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리빌딩은 과연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빈 자리는 넘쳐나는데 채워지는 자리는 영 시원치가 않다. 2021시즌을 바라보는 한화 팬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화는 2020년을 창단 첫 10위로 마감했다. 프로야구 역대 최다연패 타이기록(18연패)을 수립하는 등 여러모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절치부심한 한화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구단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선임하는가 하면, 레전드 타자 김태균의 은퇴와 베테랑 선수들의 대규모 방출 등 후폭풍이 이어지며 뼈를 깎는 체질개선을 선언했다.

전반적으로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무게를 뒀다고 하지만, 꼴찌팀이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즉시전력감에 대한 투자도 필요했다. 그런데 한화는 전력의 주축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구성부터 의외의 선택을 내렸다. SK 출신의 닉 킹엄을 총액 55만 달러, 대만에서 뛰었던 라이언 카펜터를 50만 달러에 각각 계약을 맺었다. 타자로는 라이온 힐리는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그나마 힐리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405경기 69홈런을 기록한 선수로 김태균의 뒤를 이어 한화의 거포 갈증을 해결해 줄 중심타자로 꼽힌다. 하지만 킹엄은 SK에서 팔꿈치 부상으로 별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방출되었던 투수고, 카펜터는 대만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보다 수준이 높은 KBO리그에서 얼마나 통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시즌의 외국인 에이스였던 워익 서폴드나 시즌도중 방출된 제러드 호잉보다 낫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물론 몸값이 전부는 아니다. 잘만 풀리면 외국인 선수들의 맹활약을 앞세워 가을야구까지 진출했던 2018년처럼 오히려 '가성비'가 돋보이는 영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선수 전력이 10개구단중 가장 떨어지는 한화에서 외국인 선수를 놓고 실험할 정도의 여유가 있는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또다른 전력보강 창구인 FA시장에서도 한화는 현재까지 '빈손'에 가깝다. 한화와 함께 올시즌 가을야구에서 탈락한 팀들의 경우, SK는 내아수 최주환을, 삼성은 오재일을 영입하며 취약 포지션을 보강했다. KIA는 타격왕 출신 최형우를 잔류시키며 전력누수를 최소화했다.

유일하게 한화만 별다른 소득이 없다. 현재까지 한화의 외부영입은 삼성에서 방출된 투수 정인욱을 연봉 3천만 원에 육성선수 계약으로 데려온 게 전부다.

한화가 올겨울 FA 시장에서 유일하게 영입 대상으로 시도한 선수는 두산 외야수 정수빈이었다. 한화는 4년 보장 4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수빈은 6년 최대 56억 원의 조건에 원소속팀 두산 잔류를 선택했다.

이미 선수단을 대거 정리하며 팀연봉을 줄인 한화가 두산보다 '머니파워'에서 밀렸다기보다는, 계약기간과 환경에서 차이가 컸다는 분석이다. 국내 FA시장에서는 그동안 4년 계약이 일반적이었고 정수빈의 성적을 감안할 때 한화로서는 그 정도면 합리적인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두산이 제시한 6년 장기 계약과 적응이 필요없는 원소속팀이라는 '어드밴티지'를 극복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화는 2013년부터 엄청난 돈을 들여 FA시장에서 외부 선수들을 영입하여 즉시전력감을 끌어모으는 정책을 시도한 바 있다. 특히 정근우(70억원)와 이용규(67억원) 2명에게만 137억을 쓰기도 했다. 선수들의 개인 활약상만 놓고보면 결코 나쁘지는 않았지만 팀성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용규-정근우의 한화에서의 말년과 이별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당시의 실패를 기억하고 있는 한화 구단 입장에서 정수빈이 요긴한 자원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육성 노선과 상반되게 '오버페이'까지 해서 잡을 계획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한화가 어차피 2021년을 리빌딩 시즌으로 각오했다면 내년 FA 시장을 다시 조준하는 방법도 있다. 김재환-박건우(두산), 민병헌-손아섭(이상 롯데), 김현수(LG), 박해민(삼성) 등 수준급 거포와 외야수들이 FA시장에 대거 나온다. 올해의 정수빈 이상의 시장 가치를 지니고 있거나 아예 팀 전력을 바꿔놓을 수 있는 수준의 선수들도 포함되어있다.

문제는 정수빈의 사례에서도 보듯, 지금의 한화가 정상급 선수를 외부에서 영입하려면 다른 구단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현실이다. 류현진-김태균-정근우-이용규같은 스타급 선수들을 최전성기에 보유하고 있을때도 가을야구 진출조차 번번이 실패했던 한화다.

한화는 지난 시즌 꼴찌팀이고 다음 시즌 전력도 이변이 없는 한 최하위권이 유력하다. 앞으로 몇 년간은 리빌딩 때문에 우승은커녕 가을야구 진출도 기대하기 힘들다. 기왕이면 선수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팀도 아니다.

굳이 스타급 선수들이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한화행을 선택해야 할 만한 메리트가 딱히 없다고 볼 수 있다. 올 시즌만이 아니라 당분간 한화가 A급 FA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이 쉽지 않아보이는 이유다.

결국 한화는 다음 시즌도 자체 육성에서 최대한 해법을 찾아야하는 상황이 됐다. 정수빈 영입마저 실패한 한화의 다음 시즌 외야 구성은 완전한 무주공산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노수광, 임종찬, 이동훈, 정진호, 김지수 등 후보는 많지만 주전 경험이 있는 선수는 노수광 한 명뿐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주장으로 활약하며 팀내 외야수 최다이닝을 소화한 베테랑 이용규(키움)을 방출한게 너무 섣부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피할 수 없다.

그나마 내야는 어느 정도 기본 틀이 잡혔다. 하주석-정은원-노시환 등 올해 경험을 쌓은 젊은 선수들이 2루수-유격수-3루수 주전 자리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역시 경험과 내구성 면에서 검증이 더 필요한 선수들이고, 경쟁체제를 유도할수 있는 백업 자원은 빈약하다.

물음표는 많은 데 느낌표는 부족하다.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을 보냈던 한화에게는 올겨울 스토브리그도 유난히 길고 춥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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