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코칭스태프 3명과 선수 8명에게 내년 시즌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통보했다. 이는 소속팀 유니폼을 벗고 새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는 의미다.

매년 시즌이 끝나면 기존 선수들의 퇴단(방출)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키움의 재계약 불가 선수 명단을 본 야구 팬들 중에는 의야함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2016 시즌 KBO 신인왕을 차지했던 투수 신재영, 최근 3시즌 백업 외야수로 익숙했던 김규민이 여기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제법 인지도 높은 선수들의 재계약 불발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들은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까.

4년 전 신인왕... 슬라이더 위력과 제구력을 잃다
 
넥센 선발투수 신재영 역투 넥센 선발투수 신재영이 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kt wiz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2018.4.3

▲ 넥센 선발투수 신재영 역투 넥센 선발투수 신재영이 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kt wiz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2018.4.3 ⓒ 연합뉴스

 
지난 2016년 신재영의 위력은 대단했다. 평균구속 135km/h로 그리 빠르지 않은 포심 패스트볼로도 평균자책점(ERA) 3.90, 15승 7패 (168.2이닝 투구)의 빼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데 주무기로 활용한 슬라이더(120km/h) 위력이 큰 보탬이 되어줬다. 팀 동료 한현희를 비롯해서 심창민(삼성), 정우영(LG) 사이드암 계열 투수들 상당수가 슬라이더를 주력 구종으로 활용하지만 이들은 145km/h 전후의 강속구를 겸비한 선수들이다. 강력한 구위를 동반하면서 슬라이더를 적극 활용하며 상대 타자들을 압도한 데 반해 신재영의 구속은 그리 빠르지 못한 편이다.

이러한 약점을 상당부분 채워준 것은 바로 슬라이더의 예리한 각이었다. 비록 느린 속도를 지닌 슬라이더로도 웬만한 체인지업, 싱커 못잖게 떨어지다보니 사이드암인데도 불구하고 좌타자들도 큰 어려움 없이 상대해냈다. 여기에 국내 투수로는 1군 데뷔 최장 이닝 (2016년, 26이닝) 무볼넷 진기록도 보유할 만큼 빼어난 제구력 역시 큰 보탬이 되어준다. 그런데 신재영의 전성기는 아쉽게도 2016년 단 한 시즌에 그치고 말았다.

1군 풀타임 두번째 시즌(125이닝 투구)였던 2017년 ERA 4.54에 6승 4패로 뒷걸음질 치더니만 2018년엔 8승 9패를 거두긴 했지만 ERA는 무려 6.75로 급격히 나빠졌다. 투구 이닝 역시 101.1이닝으로 감소할 만큼 미흡한 기록을 남겼고 지난해와 올해엔 각각 29.1이닝과 5이닝 투구에 머물면서 소속팀의 전력에 전혀 보탬이 되질 못했다. 이러한 부진의 큰 이유는 앞서 소개한 슬라이더 위력 감소, 제구력 난조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1.12개라는 신인왕 시절 빼어난 9이닝 볼넷 비율 및 이닝당 주자 출루율(WHIP)은 매년 치솟았고 피안타율, 피OPS 등 또한 동반 상승하면서 1군 선발과 불펜 모두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만다.  

예년 대비 완만해진 슬라이더에 타자들은 더이상 헛스윙을 하지 않고 정타를 만들어냈다. 자연스레 신재영의 활용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100이닝 이상을 마지막으로 소화한 2018 시즌만 보더라도 좌타자(피OPS 0.974), 우타자(피OPS 0.988) 가릴 것 없이 열세를 드러냈다. 이는 2년 동안 신재영의 팀내 입지를 줄어들게 만들었다.

올해 외국인 선수 브리검을 비롯해서 최원태, 이승호, 안우진 등 주력 투수 상당수가 시즌 도중 부상으로 자리를 비울 정도로 키움은 어려움에 처했다. 그러나 신재영은 단 5이닝 출장에 그칠 만큼 신뢰를 잃어버렸다. 포심, 슬라이더 투피치에 상대적으로 느린 구속을 지닌 신재영으로선 결국 '어게인 2016'을 이루기 위해선 사라진 슬라이더의 위력 그리고 제구력 회복이 급선무가 될 수밖에 없다.

장타력 부족한 좌익수... 공수 능력 향상의 과제

왼손잡이 외야수 김규민의 퇴단도 신재영 못잖게 충격적이다. 팀 내 4~5번째 외야수 및 백업 1루수로도 활용되면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맞았던 2018년엔 104경기 타율 0.295 (298타수 88안타)을 기록할 만큼 제법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기도 했지만 역시 한해 반짝에 머물고 말았다. 336타석 등장했던 2018년과 달리 지난해 250타석(94경기), 올해 111타석(54경기)으로 해마다 그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각종 타격 성적 역시 이와 비례해 급감했고 (2019년 OPS 0.657, 올해 OPS 0.527) 급기야 올해 자신의 주포지션에서 내야수 김혜성에게 자리를 내주는 상황 마저 빚어진다. 이렇듯 팀 내 김규민의 비중이 대폭 축소된 데엔 부족한 공격력과 수비력을 이유로 들 수 있다.

2018년 표면적인 성적은 무난해보였지만 그 해 김규민의 OPS는 고작 0.730 (장타율 0.369, 출루율 0.361)에 불과했다. 백업 자원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공격력이 최우선시 되는 좌익수+1루수 요원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기록이다. 시즌 최다 홈런은 고작 3개에 머물만큼 장타력과는 거리가 멀었고 안타를 유도하는 컨택 능력이나 출루를 많이 할 정도의 빼어난 선구안, 그리고 믿음직한 수비력을 보유한 것도 아니었다.

빠른 발을 가졌지만 다소 부족한 타구 판단은 벤치로 하여금 좌익수 이외의 영역에서 그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중학교 이후 내야만 봤다는 동료 김혜성(좌익수 44경기 출장)이 김규민(좌익수 40경기 출장)보다 더 많이 외야 코너 자리를 맡았다는 건 그의 수비력에 대한 구단의 판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목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타팀이었다면 신재영, 김규민 정도 선수의 반등을 기대할 수도 있었겠지만 키움의 결단은 단호했다. 이들의 방출은 해당 선수가 없어도 충분히 대체할 만한 자원이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으로 비춰질 수 있다. 2군 유망주 투수 및 야수들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없다면 이와 같은 선택은 쉽사리 이뤄지기 어려운 법이다. 결국 키움은 기다림 대신 과감한 정리로 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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