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스트 오브 워> 포스터.

영화 <고스트 오브 워> 포스터. ⓒ THE픽쳐스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나치 독일 점령 하의 프랑스, 크리스와 4명의 미 육군 병사가 전초기지를 향해 간다. 가는 길에 소수의 독일군을 일망타진하고 피난 가는 유대인 모녀에게 온정도 베푼다. 드디어 도착한 전초기지는 으리으리한 대저택으로 나치가 프랑스 귀족에게서 빼앗았다가 현재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전쟁 상황에서 편안해 보이는 그곳, 하지만 기존의 교대 병사들은 이들에게 기지를 넘기고 황급히 가 버린다. 

석연치 않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저택을 수색한다. 각기 다른 곳을 둘러 보던 그들,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유령인지 뭔지 모를 형체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누군가가 알 수 없는 말을 무섭게 전하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5명에 불과한 그들에게 50명에 달하는 독일군이 올 거라는 소식을 듣는다. 그들은 떠나야 하나 지켜야 하나 고심하다가, 떠나면 군법회의에 회부될 것이기도 하고, 이곳을 지키는 게 그들의 의무이자 위에서 떨어진 명령이기에 지킬 것을 다짐한다. 

5명이 따로 또 같이 50여 명의 독일군을 방어한다. 그런데 몇몇 독일군이 유령에 의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게 아닌가. 이 저택엔 진정 유령이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크리스 일행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에릭 브레스 감독의 복귀작
 
 영화 <고스트 오브 워> 스틸 이미지.

영화 <고스트 오브 워> 스틸 이미지. ⓒ THE픽쳐스

 
영화 <고스트 오브 워>는 <데스티네이션 2>와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의 각본을 쓰고 그 유명한 <나비 효과>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에릭 브레스 감독의 복귀작이다. 직전 작업한 작품이 2009년작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각본이니 자그마치 10년이 넘은 것이다. 

한편, <고스트 오브 워>는 전쟁이 한창인 때에 저택을 기반으로 한 기지 내에서 일어나는 호러라는 점에서 많은 이에게 기시감을 전하는데, 영화 <알 포인트>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알포인트>는 베트남 전쟁에의 비판과 극강의 공포를 내세운 분위기와 스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 영화는 어떨까. 어떤 이야기를 내세우고 어떤 메시지를 함의하며 어떤 분위기를 전할까. 그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히 존재한다. 입체적인 이야기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을 동반한 메시지로 중무장했다. 다만, 그것들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것인지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2000년대 반전 영화의 묘미가 되살아나다

영화는 꽤나 단출하다. 5명의 대원들이 저택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하고 믿을 수 없는 현상에 휩싸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보다 보면 공포를 대하는 그들의 행동에서 이상한 모습이 눈에 띈다. 공포에 벌벌 떨지도 않고 이상한 현상을 마주하고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중간에 대원 중 한 명의 말마따나 그들은 몇 날 며칠 밥을 먹지 않는다. 물론 영화적 설정 상 밥 먹는 행위는 충분히 생략할 수 있지만 굳이 이를 언급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대반전의 순간이 오면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대원의 말에 의구심이 드는 순간 묘한 긴장감이 동반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재미있다. 2000년대 반전 영화의 묘미를 한껏 살린 느낌이다. 그래서 익숙한 듯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지만, 다 본 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영화가 함의하는 메시지의 질에 비해서 말이다.  

처음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니만큼 나치 독일과 유대인에 얽힌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당연한 듯 그렇게 흘러간다. 독일군에 처참하게 짓밟히고 죽임을 당한 유대인 그리고 그들을 숨겨줬다가 봉변을 당한 프랑스 귀족 가족, 그들 사이에서 미군이 취해야 할 스탠스는 명백하다. 영화 초반, 독일군을 죽이고 유대인에게 온정을 베푸는 부대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전부라면 식상하기 짝이 없는 영화가 됐을 것이다. 대반전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영화의 결말을 본 입장에서 충격적이라기보다 탄성이 나오는 쪽이라고 말하고 싶다. 확실한 재미를 보장하지만, 얼마만큼 고개를 끄덕일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고스트 오브 워 밀리터리 호러 제2차 세계대전 나비 효과 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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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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