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 출신의 김성은은 지난 1998년에 출연했던 시트콤 <순풍상부인과>로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김성은은 도저히 어린 아이라고 믿을 수 없는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미달이라는 캐릭터가 오랜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한다. 현재는 배우활동보다는 개인방송 BJ로 활동하며 미달이가 아닌 김성은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김유정, 김소현과 함께 '잘 자란 아역배우 3인방'으로 불리는 김새론에게도 극복해야 할 이미지가 있다. 바로 <아저씨>의 소미다. 김새론은 <아저씨> 이후에도 1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여전히 많은 대중들은 김새론을 보면 "아저씨는 왜 요즘 영화 안 찍는대니?"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만큼 김새론이라는 배우에게 <아저씨>는 오늘의 김새론을 있게 한 대표작이자 극복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아역 출신 배우들은 어린 시절에 출연했던 작품의 강렬한 이미지가 성인이 된 후까지 따라가는 경우가 자주 있다(해외에도 <나 홀로 집에>의 맥컬리 컬킨과 <터미네이터2>의 에드워드 펄롱 등 비슷한 사례는 매우 많다). 17일 첫 방송되는 JTBC 미니시리즈 <라이브온>에서도 어린 시절의 이미지를 극복해야 할 배우가 있다. 미취학 아동시절에 찍은 아이스크림CF의 한 장면이 대중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된 배우 정다빈이 그 주인공이다.

아이스크림 소녀로 강렬하게 데뷔 후 아역배우 활동
 
 정다빈은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아이스크림 소녀'의 정변을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정다빈은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아이스크림 소녀'의 정변을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 SBS 화면 캡처

 
아이스크림으로 케이크를 만든다는 게 보편화되지 않았던 지난 2003년, 미국에 본사가 있는 31가지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에서 새로운 CF 하나를 공개했다. 그 CF 속에서는 천사 날개를 단 귀여운 꼬마 아이가 구름 위를 날아 다니며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소개했다. 예쁘고 귀여운 얼굴과 커다란 눈망울로 시청자들을 무장해제시켰던 만 3세의 '아이스크림 소녀' 정다빈이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2003년에 한 편의 CF를 통해 일약 화제의 중심에 선 정다빈은 많은 선배 아역 스타들이 그랬던 것처럼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아역배우의 길을 걸었다. 정다빈은 2005년 <원더풀 라이프>와 2006년 <진짜 진짜 좋아해>에 잇따라 출연했는데 <원더풀 라이프>에서는 S.E.S. 출신의 여성배우 유진, <진짜 진짜 좋아해>에서는 <아빠!어디가>에 출연했던 남자배우 류진의 딸로 출연했다.

정다빈은 2008년 드라마 <일지매>에서 이영아의 아역, 2008년 <바람의 나라>에서는 임정은 아역, <스타의 연인>에서는 최지우의 아역을 연기하며 아역배우로서 착실히 경력을 쌓아 나갔다.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63부작 주말 드라마 <인생을 아름다워>에서는 우희진의 딸로 출연했고 국내 최고의 스릴러 작가 김은희의 시작을 알린 드라마 <싸인>에서는 음산한 시골소녀 연기를 잘 소화했다.

정다빈은 배우 데뷔 후 공백 없이 꾸준한 활동을 이어 왔지만 대중들이 '아이스크림 소녀의 귀환'을 발견한 작품은 2011년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서였다. 정다빈은 <뿌리깊은 나무>에서 반촌 주막집 주모의 딸 연두 역을 맡아 똘똘하고 야무진 연기를 선보였다. 정다빈이 연기한 연두는 세종을 죽이기 위한 자객이자 '대륙제일검'으로 불리던 개파이(김성현 분)의 유일한 친구로 한가놈(한명회)에 이어 조선에서 한글을 배운 두 번째 백성이었다.

아이스크림 소녀의 이미지를 간직하며 아역배우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잘 성장한 정다빈은 2015년 황정음과 박서준, 고준희, 최시원 등이 출연한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황정음의 아역을 연기했다. 당시 정다빈은 황정음이 연기한 김혜진의 어린 시절과 현재 김혜진의 동생인 김혜린 역을 모두 맡아 1인 2역의 연기를 선보였다. <그녀는 예뻤다>가 유쾌한 코드의 로맨틱 코미디였기에 가능했던 일종의 '배우개그'였다. 

JTBC 드라마 <라이브온> 통해 메인 주연 신고식
 
 정다빈은 <옥중화>에서 단 4회 출연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다빈은 <옥중화>에서 단 4회 출연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MBC 화면 캡처

 
정다빈은 2016년 이병훈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옥중화>에서 진세연의 아역을 연기하며 또 한 번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다빈은 4부까지만 출연하고 퇴장하는 작은 역이었지만 옥녀가 전옥서에서 살면서 주역, 사주, 화술, 소매치기(?) 등 다양한 재주를 익히는 과정을 잘 보여줬다. 특히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선보인 눈물 연기는 정다빈이 그저 귀엽기만 한 아역배우가 아님을 증명하기 충분했다.

2019년 어느덧 성인이 된 정다빈은 지난 4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인간수업>을 통해 파격적인 변신에 나섰다. 학교짱인 곽기태(남윤수 분)와 사귀면서 밤에는 조건만남을 뛰는 이중생활을 하는 불량학생 서민희를 연기한 것이다. 특히 이실장을 연기한 최민수와는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 극 후반에는 거의 부녀관계처럼 사이가 좋아졌는데 이 때 보여준 섬세한 감정연기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얻었다.

성인이 되면서 누군가의 아역보다는 독립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경우가 많아진 정다빈은 17일 첫 방송되는 JTBC 드라마 <라이브온>을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메인 주인공을 연기한다. 고등학교 방송부에서 벌어지는 상극 케미 로맨스를 표방한 <라이브온>에서 정다빈은 전교생에게 선망의 눈빛과 시샘의 눈초리를 동시에 받는 SNS 인플루언서 백호랑을 연기한다. 

<라이브온>에는 정다빈 외에도 워너원 출신이자 현 뉴이스트 멤버 황민현이 예민함과 섬세함, 신경질 등으로 똘똘 뭉친 완전무결남 방송부장 고은택 역을 맡아 정다빈과 연기호흡을 선보인다. 이 밖에 빅톤의 최병찬이 똘끼와 여유로움으로 뭉친 순수함의 결정체이자 백호랑의 유일한 친구 김유신을, 모모랜드 출신의 연우가 남자친구 밖에 모르는 학교의 대표 사랑꾼 강재이를 연기한다. 

<라이브온>은 작년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공동 연출을 맡았던 김상우 PD의 첫 단독 연출작품이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3~4%대의 낮은 시청률 속에 종영했지만 10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현직 가수 출신의 신예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 <라이브온> 역시 그런 이변을 기대하고 있다. <라이브온>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18년 차 중견(?)배우 정다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jtbc 새 미니시리즈 <라이브온> 정다빈에게는 데뷔 첫 메인 주연작이다.

jtbc 새 미니시리즈 <라이브온> 정다빈에게는 데뷔 첫 메인 주연작이다. ⓒ <라이브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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