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은 2013년부터 매년 이뤄냈다. 그러나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동안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매년 가을마다 쓰디쓴 패배를 맛보아야만 했다. 매년 포스트 시즌의 문을 두드렸던 다저스는 결국 2020년이 되어서야 프랜차이즈 역사상 7번째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됐다.

10월 28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텍사스 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렸던 월드 시리즈 6차전에서 다저스는 아메리칸리그의 챔피언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이 내려가자마자 역전에 성공하여 3-1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 2패를 기록하면서 다저스는 기어이 7전 4선승제의 월드 시리즈에서 승리하고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다저스는 프랜차이즈 역사상 7번째이자, 메이저리그가 2리그 6지구의 디비전 체제로 개편된 뒤 처음으로 월드 챔피언에 등극했다. 뉴욕 주 브루클린에 있었던 1955년 한 차례 우승한 뒤, 로스앤젤레스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로 한정하면 6번째 우승이다. 이전까지 마지막 우승이었던 1988년 이후 무려 32년 만의 우승으로 가장 긴 공백이었다.

32년 동안 14번의 재도전 끝에 우승 성공

오렐 허샤이저(현 스포츠넷 LA 해설위원)의 활약 속에 1988년 월드 챔피언에 등극한 다저스는 이후 한동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패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후 1995년(지구 우승), 1996년(와일드 카드), 2004년(지구 우승), 2006년(와일드 카드), 2008년(지구 우승), 2009년(지구 우승) 등 가끔씩 포스트 시즌에 도전장을 다시 내밀었으나 월드 시리즈 진출은 고사하고 내셔널리그 챔피언 트로피도 얻지 못했다.

이후 다저스는 아시아, 쿠바 등 미국 밖에서까지 우수한 선수 자원들을 끌어 모으는 등 사치세까지 감수하며 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 결과 정규 시즌에서는 2013년부터 8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정상을 지켜왔다. 그동안 다저스의 에이스로 성장했던 클레이튼 커쇼 역시 매년 포스트 시즌에서 우승을 향한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다저스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계속 우승에 실패하며 쓴 잔을 마셨다. 우승에 실패하는 과정에서 희귀한 기록까지 세우면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고 탈락한 덕분에 류현진(현 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활약하는 동안 국내 팬들에게도 다저스의 가을은 너무나 차갑게 다가왔다.

특히 에이스 커쇼,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 등 일부 선수들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매번 포스트 시즌에 출전하면서 그 쓰라린 순간들을 매번 겪어야만 했다. 특히 커쇼는 포스트 시즌마다 팀이 탈락하는 일리미네이션 게임에 매번 등판했고, 일리미네이션 게임 8경기(5선발)에서 1승 4패 평균 자책점 5.70으로 크게 부진했다.

이 기간 다저스를 거쳐간 선수들도 포스트 시즌에서 쓰라린 경험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화 이글스에서 한국 시리즈 준우승 1회에 그쳤던 류현진 역시 2018년 월드 시리즈에 선발 등판하는 등 함께 우승에 도전했으나, 그 역시 포스트 시즌에서 항상 강한 모습만 보여주지는 못한 채 다저스를 떠났다.

2015년 시즌부터 다저스를 운영했던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운영사장(CBO)은 본래 탬파베이 레이스의 단장으로서 2008년 레이스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올렸던 성과가 있었다. 다저스로 온 프리드먼 사장은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의 홈 팬들을 지키면서 팀의 체질을 개선하는 어려운 도전을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프리드먼 사장과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각 포지션의 유망주들을 다저스의 주축 선수들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고, 선수들의 세대 교체와 동시에 서부지구 우승을 이뤄내며 일정한 성적까지 유지했다. 현지 언론으로부터 따가운 시선도 함께 받았으나 결국 다저스는 8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의 결실을 우승으로 이뤄냈다.

경험 부족했던 레이스, 포스트 시즌 운영 노하우 쌓인 로버츠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을 탈환한 레이스도 정규 시즌에서 아메리칸리그 15팀 중 1위에 올랐을 만큼 견고한 팀이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뉴욕 양키스 그리고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명승부를 벌였던 레이스는 다저스를 상대로 2차전과 4차전을 승리하며 끈질기게 맞섰다.

그동안 한국인 선수들은 김병현(우승 2회), 박찬호(준우승 1회), 류현진(준우승 1회) 등 투수들이 월드 시리즈에 출전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최지만이 이번에 한국인 타자 최초로 월드 시리즈 무대에 출전했다.

최지만은 이번 포스트 시즌 18경기에서 40타수 10안타(2홈런) 10볼넷으로 타율 0.250에 출루율 0.412 장타율 0.425 OPS 0.837을 기록했다. 포스트 시즌 출루율 0.412는 레이스 타자들 중 2위에 해당하는 준수한 기록이었다. 다만 커쇼나 류현진 등 왼손 선발투수를 상대하는 날이면 플래툰이 적용되어 벤치를 지켰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레이스는 4차전 9회 말 다저스의 수비 판단 착오를 틈타 끝내기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이번 월드 시리즈에서 나름 명승부를 선보였다. 그러나 케빈 캐시 감독의 다소 아쉬웠던 투수 교체 타이밍 등 월드 시리즈 같은 중압감이 큰 경기에서의 경험 미숙이 결국 아쉬운 준우승의 결과로 남게 됐다.

반면 월드 시리즈 도전만 3번째였던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과감한 투수 교체 결단을 내리는 등 상당한 내공을 쌓았다. 커쇼나 잰슨 등 특정 투수에게만 의존하는 경기 운영에서 벗어나, 구위가 좋았던 투수들 위주로 믿고 맡기는 운영을 통해 결국 시리즈를 승리하게 됐다.

특히 선발 요원인 왼손 투수 훌리오 우리아스를 불펜 조커로 활용한 것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올해 정규 시즌에서 1회 평균 자책점이 9.00에 달했던 우리아스는 포스트 시즌에서 2경기만 선발로 등판하고 나머지 4경기를 구원 등판했다.

멀티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우리아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7차전과 월드 시리즈 6차전에서는 스스로 경기를 끝내기도 했다. 지난 해 패트릭 코빈(워싱턴 내셔널스)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했듯이, 우리아스 역시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6경기(2선발) 4승 무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1.17로 큰 공을 세웠다.

여러 선수들이 골고루 활약한 다저스, 윌리 메이스 상은 시거 선정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다저스는 여러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8홈런 2도루 20타점 20득점을 기록한 코리 시거를 필두로 FA를 앞둔 작 피더슨이 2홈런 8타점, 맥스 먼시가 3홈런 14타점, 저스틴 터너가 3홈런 6타점, 코디 벨린저가 4홈런 13타점, 윌 스미스가 2홈런 13타점 등을 기록했다.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올해부터 다저스에 합류한 무키 베츠는 공수주에서 완벽한 활약을 선보였다. 포스트 시즌에서 2홈런 6도루 8타점 15득점을 기록하며 상대 팀의 배터리를 흔들었고, 어려운 수비까지 훌륭하게 해내며 프리드먼 사장이 12년 장기 계약을 체결한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투수들도 커쇼와 잰슨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맡기지 않았다. 우리아스 이외에도 알렉스 우드(4경기 무패 평균 자책점 1.35), 조 켈리(5경기 무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2.45), 빅터 곤잘레스(8경기 1승 무패 평균 자책점 2.70) 등 필승조들이 완벽하게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했다.

젊은 오른손 투수 워커 뷸러 역시 포스트 시즌 5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2승 무패 평균 자책점 1.80으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적어도 포스트 시즌에서는 커쇼보다 강한 심장을 가진 뷸러의 모습이었다. 부담을 덜어낸 커쇼도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는 5경기에 선발로만 등판하여 4승 1패 평균 자책점 2.93으로 가을만 되면 부진한 모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여러 선수들이 골고루 활약한 가운데, 월드 시리즈 최우수 선수에게 수여하는 윌리 메이스 상은 시거가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시거는 이번 포스트 시즌 18경기에서 8홈런 11볼넷 2도루 20타점 20득점 타율 0.328에 OPS 1.171로 맹활약했다. 특히 월드 시리즈에서는 6경기 모두 출전하여 2홈런 6볼넷 1도루 타율 0.400에 OPS 1.256을 기록했다.

안타까운 소식 겹친 다저스, 코로나19 확진 판정 받은 터너

8년 연속 포스트 시즌 도전 끝에 어렵게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다저스에는 안타까운 소식도 같이 전해졌다. 2014년 다저스에 합류하여 매년 포스트 시즌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던 베테랑 3루수 저스틴 터너가 6차전 경기 도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월드 시리즈 6경기에 모두 출전하여 2홈런을 포함하여 타율 0.320에 OPS 1.066을 기록한 터너였지만, 6차전에서는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어쩐지 무기력했다. 그리고 8회 터너 타석에서 대타 키케 에르난데스로 교체되면서 의문을 자아냈다.

경기가 끝난 뒤 ESPN의 제프 파산에 의하여 터너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전해졌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집단 확산 예방 차원에서 디비전 시리즈부터 중립 경기장에서 포스트 시즌을 치렀고, 시즌 중에도 수시로 선수들에게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포스트 시즌을 치르는 동안에 추가 확진자가 없을 정도로 나름 안정된 상황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6차전 경기 전날 시행했던 검사에서 안타깝게 터너가 코로나19 검사 양성 반응을 보였다. 원래는 경기 전에 나왔어야 했는데 검사 결과가 늦게 전달되면서 2회가 되어서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알려졌다. 사무국에서는 결과를 전달 받은 뒤 다저스 구단에 연락하여 터너를 교체할 것을 통보했다.

예년 같았으면 경기장에서 샴페인을 터뜨리고 흠뻑 적시는 등 우승을 실컷 즐겼겠지만, 올해는 방역 차원에서 샴페인 파티가 금지되었다. 이 때문에 다저스 선수단은 우승 축하 기념 사진 촬영 등을 마친 뒤 바로 숙소로 복귀하여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다저스 선수단이 바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갈지 당분간 알링턴에 머무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상대 팀인 레이스 선수단과 최지만 역시 일단은 상황을 기다려봐야 한다. 

터너는 경기가 끝난 직후 SNS를 통하여 특별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밝혔으며 경기에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팀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며 걱정해주는 다른 동료들에게 고마움도 표시했다. 시거 역시 윌리 메이스 상 수상 인터뷰에서 터너는 우승 트로피와 함께 사진을 촬영할 자격이 있는 베테랑임을 인정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우여곡절 끝에 메이저리그는 2020년 월드 시리즈까지 마치며 어떻게든 시즌을 마쳤다. 시즌 중 확진 선수들이 발생하며 시즌 일정이 꼬이기도 했으나, 다행히 시즌 전체가 중단되는 일은 없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시즌 중단이라는 큰 사태 없이 시즌을 마친 선수들 모두가 격려를 받기에 충분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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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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