.

이어 정윤철 감독은 "심지어 오늘 한 야당의원은 9년 전 빈곤으로 너무나 외롭게 죽은 고 최고은 시나리오 작가마저 소환하며 금수저의 탐욕을 나무랐다"며 "참으로 비열하고 어이가 없다"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당시 비극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정 감독은 "최고은 작가는 나랏돈 지원을 못 받아 그리된 게 아니라 최소한의 계약도 안 하고 신인 작가를 부려먹는 영화계 자체의 그릇된 관행의 피해자였다"며, "그로 인해 뼈를 깎는 오랜 논의 끝에 창작자들의 표준 계약서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야당 정치인들의 모습이 참으로 불쾌하다"고 한 정 감독은 "상대의 빈틈만 보이면 아무거나 잡히는 데로 집어던지고, 병을 깨고, 침을 뱉고, 마구 개싸움을 벌이는 이들을 양XX 라고 하는데 지금이 딱 그렇다"고 거칠게 비유했다.

정윤철 감독뿐 아니라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를 통해 문화예술인을 탄압하고 위협을 가한 정당이 사과도 없는 데다, 최고은 작가를 소환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당한 문화예술 지원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전하고 있다. 

한편, 문준용 작가의 지원금 수령을 비판한 의원은 국민의 힘 김태흠, 허은아 의원 등이다. 김태흠 의원은 "대통령 아들이 가난한 예술인들의 몫을 가로채고 그들을 좌절시켰으면 즉시 사과하고 지원금을 반환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무슨 낯으로 뻔뻔하고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느냐"며 비판했다. 허 의원 역시 SNS에 "다음 달이면 외롭게 세상을 떠난 최고은 작가의 10주기가 된다"며 "예술인들에게 지급되는 코로나 피해 지원금은 문준용이 아니라 지금도 차가운 골방에서 예술에 대한 열정만으로 버티고 있는 제2의, 제3의 최고은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정윤철 문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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