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캡틴> 방송장면

Mnet <캡틴> 방송장면 ⓒ Mnet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가운데, 유독 한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엠넷에서 11월 19일부터 방송하고 있는 <캡틴>이 바로 그것이다. 가수를 꿈꾸는 10대를 대상으로 한 오디션은 많았지만, 부모님의 모습을 이렇게 전면으로 내세운 적은 없었다.

<캡틴>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오디션 현장 뿐 아니라 연습시간까지 함께 한다. 직접 아이들의 무대를 보고 심사위원의 평가를 듣는다. 무대를 같이 꾸밀 팀의 멤버를 정하고, 그 팀 안에서 나의 아이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선택하는 과정도 역시 함께한다. 

제작진은 '가수의 꿈을 지닌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 내 자녀의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직접 심사위원에게 물어보고 평가를 받는 신선한 포맷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부모들의 행동에 가슴 한켠이 답답해진다. 비단 대한민국의 부모들만 자식이 잘되고자 바라는 건 아닐 것이다. 미국의 예능 프로그램인 <댄스맘>에서도 비슷한, 아니 훨씬 더 심각한 부모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댄스맘>에선 춤을 추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엄마들이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다 못해 가끔은 싸우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놀라울 정도다. 극성을 넘어 막장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만큼 강도가 세지만, 시즌7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 인기다. 

예전에는 자녀가 가수나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 "공부나 해"라며 해당 직업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식음을 전폐하고 눕거나 쫓아다니며 반대한 부모님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시대는 바뀌었고, K-pop 스타가 되기만 하면 어린 나이에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달라졌다. <캡틴>에 나온 많은 부모님들은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 아이들은 공연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기획사 연습생으로 들어가기도 하며 보컬이나 춤 등에 대한 사교육을 따로 받기도 한다.

방송에 출연한 부모들은 차마 듣기가 힘들어 심사위원들이 얼굴을 찌푸릴 만큼 노래를 못 불러도 '아직 보컬 레슨을 받지 않아서 그래요'라며 아이 대신 변명을 하기도 하고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며 자녀를 위로하기도 한다. 

문제 해결 방식, 아이들이 어른보다 낫다
 
 Mnet <캡틴> 방송장면

Mnet <캡틴> 방송장면 ⓒ Mnet

 
팀 안에서 원하는 파트(보컬, 랩 등)에 지원자가 몰리면, 아이들은 번갈아 그 부분을 불러보며 결정한다. 그 결정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때로는 내가 원하는 부분을 하지 못해 속상하고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아이들은 이겨낸다. "내가 맡게 된 파트를 더 잘해내면 되지"라며 의연하게 대처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보는 부모는 속이 타는지 "넌 왜 욕심이 없어? 왜 강력하게 네 의견을 말하지 못하니? 이렇게 할 거면 때려치워"라며 화를 낸다.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험난한 세상 속에 던져진 착하고 여린 우리 아이가 부모의 입장에서 안타까울 것이다. 다른 경쟁자들에게 묻혀서 꿈을 이루지 못할까봐 속상할 것이다. 자식 가진 부모 마음 다 마찬가지겠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어른이라면 아이들보다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원하는 파트를 하지 못해 속상해하는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지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그래도 정 아쉽다면 더 실력을 갈고닦아 다음에는 하고 싶은 부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혹은 다음부터는 원하는 것이 있으면 분명하게 얘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다독일 수는 없을까?

어른이 보기에 아이들은 부족해 보일 때가 많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는 걸 왜 모를까 답답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른이, 부모님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심지어 틀릴 때도 많다.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지만 실패했을 때 아이들은 성장한다. 비록 흐르는 눈물은 감출 수 없더라도 결과에 승복하고 다시 한 번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며 미소 짓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어른이라고 무조건 성숙한 태도를 보일 수는 없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특히 내 아이의 일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부모는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무조건 어른다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힘들고 불안한 내 아이 앞에서는 조금 더 믿음직하고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캡틴>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것이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부모의 응원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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