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클럽 축구 최고의 골잡이와 최고의 수비수가 만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다른 팀에서 들으면 조금 서운할 수도 있지만 이 게임은 미리 보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서도 골무원 '주니오'의 골 넣는 실력은 글자 그대로 최고였다. 최근까지도 유럽의 빅 클럽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던 탈 아시아급 센터백 김민재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기에 그 의미는 더욱 컸다. 울산은 이번 시즌 준우승 2회(K리그 1, FA컵)의 한을 풀기까지 딱 2게임만을 남겨놓게 됐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한국)가 우리 시각으로 10일 오후 7시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알 야눕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8강 토너먼트에서 간판 골잡이 주니오의 멀티골 활약에 힘입어 2-0으로 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김민재 손 맞은 주니오 슛 그리고 VAR

2020 K리그 1 득점왕 주니오(게임 당 0.96골)와 베이징 궈안의 유능한 센터백 김민재가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8강 첫 게임이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순간 그들의 운명이 묘하게 갈라지고 말았다. 게임 시작 후 16분만에 두 선수의 충돌 과정에서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다. 울산의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가 과감하게 오른쪽 끝줄까지 파고들어 낮고 빠르게 올린 공을 주니오가 상대 골문을 등지고 오버헤드킥으로 처리했다. 

처음에는 주니오의 오버헤드 슛이 아쉽게 허우센 골키퍼가 지키고 있는 베이징 궈안 골문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간 줄 알았다. 그런데 모하메드 압둘라 하산(UAE)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리며 왼쪽 코너킥이 선언됐고 그것조차도 바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 대회 8강부터 도입된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에서 수비수의 핸드 볼 반칙 여부를 판독했기 때문이었다. 주심의 온 필드 뷰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그러더니 모하메드 압둘라 하산 주심이 다시 그라운드로 달려나오면서 골문 앞 11미터 지점을 가리키는 손동작으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주니오의 오버헤드 슛을 막기 위해 베이징 궈안의 간판 수비수 김민재가 움직이다가 오른손을 내민 것이 정확하게 VAR 카메라에 찍힌 것이었다.

핸드 볼 반칙이 발생하고 약 5분이나 지나서 울산이 앞서갈 수 있는 결정적인 페널티킥이 시행됐다. 공을 11미터 지점에 내려놓은 주인공은 역시 주니오였다. 그는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 상황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골문 오른쪽 구석을 꿰뚫었다. 그 어느 팀보다 우승 트로피에 목말라 있는 울산의 소망이 조금씩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셈이다.

그리고 42분에 더 놀라운 추가골이 역시 주니오의 오른발 끝에서 나왔다. 왼쪽 구석 깃발이 꽂힌 지점까지 바짝 압박한 이근호 덕분에 베이징 궈안 오른쪽 풀백 왕강이 급하게 걷어낸 공이 미드필드 지역까지 물러서 있던 주니오 발 앞에 떨어진 것이다. 주니오는 이 공을 앞으로 살짝 밀어놓고 과감하게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골문으로부터 약 28미터나 떨어진 비교적 먼 거리였지만 주니오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점점 왼쪽으로 휘어날아가 베이징 궈안 골문 왼쪽 구석에 빨려들어갔다. 허우센 골키퍼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글러브 끝을 스치고 제대로 꽂힌 공이었다. 

이렇게 주니오는 해외 출장을 나가서도 골무원 본연의 임무를 누구보다 확실하게 끝낸 주인공이 되었다. 베이징 궈안은 후반전에 따라붙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게임 운영을 펼쳤지만 울산 현대의 침착한 수비망을 끝내 허물지 못했다. 64분에 헤나투 아우구스투의 패스를 받은 비에라가 울산 현대 페널티 구역 반원 위에서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린 공이 골문 왼쪽 기둥 하단에 맞고 나왔다. 불운이라기보다 베이징 궈안의 공격력이 딱 거기서 멈춘 듯 보일 정도로 울산의 수비는 탄탄했다.

동아시아 그룹 결승전이라 할 수 있는 4강에 오른 울산 현대는 오는 일요일(13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수원 블루윙즈를 승부차기로 힘겹게 물리치고 올라온 빗셀 고베(일본)와 결승 진출권을 놓고 만나게 된다.

2020 AFC 챔피언스리그 8강 결과(10일 오후 7시, 알 야눕 스타디움, 도하)

울산 현대 2-0 베이징 궈안 [득점 : 주니오(21분,PK), 주니오(42분)]

울산 현대 선수들
FW : 주니오(82분↔비욘 존슨)
AMF : 이근호(70분↔설영우), 이상헌(40분↔김인성), 이청용(70분↔신진호)
DMF : 윤빛가람(82분↔정승현), 원두재
DF : 박주호, 불투이스, 김기희, 김태환
GK : 조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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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주니오 울산 현대 챔피언스리그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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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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