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울산을 꺾고 클럽 사상 첫 더블을 기록했다.
 
8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20 하나은행 FA컵' 결승전 2차전 전북현대모터스(이하 전북)와 울산현대축구단(이하 울산)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결승전에 벌어진 '현대가 더비'에서 전북은 울산을 2-1로 격파, 시즌 두 번째 우승컵과 함께 더블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북 우승'으로 끝난 K리그였다. 전북은 사상 8번째 우승과 함께 4시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전북의 다음 목표는 FA컵이었다. 전북은 2010년대 중반부터 리그에서는 압도적인 강호로 자리매김했지만, 유독 FA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5년 이후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전북이 사상 첫 더블을 노렸다.
 
울산 역시 우승에 대한 열망은 간절했다. 울산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리그 우승을 전북에 내줬다. 특히 올시즌 전북과의 경기에서 한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울산으로선 자존심이 많이 구겨진 상태였다. '라이벌' 전북의 더블을 눈뜨고 볼 수는 없는 상황. 전북 징크스를 뚫고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울산이었다.
 
한편 지난 4일 울산의 홈경기로 벌어진 1차전은 1-1 무승부로 끝이 난 상태였다. 울산으로선 승리는 물론,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2-2 이상 무승부로 끝이 날 경우 우승할 수 있었다.
 
전북은 최전방에 구스타보, 2선에 김보경과 조규성 등을 투입한 4-1-4-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중원은 쿠니모토와 이승기, 손준호가 투입됐으며 중앙 수비는 홍정호와 김민혁이 버텼다.
 
울산은 '골무원' 주니오와 함께 비욘존슨을 최전방에 투입한 4-4-2 포메이션으로 전북을 상대했다. 측면 윙어로 김인성과 이청용, 풀백으로 홍철과 김태환을 투입한 베스트 11로 전북 원정길에 나섰다.
 
'이승기 2G' 전북, 쾌조의 2-1 역전승
 
K리그를 대표하는 '현대가 더비'에서 먼저 득점을 터뜨린 건 원정팀 울산이었다. 전반 3분, 울산 프리킥 상황에서 홍철의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날카롭게 연결됐다. 이후 순간적으로 공간을 파고든 주니오가 헤더로 연결했다. 주니오의 헤더는 한차례 송범근의 선방에 가로막혔지만 이후 세컨볼을 그대로 밀어 넣으며 득점을 터뜨렸다. 울산으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작이었다.
 
이른 시간 실점을 허용한 전북은 설상가상 쿠니모토까지 부상으로 아웃되는 악재를 맞았다. 전북은 무릴로를 교체 투입하며 울산을 압박했지만 결실은 없었다. 전반 28분엔 손준호의 과감한 슈팅이 크로스바에 가로막히는 등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전북은 전반전 동안 울산의 2배에 달하는 12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유효슈팅은 단 한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전북이 전반적인 점유율은 앞섰지만 결정력이 부족한 채 맞이한 후반전. 전북을 살린 건 이승기였다. 후반 7분, 울산의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중볼이 다소 짧게 처리됐다. 이후 볼을 잡은 이승기가 과감한 슈팅을 시도했다. 이승기의 오른발 슈팅은 그대로 울산의 골망을 흔들며 동점골로 연결됐다.
 
또다시 '전북 징크스'가 드리운 상황. 울산은 부상을 당한 설영우와 이동경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하지만 경기의 주도권은 계속해서 전북의 몫이었다. 동점을 터뜨린 전북은 중원의 손준호를 시작으로 짜임새 있는 전개를 통해 울산을 압박했다. 울산은 전북의 공세에 쉽사리 전진하지 못하며 끌려갔다.
 
결국 전북은 역전에 성공했고, 이번에도 득점의 주인공은 이승기였다. 후반 25분,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볼을 잡은 이승기가 파포스트를 향해 정확한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이승기의 오른발 슈팅은 정확히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며 역전골이 터졌다. 최전방의 구스타보가 상대 수비의 견제를 많이 받는 상태에서 2선의 이승기가 2골을 퍼부우며 경기를 뒤집었다.
 
역전까지 허용한 상황에서도 울산의 공격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최전방의 주니오는 격앙된 모습을 보여줬으며, 후반 30분 투입된 이근호 역시 변수를 만들진 못했다. 후반 33분엔 비욘존슨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강타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종료 직전에는 불투이스와 최철순이 난투극을 벌이며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는 등 거친 양상이 전개됐다.
 
'울산 킬러' 전북,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다
 
결국 전북은 이승기의 멀티골에 힘입어 짜릿한 2-1 역전승을 성공,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클럽 사상 첫 더블(리그 우승 +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대회를 마무리한 전북이었다. 반면 울산은 이번에도 전북의 벽을 넘지 못하며 무릎 꿇어야 했다.
 
전북의 더블은 우연이 아니었다. 전북은 시즌 동안 지적받았던 좋지 않은 경기력, 김진수의 이적으로 인한 공백 발생 속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승리를 챙겼다. 특히 리그와 FA컵을 가리지 않고 '대항마' 울산과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승점 6점짜리' 현대가 더비에서 늘 승리를 거둔 전북이었다.
 
전북과 울산 두 팀의 올시즌 상대 전적은 리그와 컵대회 포함 5전 4승 1무로 전북의 '극 우세'로 끝이 났다. 울산은 전북과의 리그 3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리그 우승을 내줬다. FA컵 역시 마찬가지였다. 울산으로선 지긋지긋한 '전북 징크스'를 끝내 파훼하지 못한 채 좌절했다.
 
사상 첫 더블을 달성한 전북의 다음 목표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다. 11월 셋째 주부터 재개되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할 경우 더블을 넘어 트레블까지 노려볼 수 있는 전북이다. 모라이스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 되는 2020 시즌에 전북이 K리그를 넘어 아시아 클럽의 역사를 새롭게 쓸지 많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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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대한 관심이 많고 글쓰는것을 좋아하여 스포츠 기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https://m.blog.naver.com/filippo_hazag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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