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1시즌 프로농구의 최대 이변중 하나는 원주 DB와 부산 KT의 동반 부진이다. DB는 지난 시즌 서울 SK와 공동 1위를 기록했고, KT도 5할에 가까운 승률로 6위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 경쟁을 펼쳤던 프로농구 간판스타 김종규(DB)와 허훈(KT)의 소속팀이기도 하다. 두 팀은 올시즌도 최소한 6강 경쟁을 노릴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두 팀은 현재 DB(3승10패)가 10위, KT가 9위(3승9패)가 9위로 나란히 최하위권에 처져있다. 설상가상 DB는 최근 10연패, KT는 7연패를 기록하며 장기 연패의 수렁에 허덕이고 있다. 전문가들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DB는 역대급 줄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올시즌 개막 3연승으로 순조롭게 출발할 때만 해도 DB의 행보는 거침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후 김현호(아킬레스건), 윤호영-정준원(허리디스크), 김종규(발목)-김태술(햄스트링)-두경민(손목) 등 주축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에 허덕이며 팀전력이 수직 추락했다.

연패가 길어지며 DB는 현재 부상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선수들까지 조기 복귀시킬만큼 다급한 상황이지만, 김종규가 복귀전에서 또다시 발목을 다치는 등 악재가 겹쳤다. 경기에 뛰고있는 선수들도 제 컨디션이 아니다 보니 정상적인 경기력과 출전시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외국인 선수 농사도 아쉽다. 지난 시즌 DB의 1위 등극에 주역으로 활약했던 치나누 오누아쿠가 돌연 재계약을 파기하면서 전력구상이 시즌부터 어긋났다. DB의 외국인 듀오 저스틴 녹스와 타이릭 존스의 활약도 아쉽다. 외국인 선수들의 높이와 기량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된 올시즌에 DB 외인들의 기량은 평범한 수준에 불과하다. 시즌 초반 김종규 등 DB의 국내 선수진이 정상적으로 건재했을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공수에서 외국인 선수들에게 더 많은 것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상 선수가 많아서 트레이드 추진도 쉽지 않은 DB로서는 사실상 외국인 선수 교체가 유일한 돌파구로 보인다. DB는 2017-18시즌 에이스로 활약하다가 NBA에 진출했던 디온테 버튼의 재영입설도 나오고 있다.

DB가 국내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KT의 고민거리는 외국인 선수들이다. 역시 연패에 빠져있는 KT는 이미 부상으로 저조한 경기력을 보이던 외국인 선수 존 이그누부를 KBL 경력자인 브랜든 브라운으로 교체하며 올시즌 10개구단중 가장 먼저 외국인 선수교체카드 1장을 소비했다.

브라운은 신장(194cm)은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긴 윙스팬(2m28)을 활용하여 높이의 약점을 최소화할 수 있고,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득점능력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정통센터가 아니다 보니 수비가 뛰어난 편은 아니다. KT는 경기당 89.2실점으로 올시즌 10개구단중 가장 많은 실점을 허용할 만큼 수비가 약하다. 마커스 데릭슨(198cm)과 브라운 모두 2미터가 되지 않은 선수들이라 KT는 당분간 높이의 핸디캡까지 안고 싸워야 한다.

더구나 KT는 브라운이 오자마자 이번엔 그동안 홀로 고군분투하던 데릭슨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3경기 연속 결장했다. KT는 시즌 개막 이후 대부분의 경기에서 사실상 1명의 외인만 가동하는 핸디캡을 안고 싸우는 실정이다. KT는 지난 시즌도 코로나19사태로 외국인 선수들이 잇달아 계약을 해지하는 등 2시즌 연속 외인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DB와 KT를 힘들게 하는 또다른 압박은 연패 기록이다. 두 팀 모두 어느덧 구단 최다 연패 기록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DB는 이충희 감독 시절 2013~2014시즌 14연패, KT는 조동현 감독이 이끌던 2017~2018시즌 12연패로 각각 팀 최다 연패 기록을 세운바 있다. DB는 이번주 11일 서울 삼성-15일 SK를 상대하며, KT는 12일 안양 KGC전을 시작으로 주말인 14일에는 창원 LG-15일 삼성을 잇달아 만난다.

만일 이번 주에 연패를 끊지 못할 경우, 두 팀은 19일 원주에서 열리는 2라운드 맞대결에서 단두대 매치를 펼치게 된다. 첫 대결에서는 DB가 에이스 허훈이 부상으로 빠진 KT를 제압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DB는 이후 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현재로서는 주말에 데릭슨이 복귀하면 베스트 전력을 갖추게 되는 KT가 DB보다 연패를 빨리 탈출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

팀이 어려울 때일수록 스타플레이어들이 더 활약해줘야 한다. 김종규와 두경민이 모두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현재 DB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이어가야할 선수는 허웅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13.7점을 기록했던 허웅은 공격 비중이 더 늘어난 올 시즌 10.3점으로 득점력이 오히려 떨어졌다. 중요한 순간에 상대가 강하게 압박할 때 실수를 하는 문제점도 여전하다. 팀이 잘할 때 힘을 더 보태줄 수는 있지만, 팀이 부진하면 본인도 덩달아 경기력이 하락한다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준수한 조연 이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허웅의 친동생이자 지난 시즌 MVP이기도 한 허훈은 경기당 평균 13.8점 6.4어시스트(1위)로 기록상으로는 여전히 화려하다. 하지만 에이스로서 결정적인 순간의 팀공헌도는 아쉽다. SK전에서 1,2라운드 모두 상대 에이스 김선형과의 대결을 지나치게 의식한 듯 중요한 상황에서 무리한 공격이나 자유투 실패로 오히려 흐름을 깎아먹는 X맨 역할을 하고 말았다. 진정한 에이스는 본인이 돋보이는 것보다 팀을 더 많이 이길 수 있게 만드는 선수라는 사실을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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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KT 원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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