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대기 고교야구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인천고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를 헹가레하고 있다.

봉황대기 고교야구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인천고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를 헹가레하고 있다. ⓒ 박장식


올해 고교야구 전국대회의 마지막 순간은 '경인대전'이 장식했다. 2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고교야구전국대회 결승전은 숱한 학교들을 꺾고 오래간만에 전국대회 결승에 오른 인천고등학교와 올해 가장 많은 프로지명 선수들을 배출한 서울고등학교가 맞붙었다.

이미 파죽지세로 다른 학교들을 제압하고 오른 두 학교. 인천고등학교는 프로 지명 선수를 4명, 서울고등학교는 6명을 배출했기에 이들이 뛰는 마지막 목동야구장 경기로서의 의미가 있었고, 그리고 3년 동안 열정을 바쳤던 그라운드에서의 마지막 우승 기회도 걸렸기에 모두가 집중을 기울였던 상황이었다.

결국 우승기를 가져간 것은 인천고등학교였다. 인천고등학교의 2학년 두 명이 마운드 위에서 활약한 데 이어, 타선과 수비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하는 등 야수들도 최선을 다했다. 인천고는 이날의 우승으로 전국대회 성적이 좋지 못했던 등 침체에 빠졌던 인천 고교야구의 본격적인 부활을 알렸다.

막아내고, 또 막아내고... 2학년 마운드의 대활약
 
 양 팀의 마운드를 책임졌던 2학년 선수들. 왼쪽은 인천고등학교 윤태현, 오른쪽은 서울고등학교 이병헌.

양 팀의 마운드를 책임졌던 2학년 선수들. 왼쪽은 인천고등학교 윤태현, 오른쪽은 서울고등학교 이병헌. ⓒ 박장식

 
양 팀은 선발투수로 2학년을 예고했다. 서울고등학교는 사이드암 투수 김훈기를, 인천고는 최근 경기에서 여럿 활약하는 모습을 보이며 새롭게 떠오른 옆구리 투수인 윤태현을 올렸다. 초반 기세는 윤태현의 판정승이었다. 김훈기를 상대로 인천고가 먼저 선취점을 올려낸 것이었다.

김훈기는 1회 첫 타자인 김시현을 땅볼로 돌려보냈지만, 이어 김현준을 상대로 풀카운트 끝 볼넷, 이어 도루를 허용하며 흔들렸다. 이어 장규현(한화 예정)이 적시타로 김현준을 홈으로 돌려보내며 선취점을 올렸다. 반면 1회 말 오른 윤태현은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세 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상대를 막아냈다.

2회에도 김훈기가 흔들렸다. 첫 번째 타자 김환희를 1루수 실책으로 내보낸 데 이어, 유혁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김시현에게는 아예 몸에 맞추는 공까지 던졌다. 결국 서울고는 아껴두려 했던 이병헌을 일찍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급하게 오른 이병헌도 밀어내기 볼넷과 강현구의 희생플라이로 두 점을 내줘 스코어 3-0으로 몰렸다.

윤태현은 타선의 지원을 받아 더욱 호투를 보였다. 2회와 3회에는 타자들을 모두 범타로 처리해내는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4회에는 연속 안타를 맞고 실책을 겪으며 이사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삼진을 유도하며 스스로 위기를 탈출해냈다. 윤태현은 7회까지 6.1이닝을 던진 뒤 우익수로 전환되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인천야구의 부활 알렸다, 14년만의 전국대회 우승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서울고 선수들이 따라가는 점수를 올린 뒤 주먹을 맞대고 있다.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서울고 선수들이 따라가는 점수를 올린 뒤 주먹을 맞대고 있다. ⓒ 박장식

 
6회 말에는 서울고도 드디어 타선에 불을 붙였다. 문정빈의 4구와 김동빈의 안타, 안재석의 볼넷이 어우러져 1사 만루를 만들어냈고, 김재중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올렸다. 송호정 역시 땅볼로 한 점을 보태며 경기를 3-2, 극적인 호각지세로 이끌어냈다.

인천고도 추가 득점이 간절했지만 컨디션을 되찾은 이병헌에게 막혔다. 이병헌은 3회 이후 세 번의 피안타와 두 번의 사사구만을 내주며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이병헌은 6.2이닝동안 103구를 던지고, 일곱 번의 탈삼진을 거두는 투혼 끝에 9회 초 이재현에게 마운드를 내주며 올해 전국대회 마지막 투구를 마쳤다.

윤태현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은 한지웅도 7회부터 호투를 펼쳤다. 한지웅은 7회 세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 처리하는 'KKK'를 선보였고, 8회에도 두 명의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1사 이후 두 타자를 삼진처리하며 두 회만에 삼진 다섯 개를 챙겼다. 서로가 한 점을 내주지 않기 위한 벼랑 끝 싸움을 펼쳤다.

9회 초에도 한지웅은 선두타자를 삼진으로 돌려보내며 6K를 달성했지만, 정민준의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그러자 인천고 덕아웃이 움직였다. 경기를 마무리하고자 윤태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하지만 윤태현은 이재현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잡아놓은 상황에서 몸에 맞는 볼을 던져 1사 1, 2루 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윤태현은 땅볼을 유도해냈다. 마지막 타자를 상대로 2루수 노명현이 공을 받아내 2루를 밟고, 1루로 차례로 공을 투구했다. 차례로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오른 가운데, 인천고 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덕아웃에서 쏟아져 마운드로 향했다. 14년만의 전국대회 우승, 사상 첫 봉황대기 우승으로 만든 인천 고교야구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윤태현 "인천고가 어떤 팀인지 보여줬다"
 
 인천고등학교의 첫 우승을 이끈 계기범 감독.

인천고등학교의 첫 우승을 이끈 계기범 감독. ⓒ 박장식

 
인천고등학교 계기범 감독은 "헹가레를 처음 받아보니 좋다"면서 웃었다. 계 감독은 투수 두 명으로 경기를 운영한 데 대해 "윤태현 선수 투구 수가 끝까지 가기에 부족해 외야로 갔다가 다시 올라왔는데, 다시 올라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지훈이가 흔들리기에 마지막을 책임지게끔 했다"고 말했다.

"대회 우승이 지역 야구에 희망이 될 것 같다"는 계 감독은 "3학년들이 열심히 해 줘서 우승이라는 기록을 쓸 수 있었다"며, "특히 프로 지명이 된 선수들까지 열심히 고생해주었고, 목표를 이뤄 프로에 간 점도 대견하다. 프로에서도 야구 이전에 좋은 인성의 선수가 되어 오랫동안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계기범 감독은 대회 우승 직후 선수들에게 '끝날 때까진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축하했다. 이에 대해 계 감독은 "아이들이 야구를 하고 있지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대학으로 가는 선수들도 많다. 대학 가서도 부족한 부분을 채웠으면, 그리고 야구로 성공하지 못해도 인생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 대회 이후로도 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봉황대기의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인천고 윤태현 투수.

봉황대기의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인천고 윤태현 투수. ⓒ 박장식

 
이날 호투를 펼친 윤태현 선수는 "우승이 너무 좋다. 인천고가 어떤 팀인지를 보여준 것 같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 내년에도 우승할 수 있게 하겠다"며, "지금부터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고 한다. 구속도 높이고, 다양한 변화구를 장착해서 내년에는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앞으로를 다짐했다.

오늘로 목동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 강현구(두산 예정) 선수는 "마지막 결과가 좋게 나와서 팀원들에게 고맙다. 나로서도 뿌듯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며, "값진 경험이었다. 프로에서도 잘 활약하겠다"고 말했다. 장규현(한화 예정) 선수도 "후배들이 3학년들 잘 따라줘 고맙다. 오늘 이렇게 큰 무대에 나선 것이 프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번 봉황대기 대회의 끝으로 고교야구는 모든 공식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 수상에는 최우수선수상 윤태현, 우수투수상 한지웅, 감투상 이병헌, 수훈상과 최다안타상에는 장규현, 타격상 부산고 최원영 등이 올랐고, 최다 타점과 홈런에는 인상고 전희범, 최다도루와 득점은 인상고 송현우가 기록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고교야구 인천고등학교 봉황대기 야구 서울고등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