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이종현(고양 오리온)과 최진수(울산 현대모비스)은 알고보면 공통점이 많은 선수들이다. 둘 다 풋풋한 10대 시절부터 '최연소 성인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달며 화려하게 등장했고, 한때 미국 무대까지 도전하면서 한국농구의 미래로 주목받은 초특급 유망주였다. 하지만 정작 성인무대에서는 잠재력에 비하면 크게 성장하지 못한 '비운의 재능'으로도 꼽힌다.

두 선수는 최근 프로 데뷔 이후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11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전주 KCC, 고양 오리온이 3각 '빅 딜'을 성사시키며 대규모의 선수이동이 이뤄졌다. 오리온은 최진수와와 강병현을 현대모비스로 보내고, 현대모비스의 이종현과 김세창이 오리온 유니폼을 입게 됐다. 여기에 올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현대모비스와 오리온 중 더 높은 순번의 지명권을 현대모비스가 갖게 됐다. 또한 현대모비스의 박지훈과 김상규를 KCC로 보냈고, KCC는 권혁준을 현대모비스로, 최현민은 오리온으로 이적시켰다.

현대모비스와 KCC는 지난해에도 라건아-이대성을 보내고, 김국찬-리온 윌리엄스-박지훈, 김세창을 받는 2대 4 대형트레이드를 단행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2년 연속으로 그것도 같은 날에 트레이드가 성사되며 묘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많은 선수들이 이동했지만 역시 가장 주목받는 스타플레이어는 이종현과 최진수다. 아마추어 시절의 빛나는 재능에 비하여 프로에서의 커리어는 아쉬움을 남겼던 두 선수로서는 새로운 팀에서 부활을 노릴 수 있을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종현은 10대였던 경복고 시절 '한 경기 리바운드 42개'를 잡아내는 비범한 기록을 세우며 고교생 신분으로 2012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성인 농구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처음 올렸다. 고려대 시절에는 모교의 대학리그 전관왕과 프로-아마 최강전 우승을 이끌었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에 12년 만의 금메달을 안기는데 기여하며 일약 서장훈-김주성의 뒤를 잇는 한국농구 차세대 빅맨으로 입지를 굳혔다. 2015년에는 NBA 서머리그에 참여하여 미국무대 진출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종현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울산 현대모비스의 지명을 받았다. 강상재(인천 전자랜드), 최준용(서울 SK) 등 스타급 유망주가 많은 황금드래프트였지만 당시 최대어는 누가 뭐라해도 이종현이었다. 평소 진중하고 냉철한 이미지가 강한 유재학 감독이 1순위 지명권을 얻게되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환호하는 모습이 농구팬들 사이에서 큰 웃음을 안기며 한동안 이슈가 될 정도였다. 이종현의 가세만으로 모비스가 당장 우승후보가 되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프로무대에서 이종현의 지난 4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첫 시즌부터 발등 부상으로 데뷔가 3개월이나 늦어졌고 고작 22경기 출전에 그치며 신인왕에 도전할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서서히 프로에 적응해가던 2년차에는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고, 2019년에도 무릎 슬개골 골절로 다시 수술대에 오르는 등 매년 큰 부상이 이어지며 선수로서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모비스는 2018-19시즌 정상에 올랐지만 이종현의 기여도와 존재감은 미미했다.

이종현의 커리어가 정체된 사이에 경쟁자로 꼽히던 라건아, 김종규, 이승현, 최준용 등은 하나같이 KBL을 대표하는 선수들로 자리잡으며 어느덧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또한 이종현은 지난 7월 한 유튜브 방송에 동료들과 출연하여 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종현은 한때 NBA의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으나 부상으로 커리어를 완전히 망친 그렉 오든(전 포틀랜드)의 KBL 버전으로 전락했다는 안타까운 평가를 받아야했다.

최진수는 미국 메릴랜드대 시절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NCAA(전미대학체육협회) 디비전 1에 등록되어 활약했을만큼 촉망받던 장신포워드였다. 하지만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하는 미국 대학스포츠 시스템에서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고, 무리한 성인국가대표팀 차출(허재 감독)로 인하여 유급까지 당하는 상황이 되자 결국 한국 복귀를 결정하며 농구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던 비운의 유망주였다.

최진수는 2011년 KBL 신인 드래프트에 일반인 자격으로 참여하고도 전체 3순위로 당시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의 지명을 받았다. 국내 최고의 '포워드 전문가'로 꼽히는 추일승 감독의 지도 하에 주전급 선수로 성장했으나 상무 전역 이후로는 성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였고, 여기에 2014년부터 오리온에 합류한 이승현이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잡으면서 최진수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추일승 감독은 마지막까지 이승현과 최진수의 공존을 위하여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최진수는 3번(스몰포워드)와 4번(파워포워드) 사이에서 애매한 '트위너'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레이드는 소속팀의 사정이 맞아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종현과 최진수에게도 어쩌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는 기회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지난 여름 FA로 또다른 국가대표 빅맨 장재석을 영입하며 잦은 부상에 시달린 이종현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오히려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전천후 포워드인 최진수를 영입하며 기동성과 높이, 수비력 부문에서 활력소를 더하게 됐다.

최진수는 모비스 시스템에서 현재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3번 자리에 주전으로 나설수도 있고, 혹은 벤치에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조커'로도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김효범-이대성-이승준 등 장단점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던 개성 강한 선수들도 특유의 '시스템 농구'안에서 리그 정상급 자원으로 키워낸 경험이 있는 유재학 감독의 지도력이 최진수에게도 통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오리온은 계륵 신세였던 최진수를 보낸 대신, 무엇보다 고려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이종현과 이승현의 '토종 트윈타워'를 확보하게 됐다. 이종현은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의 농구스타일과는 그리 맞지 않았던 데다 팀 사정상 주전 센터로서 외국인 선수와 매치업을 이뤄야하는 경우가 많아서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

오리온에는 누구보다 호흡이 잘맞는 이승현이 있는데다 수비형 외인 빅맨인 제프 위디도 있기에 이종현이 골밑에서 이것저것 궃은 일을 전담해야 하는 부담도 적다. 또한 이종현과 이승현은 같이 뛸 수도 있지만 서로 출전시간을 분담하는 식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종현은 아무래도 부상 경력이 많기에 어느 정도 관리가 필요하다. 위디의 부진으로 그동안 과도한 출전시간에 대한 부담이 컸던 이승현이었던만큼, 이종현과의 로테이션을 통한 체력 안배만 어느 정도 가능해져도 오리온으로서는 큰 이득이 될 전망이다.

최진수와 이종현 모두 이렇게 평범한 선수로 어중간하게 커리어를 끝마치기에는 아쉬운 재능을 갖고 있다. 이번 트레이드는 돌파구가 필요했던 선수들에게 오히려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선수 본인들이 잃어버린 열정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 또 한 번 프로농구에 역대급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모비스와 오리온, KCC가 이번엔 모두 함께 웃는 윈윈 거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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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최진수 프로농구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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