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kt와의 '4위 전쟁' 첫 경기에서 의외로 손쉬운 승리를 따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8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8-0으로 완승을 거뒀다. 전날까지 kt와 공동 4위를 달리던 두산은 kt와의 맞대결 승리로 단독 4위 자리를 되찾았고 이날 KIA 타이거즈에게 2-3으로 역전패한 3위 LG트윈스와의 승차도 1.5경기로 좁혔다(56승3무43패).

두산은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6이닝6피안타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12번째 승리를 따냈고 이승진, 박치국, 권휘가 이어 던지며 승리를 지켰다. 타선에서는 1회 적시 2루타를 친 오재일이 2경기 연속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최주환은 4회 kt 선발 배제성으로부터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하지만 이날 두산 승리의 일등공신은 2개의 2루타로 2득점을 올리고 5회 결정적인 호수비로 알칸타라를 구한 두산의 돌격대장 박건우였다.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두산과 KT의 경기. 5회초 만루 위기를 넘긴 두산 선발투수 알칸타라와 박건우가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두산과 KT의 경기. 5회초 만루 위기를 넘긴 두산 선발투수 알칸타라와 박건우가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입단 8년 만에 폭발한 호타준족 외야수 박건우의 잠재력

박건우는 안치홍(KIA 타이거즈), 이형종(LG 트윈스)과 함께 서울고 시절부터 팀의 중심으로 활약했고 2008년 U-18 야구월드컵의 우승멤버이기도 했다(당시 우승 멤버 중에 정수빈과 허경민은 현재까지도 두산에서 함께 활약하고 있다). 그렇게 고교 야구를 주름잡던 호타준족 외야수 유망주였던 박건우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10순위)로 두산에 지명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5라운드 39순위로 입단한 동기 정수빈이 프로에 들어오자마자 대주자 및 대수비 요원으로 1군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준 것과는 달리 박건우는 입단 첫 해 1군에서 5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두산의 2군을 이끌던 박종훈 감독은 박건우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박건우가 훗날 두산 외야의 중심이 될 거라 예언(?)했지만 실제로 박건우에게 닥친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2010 시즌 후 경찰 야구단에서 복무를 하며 경험을 쌓은 박건우는 전역 후 첫 시즌이었던 2013년 타율 .271 1홈런7타점을 기록했지만 2014년에는 47경기에서 타율 .180에 그쳤다. 그 사이 입단 동기 정수빈은 이종욱(NC다이노스 작전·주루코치)이 떠난 두산의 주전 중견수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만 해도 두산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잠실 아이돌' 정수빈과 '터지지 않은 유망주' 박건우는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하지만 박건우가 두산 외야의 중심이 될 거라는 박종훈 감독의 예언은 2015년부터 조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건우는 백업 외야수로 활약한 2015 시즌 70경기에서 타율 .335 5홈런26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박건우는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도 준플레이오프 1차전 끝내기 안타, 한국시리즈 3차전 역전 결승타를 때려내는 등 두산의 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리고 2016년 김현수(LG)의 미국 진출로 비어있던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한 박건우는 풀타임 첫 시즌 132경기에 출전해 타율 .335 20홈런83타점95득점 17도루로 맹활약하며 두산의 핵심 선수로 성장했다. 박건우는 2017년에도 131경기에서 타율 .366 20홈런78타점91득점20도루를 기록하며 생애 첫 20-20 클럽에 가입했다. OB 시절을 포함해 베어스 역사에서 20-2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박건우가 역대 최초였다.

베어스 역사상 세 번째 5년 연속 3할 도전

흔히 야구에서 특정 선수가 올스타급 선수로 자리 잡았는지 알아 보기 위해서는 3년 정도 꾸준한 활약을 했는지 살펴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박건우는 주전으로 도약한지 3년째가 되던 2018년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326 12홈런84타점79득점을 기록하며 엘리트 선수가 됐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박건우는 그 해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24타수1안타(타율 .042)로 부진하면서 큰 경기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생겼다.

박건우는 공인구의 반발력이 떨어지면서 거의 모든 타자들의 타격성적이 떨어진 와중에도 타율 .319 10홈런64타점83득점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적을 유지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4경기에서 타율 .176로 부진했지만 2차전 끝내기 안타에 이어 3차전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두산의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2차전 끝내기 안타를 치고 난 후엔 그 동안의 마음고생이 생각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두산의 간판타자 중 한 명이 된 박건우는 올해도 팀 내 타율 5위(.308), 득점1위(85개), 안타 2위(112개), 홈런 공동 4위(12개)를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6월 한 달 동안 .444의 맹타를 휘둘렀던 박건우는 7,8월 잠시 주춤했지만 9월 들어 6경기에서 .409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다시 타격감을 바짝 끌어 올리고 있다. 박건우는 9월 홈런을 때려내지 못했지만 9안타 중 6개가 2루타일 정도로 많은 장타를 생산하고 있다.

박건우는 4위 경쟁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경기였던 8일 kt전에서도 5회와 7회 2루타로 출루한 후 홈을 밟았다. 하지만 이날 박건우가 때려낸 2개의 장타보다 더욱 빛났던 장면은 5회 초 수비에서 나왔다. 박건우는 알칸타라가 2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던 5회초 수비에서 유한준의 타구를 빠르게 달려 나와 미끄러지면서 잡아냈다. 만약 원바운드로 잡았다면 동점, 공을 뒤로 흘렸다면 단숨에 역전이 될 수도 있었던 아질한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것이다.

만약 박건우가 올 시즌 끝까지 3할 타율을 유지하면 주전으로 도약한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게 된다. 베어스 역사에서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두목곰' 김동주(1999~2003년)와 민병헌(롯데 자이언츠, 2013~2017년) 밖에 없었다. 한국시리즈에서의 부진 때문에 과소평가되곤 하지만 박건우는 야구팬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좋은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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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박건우 5년 연속 3할 호타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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