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짜릿한 1-0 승리로 전날의 끝내기 패배 아픔을 설욕했다.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6안타를 때려내며 1-0으로 승리했다. .516의 승률로도 7위에 머물러 있는 롯데는 이미 5위 두산 베어스와 5경기 차이로 벌어져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이 쉽지 않지만 삼성과의 영남 라이벌전을 승리로 가져가며 자존심을 지켰다(65승1무61패).

롯데는 5회 공격에서 딕슨 마차도의 타구를 최영진이 실책을 저지르며 결승점을 뽑았고 한동희가 2루타 2개를 포함해 3안타1득점, 오윤석도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전날 끝내기 만루홈런을 허용했던 마무리 김원중이 깔끔한 마무리로 명예회복에 성공한 가운데 롯데는 시즌 막판 차세대 에이스가 될 수 있는 후보를 발굴했다. 최근 3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1.50을 기록하고 있는 이승헌이 그 주인공이다.

최동원-염종석-손민한으로 이어지는 롯데 에이스 계보

롯데는 거인이라는 마스코트만 보면 거포들을 많이 배출했을 거 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KBO리그 초창기의 '쌍포' 김용희와 김용철, 그리고 역대 최초로 두 번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이대호를 제외하면 롯데가 배출한 거포는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20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이대호와 강민호(삼성, 218홈런) 밖에 없다(통산 260홈런의 마해영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128홈런을 기록).

하지만 롯데는 지난 39년 동안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당대 최고의 투수들은 많이 배출했다. '국보' 선동열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투수로 꼽히는 '무쇠팔'로 불리던 고 최동원은 전성기가 그리 길지 않았지만 1984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66승을 따내며 그야말로 '불꽃 같은' 3년을 보냈다. 특히 정규리그 27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4승으로 총 31승을 따냈던 1984년은 장명부의 1983년을 능가하는 KBO리그 최고의 '역대급' 시즌이었다.

90년대의 시작과 함께 최동원이 퇴장했지만 롯데는 1992년 또 한 명의 위대한 '안경 에이스'를 만나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7승9패6세이브2.33의 성적으로 평균자책점 1위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던 '괴물신인의 원조' 염종석이 그 주인공이다. 비록 염종석은 루키 시즌 혹사에 대한 대가로 1993년 10승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한 번도 두 자리 승수를 올리지 못했지만 1992년의 강렬한 기억은 여전히 야구팬들에게 생생하게 남아있다.

2000년대에는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NC 다이노스 투수코치)이 있었다. 대학시절부터 국가대표 에이스로 명성을 떨치던 손민한은 2001년 다승왕과 승률왕에 이어 2005년에는 18승7패1세이브2.46의 성적으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며 최동원에 이어 21년 만에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롯데 투수가 됐다. 비록 은퇴는 롯데가 아닌 NC에서 했지만 롯데 유니폼을 입고 103승을 거둔 손민한은 명실상부한 2000년대 롯데 최고의 에이스였다.

하지만 2010년대에는 롯데가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에이스가 마땅치 않다. 통산 109승을 기록하고 있는 송승준은 타고투저 시대에 휩쓸리며 커리어 후반에 꾸준히 쌓아 올리던 성적을 많이 까먹었고 장원준(두산)은 전성기 구간 3년을 두산에서 보냈다. '안경 에이스 3호' 박세웅이 2017년 인상적인 한 해를 보내긴 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해 한 시대를 대표하는 롯데의 에이스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있다.

아찔한 머리 부상 극복하고 연일 호투 행진

중학 시절까지 야수로 활약하다가 고교 입학 후 본격적으로 투수로 전향한 이승헌은 고교 입학 당시 키 176cm에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유급을 결심한 후 1년 사이에 키가 15cm나 자라 190cm를 훌쩍 넘는 건장한 체격을 갖게 되면서 구위도 급격히 향상됐다. 고2,3학년 때 2년 연속 황금사자기 준우승을 이끌며 주가가 상승한 이승헌은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전체 3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이승헌은 프로 입단 후 스프링캠프에서 갈비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고 치료와 재활에 매달리느라 전반기를 통째로 날렸다. 결국 이승헌은 강백호(kt 위즈), 양창섭(삼성) 등이 맹활약했던 루키 시즌 1군 경기에 한 번도 나서지 못했다. 이승헌은 작년 시즌에도 양상문 전 감독이 주목하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5월21일 KIA 타이거즈와의 선발 데뷔전에서 2이닝7피안타4사사구7실점으로 뭇매를 맞으면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하지만 이승헌은 올해도 여전히 롯데의 유력 유망주군으로 분류되며 윤성빈,한승혁,최하늘(상무) 등과 함께 1군 스프링캠프에 참여했다. 그리고 시즌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이승헌은 롯데의 유력 유망주들 중 1군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선수가 됐다. 개막 직후 첫 선발 경기였던 한화 이글스전에서 정진호의 강습타구에 머리를 맞아 동료들과 구단 관계자들을 걱정시켰던 이승헌은 약 넉 달 만에 마운드에 복귀해 호투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20일 NC전에서 4.2이닝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이승헌은 26일 프로 데뷔전 상대였던 KIA를 상대로 5이닝3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승을 따냈다. 그리고 이승헌은 10월에 등판한 두 경기에서 13이닝 동안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10일 삼성전에서는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02개의 공을 던지면서 처음으로 7이닝을 소화하는 등 부상 복귀 후에도 여전히 뛰어난 체력과 구위를 과시했다.

이승헌이 최근 3경기에서 18이닝3실점(평균자책점1.50)으로 호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벌써부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롯데 최고의 에이스들을 소환하는 것은 지나친 설레발이다. 하지만 롯데는 새로운 2020년대를 이끌어 줄 새로운 에이스가 절실히 필요하고 196cm97kg의 건장한 체구에 만21세의 젊은 나이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영건 이승헌은 분명 롯데 차세대 에이스가 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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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이승헌 차세대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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