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감독 교체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키움을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최원호 감독대행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9-3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 승리로 시즌 43승째를 따낸 한화는 남은 13경기에서 전패를 당해도 시즌 100패를 면할 수 있다. 이제 다음 목표는 1999년의 쌍방울 레이더스와 2002년의 롯데 자이언츠가 기록한 역대 최다패(97패)를 면하는 것이다(43승2무86패).

한화는 선발 워윅 서폴드가 6이닝4피안타2사사구6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9승째를 따냈고 윤대경, 박상원, 김진영이 1이닝씩 책임졌다. 타선에서는 2회 선제 적시타를 친 이도윤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김민하와 송광민, 브랜든 반즈가 나란히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그리고 이글스의 안방마님 최재훈은 10월 들어 4할대의 맹타를 휘두르며 11경기에서 6승5패로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한화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KBO리그 역사에서 20번-10명 밖에 없었던 포수 3할

작년 양의지(NC 다이노스)가 .354의 타율로 타격왕에 오르는 등 최근 5년 동안 4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하면서 포수의 3할 타율이 너무 쉬운 기록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포수 포지션의 3할 타율은 KBO리그의 38년 역사에서 햇수로는 20번, 선수로는 단 10명만 정복했던 힘든 고지다. 그만큼 수비에서 신경 쓸 부분이 많은 포지션인 포수가 타격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KBO리그 초창기에는 역대 최초 타격 트리플크라운의 주인공인 '헐크' 이만수가 80년대에 4차례(1984.85,87,88년), 90년대 한 차례(1991년)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그 대단했던 이만수도 투수리드나 블로킹, 어깨 등 수비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는 해태 타이거즈에게 번번이 약점을 공략 당했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한국시리즈 우승과 신인왕,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쓸며 90년대 최고의 포수로 이름을 날린 김동수는 역대 최다인 통산 7번의 포수 골든글러브를 보유한 선수다. 특히 LG 트윈스(5회)와 삼성 라이온즈,현대 유니콘스(이상 1회) 등 각기 다른 3개 팀에서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김동수 역시 3할 타율을 기록한 것은 전성기가 지난 후 현대 유니폼을 입었던 2003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2000년대 초반 현대 유니콘스와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의 왕조를 모두 이끌었던 박경완(SK 감독대행)은 KBO리그 역대 최고의 포수로 꼽힌다. 역대 한 시즌 포수 최다 홈런(40개)과 통산 포수 최다홈런(314개), 포수 유일의 20-20클럽(2001년) 등 보유하고 있는 기록들도 대단히 화려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타석에서 상대 배터리를 벌벌 떨게 만들었던 강타자 박경완은 23년의 현역 생활 동안 한 번도 3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두산 베어스 시절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가 NC로 이적해 개인 통산 4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양의지는 공수를 겸비한 자타공인 현역 최고의 포수다. 최근 6년 동안 5번이나 포수부문 골든 글러브를 휩쓴 양의지는 올해도 11일까지 타율 .318 25홈런105타점으로 3년 연속 황금장갑을 예약해 둔 상태다. 올해 포수 중에서는 키움의 이지영이 99경기에서 .304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지영은 규정타석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미 규정타석 힘들지만... 10월 4할대 맹타

덕수고 졸업 당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던 최재훈은 2008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퓨처스리그에서 2년 동안 활약하며 가능성을 인정 받은 최재훈은 2010년 경찰 야구단에 입대해 기량이 더욱 향상됐고 2011년에는 북부리그 타점왕에 오르며 자신감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최재훈이 군복무를 마치고 두산에 복귀했을 때 2살 많은 경쟁자였던 양의지는 신인왕에 3할 포수로 신분이 올라가 있었다.

최재훈은 2013년 양의지의 부상을 틈 타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하며 두산의 준우승을 이끌었지만 2015년 부임한 김태형 감독은 최재훈보다는 빠른 발을 갖춘 박세혁을 백업포수로 중용했다. 결국 박세혁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최재훈은 2017년4월 신성현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양의지가 NC로 팀을 옮긴 작년 시즌부터 박세혁이 두산의 주전 포수로 자리 잡은 것을 보면 한화 이적은 최재훈에게도 무척 다행스런 일이었다.

2018년 128경기에서 타율 .262 1홈런27타점8도루를 기록하며 한화를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끈 최재훈은 작년 시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며 타율 .290 3홈런31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9월 초까지 3할 타율을 넘나들던 최재훈은 9월에 열린 21경기에서 타율 .250에 그치면서 데뷔 첫 3할 타율이 무산됐다. 빙그레 시절을 포함해 이글스 역사에서 3할 포수는 1987년의 유승안이 유일했기에 더욱 아쉬운 3할 무산이었다. 

올해도 최재훈은 한화가 18연패와 한용덕 감독의 사퇴 등으로 어수선한 시즌을 보내면서 개인기록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최재훈은 그 와중에도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299 3홈런32타점으로 포수로서는 아주 뛰어난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포수로서도 800이닝을 넘게 소화하면서 실책은 단 4개에 불과하고 최근에는 젊은 투수들과도 좋은 호흡을 선보이는 등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117경기에서 361타석에 선 최재훈은 규정타석(446타석)을 채우기 위해 남은 13경기에서 85타석에 서야 한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최근 최재훈을 상위타선에 전진배치하고 있지만 남은 경기에서 최재훈이 규정타석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10개 구단 주전 포수 중에서 양의지 다음으로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최재훈은 규정타석 유무와 관계 없이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활약이 좋았던 포수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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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최재훈 3할 포수 양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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