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대어로 주목받고 있는 2루수 최주환

최주환 ⓒ 두산 베어스


지난 11월29일 FA시장이 열린 지 13일 만에 처음으로 이적 선수가 나왔다.

SK 와이번스 구단은 1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내야수 최주환과 계약기간 4년 총액 42억 원(계약금 12억+연봉총액 26억+ 옵션 4억)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11년 조인성(LG트윈스 배터리 코치)과 임경완(롯데 자이언츠 잔류군 투수코치) 이후 9년 만에 외부FA를 영입한 SK는 최주환에게 구단 역대 외부FA 최고금액을 안겼다(종전 팀 기록은 2004년 김재현의 4년 총액 20억7000만원).

 2006년 두산 베어스 입단 후 프로에서 15년을 보낸 최주환은 통산 921경기에 출전해 타율 .297 781안타68홈런423타점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타율 .306 16홈런88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최주환은 "SK 구단에서 2루수로서의 가치를 인정해 주신 부분이 이적하는데 큰 결정 요소가 됐다"며 "SK에서도 더욱 노력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내년 시즌 팀이 도약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단 소감을 밝혔다.

정근우 이후 좀처럼 나타나지 않은 SK의 붙박이 2루수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번의 우승을 차지하던 시절까지만 해도 2루수는 SK가 자랑하던 포지션이었다. SK 유니폼을 입고 세 번이나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던 정근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근우는 주전으로 도약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야무진 타격과 재빠른 수비, 그리고 빠른 발을 두루 갖춘 '공수겸장 2루수'로 맹활약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는 무려 8년 연속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SK 내야의 간판스타이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였던 정근우는 2013 시즌이 끝나고 4년70억 원을 투자한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SK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8년 동안 연평균 117경기를 소화해 주던 정근우의 이적에 SK는 미처 대안을 준비하지 못했다. 10년 가까이 한 번도 걱정해 본 적이 없었던 비룡군단의 2루고민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SK는 2014년부터 유틸리티 내야수 나주환(KIA 타이거즈)에게 2루를 맡겼지만 2년 간 주전 2루수로 활약하던 나주환은 2016년 단 24경기 출전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SK는 2016년 외국인 유격수 헥터 고메즈를 영입하며 유격수 김성현을 2루수로 변신시켰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2016년은 한화 이적 3년째를 맞은 정근우가 타율 .310 18홈런88타점121득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SK팬들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SK의 길었던 2루 고민은 2018년 7월 트레이드를 통해 강승호를 영입하면서 깨끗하게 해결되는 듯 했다. SK 이적 후 37경기에서 타율 .322 2홈런21타점으로 활약한 강승호는 그 해 가을야구에서도 2홈런5타점7득점을 기록하며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SK는 병역의무를 마친 20대 젊은 내야수의 등장에 환호했고 강승호는 정근우의 뒤를 잇는 SK의 붙박이 2루수로 자리 잡는 듯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강승호는 작년 4월 음주 교통사고를 내며 임의탈퇴 처리됐고 SK의 2루는 다시 주인을 잃고 말았다. 염경엽 감독과 박경완 감독대행은 작년과 올해에 걸쳐 나주환과 안상현,최항,김창평 등 베테랑부터 중견 선수, 신예들까지 골고루 기회를 줬지만 누구도 2루의 적임자가 되진 못했다. 결국 SK는 구단 역대 외부 FA 영입 최다액을 투자하면서 3개의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가진 검증된 거포형 2루수 최주환을 영입했다.

'거포 2루수' 최주환은 행복드림구장 효과 볼까

최주환은 광주 동성고 시절부터 청소년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뛰어난 타격재능을 인정 받았지만 수비와 주루 등에서 약점을 보이며 2차 6라운드(전체46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최주환은 상무 시절 퓨처스리그 6관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타격에서 특출난 재능을 보였지만 전역 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당시 두산은 2루수 오재원, 유격수 손시헌(NC다이노스 2군 수비코치),3루수 이원석(삼성 라이온즈)로 이어지는 주전 라인업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주환은 좌절하지 않았다. 대타요원으로 서서히 출전기회를 늘려가며 1군 전력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최주환은 2017년 두산의 주전 지명타자로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301 7홈런57타점을 기록하며 프로 12년 만에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됐다. 그리고 최주환은 2018년 138경기에서 타율 .333 26홈런108타점87득점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정규리그 MVP 김재환과 함께 두산 타선을 이끌었다. 

그렇게 두산의 간판타자로 자리를 잡아가던 최주환은 작년 시즌 호세 페르난데스의 가세로 포지션이 애매해지며 타율 .277 4홈런47타점으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FA를 앞두고 철치부심한 최주환은 올해 2루수로 109경기에 선발출전하며 타율 .306 16홈런88타점의 성적으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특히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신인왕' 소형준을 상대로 결승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사실 FA시장에서 최주환에 대한 수요 가능성은 반반이었다. 타격능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선수 생활 내내 2루와 3루, 지명타자를 오갔을 만큼 포지션이 확실히 정해져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주환이 2루수로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SK를 비롯한 많은 팀들은 '2루수 최주환'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고 결국 가장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던 SK가 '최주환 쟁탈전'의 최종승자가 됐다.

SK는 트레이 힐만 감독(마이애미 말린스 주루코치) 시절이던 지난 2017년과 2018년 각각 234개와 233개의 팀 홈런을 기록하며 '홈런군단'으로 명성을 떨친 바 있다. 최주환 역시 타자친화적인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 잘 적응한다면 충분히 20~30개 정도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장타력을 가지고 있다. 최주환이 SK의 새로운 붙박이 주전 2루수로 자리 잡아 준다면 김원형 신임 감독도 첫 시즌을 더욱 원활하게 치러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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