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지난 4일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이 오른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여기에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와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하던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마저 허리와 발목이 좋지 않아 지난 열흘 동안 1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위에 있는 kt와 키움 히어로즈는 점점 도망가고 밑에 있는 두산 베어스는 점점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LG는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와 더블헤더가 포함된 운명의 7연전을 치렀다.

당초 '4승3패만 해도 성공적'이라고 했던 LG는 삼성, NC를 상대한 7연전에서 1패 후 6연승이라는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선두 NC를 상대로 더블헤더가 포함된 4연전을 모두 쓸어 담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여전히 kt가 반 경기, 키움이 1.5경기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최근 10경기에서 8승을 쓸어 담은 LG의 상승세라면 2위 사수는 물론 정규리그 역전우승까지도 노려볼 만하다.

LG가 최근 6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비결에는 지난 9일 완봉승을 따낸 에이스 케이시 켈리의 역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더블헤더가 포함된 주말 3연전에서 나란히 기대 이상으로 호투한 영건 3인방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LG 마운드의 미래로 불리던 3명의 유망주가 어느덧 올 시즌 막판은 물론이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요소요소에 쓰일 수 있는 LG의 핵심전력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민호] 부진 후 더욱 성적이 좋아지는 타고난 강심장

LG팬들은 2년 전부터 장충고 외야수 박주홍(키움)을 주목했다.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하며 '적토마' 이병규(LG 타격코치)를 이을 재능으로 불리던 박주홍은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의 1차 지명 선수가 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LG의 선택은 LG팬들로부터 '엘주홍'이라 불리던 박주홍이 아닌 휘문고의 우완 정통파 이민호였다. 주말리그 서울고와의 경기에서 9타자 연속삼진을 기록한 이민호의 폭발적인 구위에 매료된 것이다.

여전히 박주홍에 미련을 놓지 못한 몇몇 LG팬들은 매년 등장하는 강속구 유망주에 홀려 이병규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유망주를 놓쳤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2020 시즌 정규리그가 끝나가는 현재 이민호 지명에 불만을 갖는 LG팬은 아무도 없다. 박주홍이 올 시즌 1군에서 단 13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는데 비해 이민호는 LG의 6선발로 시작해 정규리그가 끝나가는 현재까지도 당당히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호는 입단 첫 해부터 앞날이 창창한 유망주를 혹사시킬 수 없다는 류중일 감독의 배려에 따라 KBO리그에서는 다소 파격적인 열흘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등판 경기와 투구이닝이 부족해 소형준(kt)과의 신인왕 경쟁에서는 밀려난 형국이지만 4승3패 평균자책점3.87의 성적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사실 이민호는 지난 9월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1이닝 동안 2개의 홈런을 포함해 11피안타1볼넷으로 10실점을 기록하며 신인의 한계를 드러내는 듯 했다. 하지만 이민호는 엄청난 난타를 당한 후 등판한 4경기에서 23.1이닝4실점(평균자책점1.54)으로 반등하며 '슈퍼루키'의 위용을 발휘했다.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LG마운드에서 손 꼽히는 구위를 가진 이민호가 포스트시즌 선발투수로 나선다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김윤식] 토종에이스 차우찬 공백 메운 강속구 좌완

성장기인 학생 야구 선수들, 특히 투수들은 체격이 커지면서 힘이 붙고 구속이 오르며 주가가 급상승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2017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유급을 결정할 때만 해도 프로 스카우트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김윤식도 그런 선수 중 하나다. 수술 후 재활과정에서 몸에 힘이 붙은 김윤식은 고3때 시속 147km의 강속구를 던지며 프로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 잡았고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전체3순위)로 LG에 지명됐다.

드래프트 동기들 중 최고 좌완으로 불리던 정구범(NC)이 구단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천천히 키우고 있는데 비해 LG는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은 김윤식을 '즉시전력감'으로 분류했다. 자체 청백전과 연습경기를 통해 1군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구위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은 김윤식은 신인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는 기쁨을 누렸지만 8경기에서 1홀드7.56으로 부진하며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렇게 1,2군을 오가며 평범한 루키 시즌을 보내던 김윤식은 차우찬이 어깨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선발진에 전격 합류했다. LG의 선발진이 우완일색이었던 만큼 류중일 감독 입장에서도 로테이션에 좌완 선발 한 명 정도는 포함시켜야 했는데 여기에 루키 김윤식이 낙점된 것이다. 김윤식은 선발진입 후 4경기에서 1패 만을 기록하다가 8월 27일 kt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로 프로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프로 첫 승 이후 4번의 등판에서 다시 2패를 기록했던 김윤식은 지난 10일 NC와의 더블헤더 2차전 경기에 선발 등판해 안타 10개를 맞고 3점을 내줬지만 5회까지 7점을 뽑은 타선의 지원 덕에 시즌 2승째를 따냈다. 김윤식의 올 시즌 성적은 2승4패1홀드6.22로 아직 붙박이 선발로 활약하기엔 안정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젊은 좌완이 부족한 LG의 마운드에서 좌완 강속구 투수 김윤식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남호]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하위지명 스타후보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상위 지명을 받아 억대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진출해도 1군에 얼굴 한 번 비추지 못한 채 초라하게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선수들이 허다하다. 반면에 비교적 낮은 순번으로 지명을 받거나 아예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육성 선수로 입단한 선수들 중에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NC, 2006년2차8라운드)나 '타격기계' 김현수(LG, 2006년 육성선수) 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각 구단들은 고교나 대학무대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성장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흑 속의 진주'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5라운드(전체45순위)로 지명한 유신고 출신 좌완투수 남호는 LG의 스카우트팀이 발굴한 '원석'이다. 다른 구단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남호가 입단 2년 만에 1군 무대에서 성과를 올리는 것을 보면 지금쯤 LG 스카우트팀은 축배를 들고 있을 것이다.

좌완투수로서 시속 145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지지만 여느 강속구 유망주들처럼 제구에 약점을 보이던 남호는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1승1세이브2홀드2.18의 좋은 성적을 올린 후 1군의 부름을 받았다. 두 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올 시즌 5경기에 등판한 남호는 아직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리진 못했지만 .207의 낮은 피안타율과 함께 3.38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민호와 김윤식이 루키시즌부터 고정 선발로 나서며 LG 순위 경쟁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면 10월 6일에야 선발 데뷔전을 치른 남호는 현재 장기적인 관점에서 LG가 육성하고 있는 유망주다. 만19세(이민호),만 20세(김윤식,남호)의 어린 나이에도 1군 경기에 선발 등판할 정도로 높은 가능성을 과시하고 있는 LG 마운드의 '영건 3인방'이 수 년 후 LG마운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투수로 성장해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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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이민호 김윤식 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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