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리그는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초겨울 날씨를 감안하여 15일 일정에 포함되어 있는 라운드부터는 실내 경기장에서 진행한다는 방침에 따라 플레이오프부터 모든 경기는 중립 경기장인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된다.

준플레이오프 승리 팀인 두산 베어스가 정규 시즌 2위 kt 위즈에 2승 1패로 앞서 있는 상황에서 두 팀은 13일 4차전 경기를 치른다. 이 날 경기에서 두산이 승리할 경우 플레이오프가 종료되며, kt가 승리할 경우 하루 휴식한 뒤 15일 일요일 낮에 승자 독식 경기인 5차전을 치른다.

kt가 정규 시즌 2위, 두산이 정규 시즌 3위를 기록했지만 두 팀의 시즌 최종 순위는 뒤집어질 수 있다. KBO리그 순위 규정에 의하면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팀은 정규 시즌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한 팀이 정규 시즌 성적과 관계 없이 최종 우승이 되며, 준우승한 팀이 최종 2위가 되는 셈이다.

물론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한 NC 다이노스에게는 한국 시리즈 성적과 별개로 정규 시즌 우승 트로피가 별도로 수여된다. 그러나 NC가 한국 시리즈 우승에 실패할 경우 최종 2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정규 시즌 2위 KT도 한국 시리즈 진출에 실패할 경우 최종 3위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일정 변동으로 인한 겨울 포스트 시즌, 체력과 경기 감각이 변수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KBO리그가 예정보다 6주 가량 늦게 시작됐다.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이 1년 미뤄지면서 비게 되었던 여름 휴식기 3주에 4월 초 일정이 다시 편성되었고, 나머지 4월의 일정들은 10월에 다시 편성됐다.

보통 같으면 올스타 게임 전후로 잠시 휴식이 있었지만, 올해는 휴식을 보낼 시간이 없었다. 휴식 없이 겨울에 포스트 시즌을 시작하면서 144경기를 쉬지 않고 달려온 야수들은 포스트 시즌이 시작되자 몸이 지쳐서 제대로 타격감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 여파로 와일드 카드 결정전은 연장 13회까지 가서야 1점 차로 승부가 났을 정도였다.

두산과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4일의 휴식을 취하고 온 두산이 무실점으로 승리했다. 두 팀 모두 2차전이 되어서야 서로 점수를 주고 받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시리즈 분위기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은 경기 감각이 깨어 있던 두산이 승리했다. 열흘을 쉬고 경기를 다시 진행한 kt의 타선은 그 감각이 깨어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집중력이 살아난 kt의 타선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8회초에만 5득점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2020년 최동원 상 수상자인 라울 알칸타라는 3차전 두산의 선발투수로 등판하여 7회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그러나 8회에 책임 주자를 남겨두고 내려오면서 후속 투수들의 방화로 인해 3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반면 1차전에 구원 등판하면서 포스트 시즌 감각을 간접 체험했던 윌리엄 쿠에바스는 컨디션이 맞춰진 3차전에서 8이닝 무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현재까지 플레이오프의 진행 양상을 살펴보면,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여 야수들의 경기 감각이 깨어있던 두산이 1차전과 2차전을 가져갔다. 그러나 휴식 없이 진행되었던 정규 시즌의 여파와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포스트 시즌의 체력 소모로 인하여 두산은 3차전에서 그 집중력이 깨진 모습을 보였다.

두산의 집중력이 깨진 모습은 3차전 8회초 한 이닝에서 드러났다. 두산은 8회 2사에서 알칸타라가 내려간 뒤에도 홍건희, 박치국이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결국 함덕주까지 8회에만 4명의 투수를 동원한 결과 간신히 kt 타선에 타오른 불을 겨우 끌 수 있었다.

중립 경기장인 고척 스카이돔의 영향도 있었다. 천연 잔디를 사용하는 다른 경기장과 달리 햇빛을 직접 받을 수 없는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인조 잔디를 사용하는데, 이로 인하여 타구의 흐름이 달라 수비수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돔 구장 조명의 영향으로 타구가 떨어지는 지점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여 허용한 안타도 있었다.

야수들의 집중력 저하는 수비보다 타격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며 선발투수들의 호투가 이어졌다. 이러한 영향으로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는 케이시 켈리(LG 트윈스, 7이닝 10탈삼진 2실점)와 제이크 브리검(키움 히어로즈, 6.1이닝 2실점) 모두 퀄리티 스타트 이상의 호투를 펼쳤다.

후반기 부상으로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했던 크리스 플렉센(두산)은 비축해 두었던 체력 덕분에 포스트 시즌에서 뛰어난 구위를 선보이고 있다. 플렉센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 플레이오프 1차전 7.1이닝 11탈삼진 2실점으로 무서운 구위를 선보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했지만 소형준(kt 위즈) 역시 6.2이닝 무실점의 뛰어난 투구를 펼쳤다.

아직은 알 수 없는 플레이오프 4차전의 흐름

그러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그 동안 침묵하고 있었던 kt의 타선은 집중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생애 첫 포스트 시즌 출전이었던 강백호는 1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 2차전에서 4타수 1안타로 2경기 타율 0.125에 그쳤다.

그러나 강백호는 3차전에서 4타수 3안타에 고의4구까지 추가하면서 한 경기에서만 5타석 4출루로 존재감을 크게 끌어 올렸다. 1차전에서 결정적인 타점을 올렸던 베테랑 유한준도 3차전에서 다시 타점을 추가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황재균, 멜 로하스 주니어 등 중심 타선들의 집중력이 모이면서 kt는 8회에만 5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

3차전 후반 두산도 반격을 시도하긴 했다. 2점을 내긴 했지만 두산의 2득점은 8회말 오재원, 9회말 김재환이 각각 솔로 홈런으로 추가한 점수가 전부였다. 주자가 모였을 때 팀 배팅을 집중하여 대량 득점에 성공한 kt와 다른 양상으로 그 이상의 점수를 추가하진 못했다.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도 변수다. 목에 경미한 통증이 있었던 알칸타라는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호투하면서 다행히 몸 상태에는 이상이 없음을 보여줬다. 다만 3차전 투구수가 많아서 플레이오프에서는 더 이상 등판할 수 없다.

허경민은 3차전 도중 4회말 대타로 교체됐다. 비염 증세로 인한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일단 13일 낮 훈련에서 타격감을 점검하긴 했다. 두산의 입장에서는 플레이오프 타율 0.333을 기록하고 있는 허경민의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는 점에서 일단 컨디션을 점검한 뒤 출전시킬 예정이다.

4차전에서 kt는 2차전 선발투수였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3차전 선발투수였던 쿠에바스를 미출장 선수로 등록했다. 두산은 3차전 선발투수였던 알칸타라는 미출장 선수로 등록했지만, 플렉센 대신 윤명준을 미출장 선수로 등록했다.

이에 따라 1차전에 선발로 등판했던 소형준과 플렉센의 출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두산은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기 위해 플렉센의 구원 등판 가능성이 있다. 소형준의 경우는 풀 타임 1년차인 점을 감안해 보호 차원에서 좀 더 휴식을 부여한 뒤 5차전에 선발로 등판할 전망이다.

NC의 일정까지 바뀔 수 있는 플레이오프의 향방

다른 때였다면 정규 시즌 우승 팀인 NC는 창원에서 한국 시리즈 1차전을 준비하면서 자체 청백전 등의 연습 경기로 포스트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한국 시리즈가 7경기 모두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기 때문에 오히려 NC가 상대 팀을 만나러 서울로 이동해야 한다.

NC에게 익숙한 창원 NC 파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결국 NC도 kt나 두산처럼 고척 스카이돔에 다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1년에 8경기 원정하는 것과 시리즈 7경기를 연속으로 치르는 것은 차이가 크기 때문에 보다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국 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고척 스카이돔은 현재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기 때문에 NC가 적응 훈련을 진행할 수 없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냥 경기가 없는 날에 훈련을 하면 되지만, 코로나19 거리두기 대책으로 인하여 플레이오프가 끝날 때까지는 NC가 고척 스카이돔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불편 요소다.

이 때문에 플레이오프 일정에 따라 NC의 한국 시리즈 준비 일정도 달라질 전망이다. 플레이오프가 조금이라도 일찍 끝난다면 NC는 서울로 일찍 이동하여 그 만큼 고척 스카이돔에서 적응할 시간을 하루 더 벌 수 있다.

만일 13일 4차전에서 플레이오프가 두산의 승리로 끝난다면, NC는 14일에 창원을 떠나 서울로 이동한다. 4차전에서 kt가 승리하여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갈 경우 NC는 5차전이 열리는 15일에 서울로 이동한다. 이동한 날 짐을 풀고 다음 날에 서울 훈련을 시작할 수 있는 일정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16일에 고척 스카이돔 훈련과 한국 시리즈 미디어데이 일정은 같다. 플레이오프가 일찍 끝날 경우 NC는 15일에 하루 더 서울에서 훈련을 진행 할 수 있다.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다른 라운드의 미디어데이는 취소되었지만, 한국 시리즈인 만큼 미디어데이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훈련 시간을 하루 더 버는 것이 NC에게는 큰 이점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시리즈의 분위기로 봐서는 NC는 15일에 서울로 이동해야 하는 시나리오가 실현 가능성이 보인다. 시리즈 전적에서는 여전히 두산이 2승 1패로 앞선데 3차전에서 kt가 타선의 집중력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고, 집중력이 흐트러진 두산이 오히려 쫓기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물론 두산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한국 시리즈에 진출한 저력이 있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의 최종 승리 팀은 아직 모른다. 다만 누가 승리하든 시리즈가 장기전이 될 경우 오히려 NC가 고척 스카이돔에 적응할 시간도 부족하고 창원에서 서울까지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피로 회복이 한국 시리즈 초반까지 미칠 수도 있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kt는 배제성, 두산은 유희관이 선발투수로 출격한다. 배제성은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1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6이닝 4실점 패전을 기록한 바 있다. 유희관은 올 시즌 kt를 상대로 5경기 1승 3패 평균 자책점 6.45로 부진했다.

일단 다른 경기와 달리 플레이오프 4차전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처럼 타선이 얼마나 많은 점수를 집중적으로 낼 수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겨울"에 열리는 "가을 클래식" 한국 시리즈에서 맞붙을 NC의 상대 팀이 어느 시점에 결정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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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KT위즈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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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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