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맞붙는 휴스턴과 템파베이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맞붙는 휴스턴과 템파베이 ⓒ 정강민

 
공공의 적이 된 휴스턴. 그래도 그들은 가을야구의 강자라는 이미지를 아직 간직하고 있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이 그 모습을 반겨하진 않지만, 그들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런 그들이 지키고 싶어하는 이미지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동부지구 천적' 이미지가 그것이다. 2015시즌 지금의 핵심 멤버들을 데리고 출전한 첫 가을야구에서부터 휴스턴은 양키스를 와일드카드에서 잡아냈다. (최종성적 DS 탈락) 그리고 17시즌부터 보스턴-양키스-템파베이와 도합 5번의 시리즈에서 만났고, 4승 1패로 이들을 압도했다. (개별전적 15승 11패)

악명높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강팀들을 차례로 잡아낸 휴스턴의 명성을, 템파베이가 꺾어놓기 위해 올해도 나선다. 서부와 동부의 대표자를 뽑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양키스와 치열한 혈투 끝에 챔피언십시리즈 티켓을 따낸 그들은 서부지구의 대표이자 동부지구 팀들을 상대로 절대적인 우세를 점했던 휴스턴과 다시 맞상대한다.

가을의 고전으로 향하는 아메리칸리그 대표의 자리를 둔 두 팀. 템파베이는 작년에 패배를 갚고 내친김에 정의구현까지 실현하며 팬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월드시리즈까지 향하려 한다. 반면 휴스턴은 5할에 미치지 못하는 정규시즌 승률을 비웃는 포스트시즌 맹활약을 이어가며 그들만이 즐기는 자리에서 마음껏 만끽하려 한다. 다수의 기쁨과 그들만의 기쁨. 둘 중에 실현될 것은 어느 쪽의 것일지 가리려 한다.

# 휴스턴 vs 템파베이, 큰 무대에서 리벤지매치
 휴스턴과 템파베이의 주요 성적 비교

휴스턴과 템파베이의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휴스턴의 정규시즌 성적은 잊어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들의 정규시즌 마지막 24경기 성적은 8승 16패에 그쳤다. 그런 팀이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팀 흐름의 사이클이 절묘하게 올라가는 시점에 가을야구 시기가 도래했고, 그들은 여전히 가을에 잘나간다. 일찌감치 시리즈를 끝마치면서 충전의 시간을 가진 그들은 그간 좋은 기억이 많았던 동부지구 팀에게 또 한 번 승리를 뺏어오려 한다.

템파베이는 1시드로 진출하고 도전자 토론토를 손쉽게 제압하는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가을의 양키스에게는 상당히 고전했다. 그러나 부상복귀한 최지만이 게릿 콜과 양키스 투수진을 압박했고, 메도우스도 결정적인 5차전 동점포를 쳐내며 각자 부활을 알렸다. 아로자레나가 여전히 타선을 이끄는 가운데, 투수진의 헌신과 브로소의 5차전 역전포에 힘입어 12년만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일궈냈다.

ELO 레이팅 상으로 가장 유력했던 팀을 제압한 템파베이는 이제 본인들과 본인들이 쓰러트린 양키스 바로 다음에 위치한 휴스턴과 만난다. 또다른 쉽지 않은 상대를 마주한 템파베이인데, 휴스턴은 가을에 무르익은 전력으로 템파베이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두 팀의 경기는 펫코파크에서 펼쳐진다. 다저스타디움을 쓰던 휴스턴이 펫코파크로 이동하며, 템파베이 투수진이 다저스타디움에서 3경기만에 12개를 친 휴스턴 타자들을 만난다. 펫코파크는 투수친화적인 구장으로 여겨지나, 이번 5경기 동안 홈런이 많이 나왔다. (5경기 23개) 따라서 홈런포에 불을 붙인 휴스턴 타자들과 피홈런으로 고전한 휴스턴 투수진에 크게 바뀔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선발 분석
 휴스턴과 템파베이의 선발진 비교

휴스턴과 템파베이의 선발진 비교 ⓒ 정강민


휴스턴의 타선이 폭발하고 베이커 감독의 생소했던 투수운용이 곁들여진 불펜진이 승리를 지키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선발투수진은 쉽게 점수를 허용했고 리드를 빼앗겼다. 그레인키의 계속 하락하는 페이스는 반등하지 않았고, 크리스티안 하비에르가 불펜에서 역할을 맡아 이탈하니 선발진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발데즈가 맡은 2차전을 제외한 디비전시리즈 3경기에서 선발진이 경기를 패색이 짙은 상황으로 몰고 갔었다. 타선의 수습으로 멍에를 벗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투수력 싸움에서 선발진의 분발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7연전으로 진행되는 이번 시리즈에는 선발로 던져온 투수들의 이닝 소화가 살아날 수 있을지 관건이다.

템파베이는 스넬-글래스노우-모튼을 전통적인 선발로 기용하고 라이언 야브로를 불안요소로 판단해 오프너와 같이 기용했다. 정작 오프너는 부진하고 야브로는 5이닝 2실점으로 양키스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았었다. (DS 4차전) 5차전엔 단 이틀을 쉰 글래스노우가 경기 초반을 책임지기도 했다.

선발진이 점점 변칙으로 운용되는 가운데, 이제는 가장 가혹한 구간인 챔피언십시리즈 7연전이 펼쳐진다. (월드시리즈는 휴식일 존재) 변칙운용만으로 버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더해 선발투수들의 이닝소화력은 믿음직하지 못하다. 이 부분이 템파베이 선발진의 아킬레스건인데, 이번 7연전에는 어떤 묘수로 이 문제를 대응할지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 불펜 분석
 휴스턴과 템파베이의 불펜진 비교

휴스턴과 템파베이의 불펜진 비교 ⓒ 정강민


휴스턴이 원래 강점을 가진 파트는 선발 파트였는데, 이번 가을엔 그 평가가 역전이 되어 있다. 선발진에서 큰 축을 맡았던 크리스티안 하비에르가 가세하여 승전조에 힘을 불어넣은 것이 오클랜드 타선이 경기 중후반부에 힘을 쓰지 못하게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

그러나 하비에르가 투입되지 않은 경기는 투수진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다. 2차전은 발데즈의 호투로 불펜이 2이닝만 책임지면 됐기에 그가 들어갈 필요가 없었지만 3차전은 달랐다. 제임스와 레일리에게 멀티이닝을 요구하다 5실점을 헌납했고 베이커 감독의 이 날 운용은 또 도마에 올랐다. 하비에르의 가세로 양질의 선택지가 더 많아진 가운데, 베이커 감독의 1, 2차전 좋은 운용이 지속될지도 관건이다.

템파베이의 불펜진은 수년 간 치열하게 옥석을 가려오며 선별한 정예 멤버들로 뎁스를 꾸려왔다. 어떤 투수를 승리조, 심지어 마무리 상황에 내놓아도 세이브를 거둘 수 있는 투수들을 갖고 있고 그러다보니 승부처에서는 자신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투수들을 내놓아도 여력이 있는 팀이다.

불붙은 기세를 타고 올라오는 휴스턴의 타선을 만날 예정인데, 특히 이들은 오클랜드가 자랑하던 불펜진을 무너트리고 올라왔다. 정규시즌에는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하던 투수들을 완벽히 격파한 이들은 상당히 위험한 상대가 되어 있다.

작년 맞상대했을 때도 템파베이 불펜진의 두세 투수 정도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점수를 뽑으며 괴롭혔었던 바 있는데, 휴스턴 타선과 템파베이 불펜진의 맞대결이 가장 큰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타선 분석
 휴스턴과 템파베이의 타선 비교

휴스턴과 템파베이의 타선 비교 ⓒ 정강민


환골탈태라는 말로 설명이 되는 휴스턴의 타선이 될 것이다. 9월 wRC+(조정창조득점력)은 전체 25위에 그쳤으며, 미네소타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도 2경기 7득점으로 평범했다. 그나마도 9월 타선을 이끌던 스프링어의 역할을 코레아가 대신 맡은 것뿐, 2-3명의 활약을 투수진이 모두 달려들어 지켜냈던 것이 그 당시 휴스턴 공격력의 수준이었다.

그 휴스턴이 깨어난 것은 디비전시리즈 1차전이었다. 이번 시즌 최고 선발투수로 불릴법한 활약을 한 크리스 배싯을 몰아냈고 시미언의 실책 상황이 도화선이 되어 휴스턴 타선은 너도나도 폭발했다. 2-3명이 이끌며 버티던 타선이 이제는 부진한 구멍이 2-3명, 나머지는 쾌조의 타격감을 뽐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템파베이 타선은 게릿 콜도 효과적으로 공략했고, 상대 투수진을 적시에 공략하여 필요한 점수를 뽑아냈다. 정규시즌에 보여줬던 그 패턴으로, 득점력 자체가 폭발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기는데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의 득점력 수준이었다. (정규시즌 득점 ML 전체 12위) 이번 시즌 인디언스-다저스-트윈스 다음으로 적은 실점을 허용한 투수진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디비전시리즈에서도 팀컬러에 충실했던 결과, 양키스에겐 21득점을 뽑을 동안 24실점을 내주며 득실로는 오히려 밀렸다. 점수 쟁탈전으로 넘어갈 경우 승산이 많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접전이라면 끈질기게 달라붙지만 투수진이 버티지 못하면 타선으로는 따라가기가 벅찬 것이다. 고생하는 투수진을 더 많이 도울 수 있는 공격력이 휴스턴 투수들 상대로 나올 수 있을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 관전포인트

휴스턴의 투수진은 오클랜드에게 꽤 많은 점수를 허락했지만, 기세를 탄 타선이 되갚아주는데 성공했다. 템파베이에게도 점수쟁탈전으로 몰고 갈 필요가 있다. 안정적이지만 대량득점과는 거리가 있는 템파베이 타선 대비 매치업상 우위를 살려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여길 파고들어야 한다. 결국 템파베이의 선발과 불펜진과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는데, 이마저도 넘어설지가 시리즈 승리의 열쇠가 될 것이다.

템파베이는 억제가 가장 큰 승리의 근간으로, 대량실점, 점수쟁탈 등으로 경기를 전개하면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이를 위해 모든 투수들을 정예로 육성해온 진가를 드러내야 할 것이다. 작년에도 억제를 이뤄내며 (휴스턴 상대 5경기 19실점) 승부를 최종전까지 몰고갔었는데, 올해 역시 기세가 오른 휴스턴을 상대로 억제의 키워드가 우선 충족시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악당의 뻔뻔함'을 욕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런 배짱과 담대함이 있기 때문에 정규시즌의 부진으로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휴스턴은 버티고 끝내 부활해 6시드에서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끈기와 근성으로 무장해 이번시즌 아메리칸리그 유일의 40승을 거두고 리그를 지배한 템파베이다. 더 커진 무대에서, 1년 만에 서로 뒤바뀐 입장의 두 팀의 리매치가 이제 시작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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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포스트시즌 가을야구 챔피언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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