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겨도 그랜드 슬램 첫 우승 기록을 남기는 결승전이었지만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대역전 드라마로 끝나서 더 인상적이었다. 2017년 이후 남자 테니스 빅 3(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가 휩쓸던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도미니크 팀이 처음으로 들어올리는 새 역사가 시작된 셈이다.

세계 남자테니스 단식 랭킹 3위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이 한국 시각으로 14일 오전 5시 15분 뉴욕에 있는 빌리 진 킹 국립테니스 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US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세계 랭킹 7위)를 4시간 1분만에 3-2(2-6, 4-6, 6-4, 6-3, 7-6)로 이겨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서브 에이스와 더블 폴트 갯수 똑같은 '즈베레프'

두 번째 세트 아홉 번째 게임, 도미니크 팀의 감각적인 하프 발리가 빛났다. 내리 두 세트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도미니크 팀이 4-5로 따라붙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바로 다음 게임에서 얻은 다섯 번째 세트 포인트 기회를 날카로운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잡아냈다.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세트 스코어 2-0으로 달아난 것이니 예상보다 싱겁게 결승전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테니스 게임이나 인생은 그렇게 흐름이 뻔하지 않았다. 하루 전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도 오사카 나오미가 포기하지 않았기에 놀라운 대역전 우승 드라마를 만들어낸 것처럼 도미니크 팀도 라켓 쥔 오른손을 다시 한 번 가다듬고 일어섰다.

세 번째 세트가 50분이나 걸렸지만 도미니크 팀은 쓰러지지 않고 6-4 점수판을 만들어냈다. 도미니크 팀은 코트 반대편 알렉산더 즈베레프의 서브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결승전 기록 중 좀처럼 보기 드문 기록이 하나 나왔다. 알렉산더 즈베레프의 서브 에이스 갯수와 더블 폴트 갯수가 무려 15개로 똑같이 나온 것이다. 시속 210 km/h를 훌쩍 뛰어넘는 엄청난 속도의 서브 에이스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두 번의 서브를 연달아 실수하는 더블 폴트를 무려 15개나 기록했다는 것은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는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

도미니크 팀, 파이널 세트 타이 브레이크까지 뒤집다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세트 스코어 2-0에서 2-2까지 추격 당하는 입장이었지만 파이널 세트 열두 번째 게임에서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수비 능력을 보여주었다. 급하게 네트 앞으로 달려드는 전략보다 베이스 라인 뒤에서 끈질기게 받아넘기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 게임에서 서브권을 쥐고 있던 도미니크 팀은 이렇게 상대가 변칙 전술을 펼치니 당황하여 2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내준 것이다. 여기서 알렉산더 즈베레프의 침착한 포핸드 크로스가 빛났다. 끝내 파이널 세트 타이 브레이크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6-6 게임 스코어를 만든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며 타이 브레이크 출발이 좋았다. 오른쪽 허벅지 근육에 이상이 생겨 제대로 뛰어다니지 못하는 도미니크 팀의 약점을 집중 공략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2개의 더블 폴트 오점을 더 찍어내며 자기 발목을 묶어버렸다. 이 터닝 포인트를 끝내 도미니크 팀이 자기 쪽으로 돌려놓았다. 어설프게 네트 앞으로 달려온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상대로 포핸드 패싱 샷을 시원하게 뿌려 7-6을 만들고는 마지막 챔피언십 포인트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의 백핸드 크로스가 자신의 왼쪽 옆줄 밖에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대로 코트 바닥에 드러누웠다.

2018년~2019년 연속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결승전에 올랐지만 쓴 잔을 마셨고, 올해 2월 2일 호주 오픈 결승전에서도 노박 조코비치에게 2-3 역전패를 당해 고개를 숙였던 도미니크 팀이 네 번의 메이저 대회 결승 도전만에 처음으로 활짝 웃은 것이다.

2020 US 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 결과
(14일 오전 5시 15분, 아서 애시 스타디움-빌리 진 킹 국립 테니스센터, 뉴욕)

도미니크 팀 3-2(2-6, 4-6, 6-4, 6-3, 7-6{8TB6}) 알렉산더 즈베레프

- 결승전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도미니크 팀 8개, 알렉산더 즈베레프 15개
더블 폴트 : 도미니크 팀 8개, 알렉산더 즈베레프 15개
첫 서브 성공률 : 도미니크 팀 62%(102/164), 알렉산더 즈베레프 64%(101/157) 
첫 서브 성공시 득점률 : 도미니크 팀 68%(69/102), 알렉산더 즈베레프 70%(71/101)
세컨드 서브 성공시 득점률 : 도미니크 팀 48%(30/62), 알렉산더 즈베레프 41%(23/56)
네트 포인트 성공률 : 도미니크 팀 74%(23/31), 알렉산더 즈베레프 65%(43/66)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도미니크 팀 54%(7/13), 알렉산더 즈베레프 44%(8/18)
위너 갯수 : 도미니크 팀 43개, 알렉산더 즈베레프 52개
언포스드 에러 : 도미니크 팀 55개, 알렉산더 즈베레프 64개
총 뛴 거리 : 도미니크 팀 5.196km, 알렉산더 즈베레프 5.124km

US 오픈 남자단식 최근 우승, 준우승 기록
2020 우승-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 / 준우승-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2019 우승-라파엘 나달(스페인)/ 준우승-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2018 우승-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준우승-후안 마틴 델 포트로(아르헨테니))
2017 우승-라파엘 나달(스페인)/ 준우승-케빈 앤더슨(남아프리카공화국)
2016 우승-스탄 바브링카(스위스)/ 준우승-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2015 우승-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준우승-로저 페더러(스위스)
2014 우승-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 준우승-케이 니시코리(일본)
2013 우승-라파엘 나달(스페인)/ 준우승-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2012 우승-앤디 머레이(영국)/ 준우승-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2011 우승-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준우승-라파엘 나달(스페인)
2010 우승-라파엘 나달(스페인)/ 준우승-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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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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