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라이프치히), 권창훈, 정우영(이상 프라이부르크) 등 3명이 한 경기에 출전하며 독일 분데스리가 코리안더비가 성사됐다. 하지만 동시에 뛴 시간은 겨우 6분에 불과했다. 더욱 줄어든 출전 시간은 현재 팀 내 입지를 대변하고 있다.
 
라이프치히는 7일 오후 11시 30분(한국 시각) 독일 라이프치히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2020-21 독일 분데스리가 7라운드 프라이부르크와의 홈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5승 1무 1패(승점 16)을 기록한 라이프치히는 리그 2위로 올라섰다. 프라이부르크(승점 6)으로 14위에 위치했다.
 
겨우 성사된 코리안 더비, 너무 짧았던 출전 시간
 
이날 코리안 더비로 관심을 모았지만 황희찬, 권창훈, 정우영 모두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라이프치히는 4-2-3-1 포메이션에서 최전방에 유수프 폴센, 2선은 에밀 포르스베리-마르셀 자비처-크리스토퍼 은쿤쿠를 포진했다.
 
프라이부르크는 3-5-2에서 최전방에 루카스 횔러-롤란드 살라이로 구성했다. 허리는 템펠만-산타마리아-회플러가 출전하면서 또 다시 권창훈과 정우영은 선발에서 밀렸다.
 
라이프치히는 초반부터 맹공을 퍼부었다. 전반 18분 하이다라의 크로스에 이은 포르스베리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
 
하지만 선제골은 전반 26분에 나왔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노르디 무키엘레가 머리로 패스한 공을 이브라히마 코나테가 침착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갈랐다. 이후에도 경기는 라이프치히의 주도 속이 이뤄졌고, 전반은 1-0으로 앞선 채 마감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라이프치히는 무키엘레 대신 헨릭스를 투입하며 오른쪽 측면 수비를 보강했다. 이어 후반 18분에는 다니 올머, 알렉산더 쇠를로트가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최전방과 2선 공격진에 변화를 꾀하며 쐐기골을 노리려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의도였다.
 
용병술은 적중했다. 후반 22분 올머가 페널티킥을 얻어내면서 키커로 나선 자비처의 추가골이 터졌다.
 
한국인 선수로는 정우영이 첫 번째로 선을 보였다. 후반 30분 회플러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권창훈도 후반 39분 마누엘 굴드를 대신해 투입됐다. 황희찬은 후반 42분 은쿤쿠와 교체돼 짧은 시간 동안 활약했다.
 
라이프치히는 후반 44분 앙헬리뇨의 추가골을 더해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후반 추가 시간이 3분 주어지면서 6분 동안 3명의 코리안리거들이 활약했지만 공격 포인트 없이 마감했다.
 
더욱 줄어든 출전 시간, 이제는 반전이 필요하다
 
3명의 한국인 선수가 빅리그 무대에서 한 경기에 나란히 뛰는 것만으로도 한국 축구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날 경기처럼 3명이 뛴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아우크스부르크 시절 구자철, 홍정호, 지동원이 한 팀에 속해 나란히 출전한 경기는 많았다.
 
황희찬, 권창훈, 정우영은 앞선 선배들의 뒤를 잇는 세대들이다. 사실 시즌 초반만 해도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듯 보였다.
 
먼저 황희찬은 지난 시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맹위를 떨친 뒤 올 여름 라이프치히의 등번호 11번을 받고 이적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이자 독일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 티모 베르너 이적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권창훈은 지난 시즌 프라이부르크에서 적응기를 거친 뒤 2년차를 맞았고, 정우영은 바이에른 뮌헨 유스팀 출신으로 현재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1999년생의 유망주다.
 
3명 모두 공식 개막전이라 할 수 있는 DFB 포칼 1라운드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특히 황희찬과 권창훈은 공격 포인트까지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황희찬은 1골 1도움, 권창훈은 1골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정우영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통렬한 슈팅으로 골대를 팅기며 가능성을 남겼다.
 
그러나 1주일 뒤 분데스리가 1라운드 개막전에서 황희찬, 권창훈은 벤치에서 시작했다. 선발 출전한 정우영은 88분을 뛰었다. 이후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오로지 후반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우려스러운건 황희찬이다. 시즌 초반 매 경기 조커로 나섰지만 근래 결장하는 횟수가 매우 잦다. 헤르타 베를린(결장)-맨유(결장)-묀헨 글라드바흐(24분)-파리 생제르맹(결장)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비중이 높은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2, 3차전에서도 모두 결장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현재 라이프치히는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베르너, 시크가 팀을 떠난 지리를 황희찬, 쇠롤로트, 저스틴 클라이베르트 등의 영입으로 채웠는데, 기존의 포르스베리, 올모, 폴센의 활약상이 두드러지면서 스쿼드는 포화 상태가 됐다. 황희찬은 후보 선수들 가운데서도 차순위로 밀린 상황이다. 이날 프라이부르크전 역시 교체 5장 가운데 가장 뒤늦게 투입됐다.
 
권창훈과 정우영도 전망은 그리 밟지 않다. 정우영은 1라운드 슈투트가르트전에서 선발 출장한 이후 벤치로 밀렸으며, 권창훈은 리그 7경기 모두 교체로 나섰다.
 
공교롭게도 출전 시간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새다. 1주일 전 레버쿠젠전에서는 후반 34분 교체 출전해 11분을 소화했다. 이번 라이프치히전에서도 정우영이 15분, 권창훈이 6분을 뛴 것에 만족해야 했다.
 
올 시즌 리그 8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정우영은 200분, 권창훈은 118분을 뛰는데 그쳤다. 프라이부르크의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감독은 변화에 인색한 스타일이다. 웬만해선 베스트 11을 바꾸지 않는다.
 
만약 닐스 페테르센이 부상에서 돌아온다면 최전방 투톱은 페테르센-횔러, 좌우 측면에 그리포, 살라이는 거의 고정적이다. 중앙 미드필더 2명 산타마리아-회플러 듀오의 자리도 굳건하다. 권창훈과 정우영에게 좀처럼 주전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 이유다.
 
3명의 코리안리거는 아직까지 리그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물론 입지가 좁아지면서 출전 시간이 줄어든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빅리그는 생존 경쟁이 치열한 무대다. 결국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출전 시간 안에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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