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황희찬이 분데스리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황희찬의 소속팀 RB 라이프치히는 오는 20일(한국시간) 마인츠와 2020-21 독일 분데스리가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

유럽 5대리그의 하나로 꼽히는 독일 무대에는 구자철, 이재성, 지동원, 박주호 등 이미 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거쳐갔고 지금도 활약중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선수는 역시 '차붐' 차범근과 '소니' 손흥민이다.

축구 한류의 원조에 해당하는 차범근은 70-80년대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 등을 거치며 분데스리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군림했다. 두 번의 UEFA컵 우승과 유럽무대 통산 121골(분데스리가 98골) 등 화려한 업적을 남겼다. 그 뒤를 이은 손흥민은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2015년까지 6시즌간 활약했고 49골(13도움)를 기록했으며, 이후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로 진출하여 세계 정상급 선수로 한단계 더 성장했다.

황희찬은 차범근과 손흥민의 아성을 이을 수 있는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공격수라는 포지션과 재능, 전성기에 접어드는 20대 중반의 나이, 풍부한 유럽무대 경험, 그리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소속팀의 위상까지, 스타로서 성장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황희찬은 2015년 유럽에 진출하여 오스트리아 1부리그 잘츠부르크에 입단하며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잘츠부르크에서 착실하게 주전급 선수로 성장한 황희찬은 6년간 총 125경기에 출전하여 45골(정규리그 28골·컵대회 6골·유럽클럽대항전 11골)을 기록했고 2019-20시즌에는 16골 22도움(11골 12도움)으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잘츠부르크에서 황희찬은 리그 우승 4회, 자국 컵대회 우승 3회 등 총 7개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며 유로파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무대도 경험했다. 이러한 황희찬의 성장세를 눈여겨본 RB 라이프치히에서 러브콜을 보냈고 지난 7월 5년 계약을 맺으며 독일 무대에 입성하게 됐다.

분데스리가 도전은 황희찬에게는 두 번째다. 황희찬은 지난 2018-19시즌 임대 신분으로 2부리그 함부르크SV에서 1시즌간 활약한 바 있으나 20경기에 출전하여 2골 1도움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성적에 그쳤다. 하지만 1년여의 시간이 흐르며 황희찬은 그때보다 더 성장했고 경험도 쌓았다. 오히려 독일 무대를 이미 체험해봤다는 것은 황희찬의 라이프치히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황희찬은 이미 지난 12일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64강)를 통하여 라이프치히에서의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뉘른베르크와의 경기에서 황희찬은 첫 경기부터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고 성공적인 신고식을 마쳤다. 순조로운 분데스리가 적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장면이다.

황희찬의 소속팀 라이프치히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3위,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성공하며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을 올린바 있다. 2009년 당시만 해도 독일 5부리그에 속한 변방 클럽이던 마르크란슈테트를 세계적인 음료 회사 '레드불'이 인수하면서 재창단한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16-17시즌부터 1부리그 무대에 합류했고 이후 꾸준히 바이에른 뮌헨-도르트문트 등 분데스리가 전통의 강호들을 위협하는 다크호스이자, 챔피언스리그 무대에도 꾸준히 진출하는 신흥 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라이프치히를 이끌고 있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1987년생으로 동갑으로는 현역 선수인 리오넬 메시-제이미 바디-곤살로 이과인-세스크 파브레가스 등이 있다. 나겔스만 감독은 30대 중반이 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호펜하임, 라이프치히 등을 이끌고 성공적인 성과를 일궈내며 독일과 유럽축구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라이프치히의 장점은 감독까지 포함하여 젊고 유망한 스쿼드를 중심으로 빠른 공수전환을 구사하는 역동적인 축구를 펼친다는데 있다.

올시즌 라이프치히의 운명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최전방 공격진이 꼽힌다. 지난 시즌 리그 3위에 올랐던 라이프치히는 팀득점도 81골로 뮌헨-도르트문트 다음으로 많은 골을 기록했지만 이중 무려 1/3에 가까운 28골(분데스리가 득점 2위)을 홀로 몰아넣었던 주포 티모 베르너가 첼시로 이적한 공백이 크다. 베르너는 라이프치히 부동의 공격수로 활약하며 4시즌간 무려 95골을 넣었던 선수다.

베르너의 대체자로 거론되는 선수가 바로 황희찬이다. 냉정히 말해 황희찬이 베르너만큼의 경험과 득점력을 갖췄다고 볼수는 없지만, 빠른 스피드와 돌파, 몸싸움, 체력, 활동량과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 등 전술적으로 베르너와 유사한 장점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바로 나겔스만 감독의 낙점을 받은 이유다.

물론 라이프치히가 황희찬 한 명만 바라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니 올모-크리스토퍼 은쿤쿠-에밀 포르스베리-유수프 포울센 등 전원 90년대생 이하로 구성된 젊은 공격진이 황희찬과 함께 유기적인 역할분담과 시너지효과를 통하여 베르너의 공백을 메워야한다. 나겔스만 감독은 베르너가 있던 지난 시즌에도 투톱과 스리톱까지 넘나드는 다채로운 전술변화를 시도한바 있다.

오스트리아 무대에서 리그를 제패하고 유럽클럽대항전까지 두루 경험해본 황희찬으로서 시즌 초반 기회가 집중될 주전경쟁에서 얼마나 살아남을수 있느냐에 따라 앞으로 축구 선수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할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기도 하다. 황희찬이 과연 손흥민과 차범근의 뒤를 이어 한국인 분데스리거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선수로 성장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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