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종료 뒤 FA 자격을 취득하는 두산 허경민

두산 허경민 ⓒ 두산 베어스

  
잠잠한 듯하던 프로야구 FA시장에서 초대형 계약이 탄생했다. 두산 베어스가 내야수 허경민과 7년 최대 85억원에 계약하며 팀에 잔류시켰다.

이번 계약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동안은 계약금 25억 원, 연봉 40억 원 등 총액 65억원을 받는 조건이다. 4년 계약이 끝난 뒤에는 선수가 팀 잔류를 택하면 3년 20억 원에 재계약하는 선수 옵션이 추가된다. 다만 성적에 따른 옵션은 별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경민이 두산에서 7년 계약기간을 모두 채울 경우 85억이 온전히 보장되는 것이다.

계약 조건과 기간 모두 최근 KBO리그 상황을 볼 때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7년 계약은 과거 정수근(롯데)과 최정(SK)의 6년 기록을 넘어서는 '역대 최장 FA 계약기간' 신기록이기도 하다. 그동안 프로야구에서는 정상급 선수라고 해도 보통 4년 계약이 일반적이었다. 옵션이 추가된 '4+3년'이라는 계약 방식도 흔하지 않다.

최근 몇 년간 KBO리그에서 FA시장의 거품을 줄여야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각 구단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예전같은 대형 계약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허경민에 앞서 FA계약을 맺었던 김성현이 원소속팀 SK와 2+1년 총액 11억 원, 김용의는 LG와 1년 2억 원으로 준척급 선수들이 '소박한' 계약을 맺은 것과 대조된다. 허경민의 계약은 KBO리그 역대 FA계약 규모 12위에 해당하는 데다, 두산 구단으로만 국한하면 2014년 외부 FA 장원준(4년 84억)을 뛰어넘는 최고액 기록이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FA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구단이 아니었다. FA 제도가 시작된 이래 진필중, 박명환, 정수근, 심재학, 홍성흔, 손시헌, 이종욱,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까지, 두산이 프랜차이즈로 키워낸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거액을 받고 타 팀으로 이적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반대로 두산 역사상 비싼 FA를 외부에서 영입한 경우는 장원준, 롯데에서 뛰다가 말년에 친정팀으로 컴백한 사례인 홍성흔 정도였다.

더구나 두산은 최근 모기업이 재정난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수분 야구'의 모태로 불리는 2군 훈련장 이천 베어스타운을 담보로 해서 겨우 290억 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해야 했을 정도다. 올시즌 주전급 선수만 무려 7명이나 FA 자격을 얻었고, 외국인 선수 영입도 고려하면 당장 자금이 생겼다고해서 섣불리 지갑을 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산은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파격적인 베팅으로 재계약 1순위였던 허경민을 잡는 데 성공했다.

때마침 계약 시점이 공교롭다. 두산은 지난 시즌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던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를 모두 잃을 위기에 놓였다. 포스트시즌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크리스 플렉센은 10일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2년 475만 달러에 계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 올 시즌 다승왕(20승) 라울 알칸타라도 일본 구단들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핵심 내부 FA인 오재일과 최주환 등 몇몇 선수들은 타 구단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이적설이 무성하다. 핵심 전력을 모조리 잃을 위기에 놓이며 다급해진 두산 구단이 일부 핵심자원이라도 지키기 위하여 허경민에게 무리한 '오버페이'를 한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도 나온다. 

물론 허경민은 충분히 가치 있는 선수다. 200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이래 두산에서만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며 통산 타율 2할 9푼 6리 33홈런 408타점 532득점을 기록하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회 우승을 차지한 '두산 왕조'의 중추로 활약했다. 올 시즌에도 117경기에서 타율 3할 3푼 2리 7홈런 58타점 70득점으로 활약했다.

허경민은 리그 최고의 수비와 더불어 주포지션이 3루외에도 유격수와 2루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범용성, 여기에 공격에서는 안정적인 타격 능력과 작전 수행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어느 팀에서든 탐을 낼 선수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새로운 선수를 육성해내는 '화수분 야구'가 한계점에 직면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작금의 두산에서는, 허경민까지 이탈할 경우 사실상 이렇다할 대안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3루수라는 포지션과 KBO리그의 타고투저 현상을 감안하면 많이 부족해 보이는 장타력, 7년 뒤면 37세가 되는 나이를 고려할 때 과연 그 정도의 대우까지 받을만했는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자연히 아직 계약을 맺지못한 다른 FA 대어들의 몸값과 거취에도 연달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허경민에게 지나치게 거액을 투자한 두산이 오재일과 최주환같이 남은 비싼 FA들을 잡을 여력이 있을까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사실상 몇몇 FA들의 이탈을 감수하고서 우선순위에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산 출신 FA들의 영입을 고려하던 타 구단들 입장에서도 허경민의 계약 규모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FA시장에서 오버페이를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색해졌다. 아직 이번 FA시장에서 기존 소속팀과 재계약한 사례 외에는, 팀을 옮긴 대형 계약은 나오지 않았다.

허경민의 계약으로 인해 시장에 남은 다른 FA 내야수들의 몸값은 자연히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확실한 전력보강을 노리는 구단들로서는 공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사실상 '올해의 첫 FA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 허경민의 대형 계약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프로야구 FA시장에 어떤 태풍을 몰고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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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민 85억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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