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 결승전에서 현직 국가대표 경기도청을 상대로 승리하고 태극마크를 따낸 경북체육회 '팀 김은정' 선수들이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 결승전에서 현직 국가대표 경기도청을 상대로 승리하고 태극마크를 따낸 경북체육회 '팀 김은정' 선수들이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 경북체육회 '팀 김은정'의 다섯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탈환했다. '팀 김은정'(스킵 김은정, 서드 김경애, 세컨드 김초희, 리드 김선영, 핍스 김영미)은 24일 정오 열린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경기도청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고 태극마크를 다시 품에 안았다.

지난 2017-2018 시즌 평창 동계올림픽의 감동을 태극마크와 함께 달았던 그들이지만 김경두 일가 등 지도부의 부적절한 출전 방해와 갑질 등의 폭로가 겹치며 2년 가까이 태극마크와 멀어졌다. 그리고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상대인 경기도청(스킵 김은지, 서드 설예지, 세컨드 김수지, 리드 설예은) 역시 경기를 막판까지 끌고 가는 등 세계선수권 티켓을 지켜내려 애썼다. 하지만 더욱 간절했던 경북체육회가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드라마 같았던 경북체육회 선수들의 태극마크 탈환 순간을 담았다.

매서운 추격... 하지만 결국 안경선배가 웃었다

경기는 초반 경북체육회가 앞서나갔다. 후공이었지만 첫 엔드를 블랭크 엔드(하우스 안을 비워 득점하지 않는 것)로 처리한 경북체육회는 2엔드 1점을 올리며 득점의 포문을 열었다. 블랭크를 만든 것 치고 아쉬운 득점이었지만, 그 아쉬움도 3엔드에 깨졌다. 경북체육회가 석 점을 얻으며 달아난 것이다.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 여자부 결승전에서 경북체육회 김은정 스킵이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김초희 선수(왼쪽)과 김선영 선수(오른쪽)도 스위핑을 위해 스톤과 함께 가고 있다.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 여자부 결승전에서 경북체육회 김은정 스킵이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김초희 선수(왼쪽)과 김선영 선수(오른쪽)도 스위핑을 위해 스톤과 함께 가고 있다. ⓒ 박장식

 
경기도청도 초반 기세가 잡힌 상황을 뒤집기란 쉽지 않았지만 추격을 시도했다. 4엔드에는 득점을, 5엔드에 1점을 스틸하며 스코어를 5-2로 만들었다. 5엔드에는 양팀의 스톤을 서로가 쳐내는 핑퐁 게임이 펼쳐졌는데, 경북체육회의 마지막 스킵 샷이 자신들의 스톤에 걸리며 스틸을 내주고 말았다.

6엔드에는 경기도청의 스킵 샷 미스가 나왔다. 마지막 투구에서 경기도청의 스톤이 도리어 경북체육회의 스톤을 하우스 안으로 밀어넣은 것. 하지만 경북체육회도 스킵 샷이 호그라인을 제대로 넘지 못하는 웨이트 미스로 1득점에 그쳤다. 경기도청은 7엔드에 1점을 추격했지만, 점수 석 점차를 좁히지 못했다.

8엔드에는 김은정의 스킵 샷에서 실수가 발생하며 경기도청에 기회를 내줬다. 김은정의 첫 번째 스킵 샷이 자신들의 스톤을 테이크아웃하는 범실을 냈고, 1득점이라도 나아가기 위한 라스트 스톤도 웨이트가 강했던 탓에 그대로 하우스를 빠져나갔다. 경북체육회는 단숨에 두 점을 뼈아픈 스틸로 뺏기며 동점 위기에 빠졌다.

경북체육회는 9엔드 경기도청의 수비력에 막혀 한 점을 달아나는 데 그쳤다. 최후반의 그런 위기 덕분이었을까. 위기를 겪고 난 선수들은 마지막 엔드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10엔드는 경기도청이 후공이었기에 경기가 동점, 또는 그 이상으로 끌려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경기도청은 스틸을 위한 작전을 펼쳤다.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경북체육회 김은정 스킵이 스톤의 방향을 알리고 있다.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경북체육회 김은정 스킵이 스톤의 방향을 알리고 있다. ⓒ 박장식

 
그런 상황에서 경기도청의 라스트 스톤 범실이 나왔다. 마지막 엔드 경북체육회가 스킵샷 한 개만을 하우스의 1번 스톤으로 만든 상황, 경기도청의 마지막 샷이 상대 스톤을 쳐내지 못하고 그대로 하우스 밖으로 나가버렸다. 경북체육회가 8경기를 전승 우승하며 짜릿한 우승을 가져가는 순간이었다.

선수들은 우승의 순간 먼저 경기도청 선수들이 청한 악수를 받으며 예의를 차렸다. 그리고 아이스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게 모두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코치석에 있었던 김영미 선수도, 그동안 선수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임명섭 코치도 버선발로 나와 선수들과 함께 국가대표 탈환의 순간을 기뻐했다.

기쁨의 눈물 억눌렀던 김은정 "힘든 상황 이겨내 기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초희 선수도, 김선영 선수도 눈가를 훔쳤다. 유일하게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선수는 김은정 선수였다. 김은정 선수는 오히려 모두에게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시상식 때도 웃음을 보이며 '안경선배'다운 모습을 보였지만 인터뷰에서는 결국 평창 올림픽 이후 힘들었던 3년의 회한을 떠올리다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다.
 
 인터뷰를 하던 김은정 스킵(오른쪽)이 결국 눈물을 보이고 있다.

인터뷰를 하던 김은정 스킵(오른쪽)이 결국 눈물을 보이고 있다. ⓒ 박장식

 
김은정 선수는 올림픽 이후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리며 "내 선택이 잘못되었을까봐 불안했고 팀원에게 큰 짐을 지운 것 같아 미안했다"라며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오래간만에 국가대표를 하게 되었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한 것이기에 더욱 기쁘다"며 울먹였다. 

김선영 선수도 눈물샘이 터졌다. "우리가 평창 올림픽을 전후해 2년 동안 국가대표를 했었기 때문에 그때 준비했던 게 생각났다"며 "2년 동안 같이 준비했던 것이 생각났다. 준비한 만큼 이런 좋은 결과를 만들어서 기분 좋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김경애 선수는 "경기 초반 점수차가 나다보니 긴장이 덜했던 것 같았다. 마지막에 경기가 뒤집어질 수도 있었는데 끝까지 뭉친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은정 선수도 "실수가 많았고,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경기는 아니었다"며 "하지만 8엔드 실수 후 더 차분해진 것 같다. 10엔드에도 아이들이 잘 스위핑해주어 이길 수 있었다"고 경기를 총평했다.

고마운 사람은 없을까. 김은정 선수는 "못하면 '엄마라서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더욱 열심히 했다"며 "변에서 많이 도와주셨고, 특히 남편과 가족이 육아때문에 많이 힘들었을텐데 가장 먼저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는 임명섭 코치에 대해서도 "팀 안에서도 대화를 많이 나누고, 수치상으로 여러 작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신다"며 "세계선수권도 이렇게만 준비한다면 더욱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3월 세계선수권... '월드 투어' 없는 것이 변수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경북체육회 '팀 김은정'.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경북체육회 '팀 김은정'. ⓒ 박장식

 
선수들은 진천선수촌에서 담금질을 한 후 내년 3월부터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예선 티켓을 노린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원래 선수들은 국내대회와 국제대회를 오가며 바쁘게 지내야 했다. 월드 투어, 그랜드슬램이나 컬링컵 등 여러 대회가 있는데 이 대회들이 코로나19 탓에 올스톱되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국내대회에 더욱 힘을 써야 하는 상황. 김영미 선수는 "월드 투어를 코로나19 탓에 못 나가 아쉽다"며 "국내에서도 코로나19가 심해 대회가 어렵다보니 남자부 선수들과 여고부, 남고부 후배들과 연습경기를 하며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리아 컬링 리그와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영미 선수는 "처음 리그가 너무 잘 되어서 좋았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못했는데 이제는 다시 했으면 한다. 리그 덕분에 국내 팀들의 실력이 부쩍 오른 것을 많이 느낀다"고 답했다.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금요일까지 믹스더블 경기가 이어진다. 현직 국가대표와 라이징 스타, 그리고 2020 로잔 유스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들이 한 데 모여 진검승부를 펼친다. 이번 믹스더블 국가대표 선발전의 결승전도 TV를 통해 중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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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체육회 컬링팀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컬링 팀 킴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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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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