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GS칼텍스를 가까스로 꺾고 개막 후 파죽의 6연승을 내달렸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3-25,25-22,25-19,23-25,17-15)로 승리했다. 1라운드에서 전승을 거둔 흥국생명은 2라운드 첫 상대로 만난 난적 GS칼텍스의 도전을 뿌리치고 승점 2점을 획득하며 독주체제를 이어갔다(승점16점). 

흥국생명은 '여제' 김연경이 55.56%의 공격성공률과 함께 블로킹 3개를 곁들이며 38득점을 퍼부었고 이재영이 23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노장 김세영과 신예 이주아로 구성된 센터진도 7개의 블로킹을 합작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삼각편대의 한 축인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가 어깨부상으로 2득점에 그쳤지만 대체 선수의 맹활약으로 공백을 느낄 수 없었다. 교체 선수로 투입돼 13득점을 올린 김미연이 그 주인공이다.

3라운드 출신으로 시즌 300득점 올린 유일한 선수
 
 김미연은 2018-2019 시즌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으로 흥국생명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김미연은 2018-2019 시즌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으로 흥국생명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금은 키움 히어로즈에서 활약하고 있는 포수 이지영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1년 동안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했다. 특히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3개의 우승반지를 끼며 황금기를 누렸다. 2015년에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했고 2016년에도 타율 .297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을 이어갔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지영 만큼 건실하게 안방을 지키는 포수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2017년 이지영이 타율 .238로 부진하자 삼성은 조금 더 직접적인 전력보강을 원했고 FA시장에서 80억 원을 투자해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4회 수상에 빛나는 전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를 영입했다. 하지만 이지영은 강민호 입단과 별개로 백업포수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2018년 타율 .343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2018년12월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으로 이적했다.

이처럼 운동 선수들은 자신의 포지션에 거물급 선수가 이적해 오면 자연스럽게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 2018년 FA시장에서 1억50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김미연은 이재영과 짝을 이루며 2018-2019 시즌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플레이에 다소 기복은 있지만 강한 서브와 특유의 파이팅으로 흥국생명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미연은 2019-2020 시즌에도 이재영과 이주아, 김해란이 대표팀에 차출되고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종료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팀을 지키며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301득점을 기록했다. 김미연은 이재영처럼 화려한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3순위라는 낮은 순번에 지명돼 꾸준한 발전 끝에 주전으로 도약해 FA계약을 맺어 다른 팀으로 이적하고 윙스파이커로서 시즌 300득점을 돌파한 '입지전적인' 선수다.

김미연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김해란 리베로가 출산을 위해 현역에서 은퇴하자 김해란의 뒤를 이어 흥국생명의 주장으로 선임됐다. 물론 컵대회가 끝난 후 주장이 김연경으로 교체되면서 김미연은 주장직을 6개월도 채 맡지 못했다. 하지만 만27세의 이적생이 흥국생명에서 주장에 선임됐다는 것은 그만큼 김미연이 흥국생명이라는 팀에 빠르게 녹아 들었다는 뜻이다.

김연경 입단으로 입지 줄었지만 근성과 파이팅은 여전
 
 3라운드 출신에서 주전급 선수로 성장한 김미연은 팀 내에서 근성과 파이팅이 가장 뛰어난 선수로 꼽힌다.

3라운드 출신에서 주전급 선수로 성장한 김미연은 팀 내에서 근성과 파이팅이 가장 뛰어난 선수로 꼽힌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을 3위로 마친 흥국생명은 지난 4월 FA시장에서 연봉 4억 원, 계약기간 3년의 조건으로 이재영의 쌍둥이 동생이자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을 영입했다. 이다영은 '세파이커'로 불릴 만큼 공격력도 뛰어나고 지난 세 시즌 연속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경기운영능력도 눈부시게 향상됐다. 따라서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세터 이다영의 가세는 공격수인 김미연에게도 전혀 나쁠 게 없었다. 

하지만 두 달 후 김미연의 입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 왔다. 11년 동안 해외에서 활약했던 '여제' 김연경이 3억5000만원의 연봉에 흥국생명으로 복귀한 것이다. 이다영과는 달리 김연경은 김미연과 포지션이 정확히 겹치는 선수로 김미연으로선 졸지에 자신의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177cm의 윙스파이커 김미연이 공격에 특화된 외국인 선수 루시아의 자리를 넘볼 수도 없었다.

김연경 복귀 후 김미연은 한동안 트레이드설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박미희 감독은 "김미연이 팀에서 해줄 역할이 분명히 있다"며 김미연을 잔류시켰다. 하지만 김미연은 훈련 도중 뒤꿈치 부상을 당하며 컵대회에서 한 번도 코트에 서지 못했고 시즌 개막 후에도 원포인트서버나 교체선수로 간간이 출전하고 있었다. 사실 팀 내 비중으로 따지면 백업센터 김채연이나 지난 시즌 신인왕 박현주와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김미연은 11일 GS칼텍스전에서 루시아가 통증을 호소하자 1세트부터 교체 선수로 출전했고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에서 알토란 같은 13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과감한 서브로 4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하며 GS칼텍스의 리시브라인을 흔들었고 이다영,김다솔 세터와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 루시아가 제대로 된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김미연이 없었다면 흥국생명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38득점으로 이날 경기의 수훈 선수가 된 '캡틴' 김연경은 인터뷰에서 팀 내 숨은 수훈 선수를 뽑아 달라는 질문에 고민 없이 김미연의 이름을 꺼냈다. 그만큼 김미연은 코트 안에서 존재 만으로 함께 뛰는 동료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선수라는 뜻이다. 김연경과 이재영, 루시아가 건재하는 한 지난 시즌처럼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긴 어렵겠지만 흥국생명이 통합우승에 도전하려면 이번 시즌에도 김미연의 근성과 파이팅이 반드시 필요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미연 3라운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