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2020 우리은행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시즌 결승전에서 담원 게이밍(이하 담원)이 DRX를 3:0으로 완파하고 LCK 첫 우승을 달성했다. 이로써 담원은 롤드컵 직행은 물론, 챌린저스 코리아 승격팀으로는 첫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DRX의 감독 씨맥(CvMax)과 초비는 LCK 결승전 4회 진출 4회 준우승이라는 아쉬움을 남겼고, 젠지는 선발전으로 향하게 됐다. 담원과 DRX 경기는 밴픽부터, 인플레이까지 많은 포인트가 있었다. 승부를 가른 포인트들을 짚어보자.
 
'바텀 주도권' 노린 담원의 밴픽, DRX의 허를 찌르다
 
1세트 담원과 DRX의 밴픽 1세트 담원은 케이틀린, 럭스로 바텀 주도권을 가져오며 이전과 다른 밴픽 구도를 짰고, 너구리는 오른을 가져오며 상대팀에게 혼란을 가중시켰다.

▲ 1세트 담원과 DRX의 밴픽 1세트 담원은 케이틀린, 럭스로 바텀 주도권을 가져오며 이전과 다른 밴픽 구도를 짰고, 너구리는 오른을 가져오며 상대팀에게 혼란을 가중시켰다. ⓒ 라이엇 코리아

 
담원의 결승 키워드는 단연 '바텀 주도권'이었다. 1세트 담원은 정규시즌에서 한번도 사용하지 않던 케이틀린을 픽한다. 그동안 세나, 이즈리얼 등 후반 지향형 픽을 선택해 상체 위주의 게임을 하거나, 애쉬를 통해 시야장악 등 지원을 통해 정글의 캐리력을 높여줬던 것과 달리 케이틀린을 뽑았고, 럭스까지 더하며 바텀라인의 주도권을 가져오려 했고, 인게임에서도 바텀이 강한 주도권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3세트에서는 두 세트 연속 바텀 주도권을 내준 DRX가 바텀 주도권을 잡으려 칼리스타를 픽했다. 칼리스타는 루시안과 함께 초반 라인전이 강력한 챔피언인데, 여기서 담원의 고스트는 드레이븐을 픽한다. 드레이븐은 난이도가 높고, 생존기가 약해 LCK에 잘 등장하지 않던 챔피언이지만 초반 화력에서만큼은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한다. 결국 초반 바텀 2:2 교전에서 칼리스타의 스펠을 모두 빼면서 상대의 바텀 주도권을 잡으려는 작전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너구리의 '모서리 있는 방패' 오른, 검증된 레넥톤
 

1세트 케이틀린 픽보다 놀라운 건, 너구리의 오른이었다. 루시안, 애쉬를 벤하면서 케이틀린 상대로 괜찮은 진을 DRX가 선택하자, 너구리에게는 일명 '칼챔'이라 불리는 레넥톤, 제이스 같은 공격적 성향의 챔피언이 아닌 오른을 쥐어줬다. 진은 탱커를 잘 잡지 못하는 원딜이었고, 결국 담원의 4번째 드래곤을 앞둔 싸움에서 오른-볼리베어가 생존하자 DRX가 케이틀린을 먼저 끊고도 이들을 잡지 못하는 장면이 나왔다. 오른-볼리베어라는 방패를 세우고, 케이틀린, 신드라의 긴 사거리로 진영을 잡으니 DRX는 점점 밀리는 싸움을 하다 원하지 않는 구도로 한타를 하게 됐고, 결과는 담원이 한타에서 승리했다.
 
바텀주도권, 오른픽에 더해 2, 3세트 빛난 건 담원 너구리의 레넥톤과 캐니언의 니달리였다. 1세트 방어적인 선택을 하면서 상대를 교란시킨 너구리는 2,3세트 연속 레넥톤을, 캐니언도 니달리를 픽하면서 볼리베어, 쉔으로 방패를 세운 상대의 방패를 부셔냈다. 바텀에서 주도권 있는 픽을 택했던 담원이 상체에서도 이기며 2,3세트는 더욱 쉽게 승기를 잡았다. 레넥톤은 퀸, 루시안 같은 카운터가 있지만 상대 탑 라이너 도란의 챔피언폭을 고려해 루시안을 벤한 채 먼저 선픽했고, 상체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며 기대에 부응했다.
 
너구리는 1세트 창이 아닌 방패를 잡았지만 딜량 2위를 기록하며 '모서리 있는 방패' 같은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상대의 밴픽구도에 혼란을 가중시켰고, 2, 3세트는 자신있게 레넥톤을 선택하며 탑 주도권을 가져왔다. 여기에 연이어 세트마다 상대의 갱킹을 흘려내면서 공격적인 모습에 생존력까지 갖춘 모습을 선보이며 결승전 MVP를 차지했다.
 
쇼메이커의 움직임, 초비를 억제하다
 
쇼메이커는 1, 2세트 연이어 신드라를 선택했다. 신드라는 라인전이 강하지만, 생존기가 부실하고, 카운터도 많아 1티어로 평가받는 픽은 아니었다. 특히 화려한 플레이며 "또 너냐, 김허수"라는 말을 듣는 쇼메이커에겐 낯선 픽이었다. 그러나 쇼메이커의 신드라는 무언가 하지 않아도 팀을 이기게 만들었다. 쇼메이커는 신드라의 강력한 라인클리어를 바탕으로 상대의 핵심 선수인 초비를 라인에 묶어뒀다.
 
쇼메이커의 초비 억제 쇼메이커는 1, 2세트 미드에서 중앙 라인을 넘지 않고 유지한 채, 라인 클리어만 해내며 초비의 캐리력을 억제시켰다.

▲ 쇼메이커의 초비 억제 쇼메이커는 1, 2세트 미드에서 중앙 라인을 넘지 않고 유지한 채, 라인 클리어만 해내며 초비의 캐리력을 억제시켰다. ⓒ 라이엇 코리아

 
쇼메이커는 로밍을 가지도, 부쉬로 시야장악을 많이 가지도 않았고, 중앙선 라인을 지키며 라인만 클리어하는 플레이를 반복했다. 선푸쉬 주도권을 잡기보다, 갱킹에 당하지 않게 뒤로 빠져 여유있게 라인만 클리어했다. 특히 2세트 초비가 초반 제이스로 2킬을 먹었지만, 쇼메이커와 담원은 미드에서 교전을 열지 않았다. 대신 상체와 아래서 적극적인 교전을 열었고, 생존을 위해 순간이동이 아닌 회복을 들었던 초비는 라인이 밀려 합류하지 못했다. 결국 쇼메이커는 자신의 장점을 앞세우기보다, 상대의 장점을 막아서는 역할을 해냈다. 1,2세트 연이은 신드라픽을 했던 쇼메이커는 3세트 들어서는 아칼리로 '쿼드라킬'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하며, 노데스를 기록했고, 자신의 힘을 숨기고 있었음을 증명했다.
 
표식의 턴 낭비, 너구리 슈퍼플레이로 뒤집어진 정글차이
 
DRX의 표식은 경기초반부터 릴리야를 바탕으로 빠르게 스노우볼을 굴려나갔다. 아군 칼날부리에서 버프를 건너뛰고, 상대 칼날부리를 먹고, 돌거북을 먹으면서 빠르게 3레벨을 찍고, 상대의 정글도 카운터치면서 초반 정글 레벨차이를 벌렸다. 특히 2세트 초반 DRX가 2킬을 먼저 올린 것도 표식이 담원 진영 정글을 먹자, 캐니언이 성장 격차를 메우기 위해 들어왔다가 생긴 사고였다.
 
그러나 밴픽구도상 릴리야가 갈 곳은 탑이 유일했다. 미드는 신드라가 밖으로 나오지 않아 갱킹각이 나오지 않았고, 바텀은 주도권이 없었고, 격차가 벌어져 호응도 애매했다. 결국 탑으로 갱킹을 시도한다. 하지만 너구리가 1세트는 오른, 2세트는 레넥톤으로 상대의 갱킹을 흘려냈다. 반대로 이 사이 캐니언은 정글을 사냥하며 격차를 줄이며 초반 2~3랩이 나던 레벨차이를 따라잡았다. 특히 2세트는 초반 데스로 말렸던 상황에서 정글 버프로 성장을 한 뒤, 확정 CC기가 있는 레넥톤이 있는 탑으로 향해 킬을 만들어냈다. 그 사이 초반 격차를 벌렸던 표식의 릴리야는 갱킹 실패로 턴을 낭비하고, 상대 정글에 성장도 따라잡혔다.
 
연이은 탑 갱킹 실패로 DRX는 경기가 답답해졌고, 바텀에서 케이틀린-칼리스타-드레이븐으로 라인전을 압도한 바텀을 중심으로 오브젝트를 챙긴 담원이 상체에서도 성과를 내면서 게임을 쉽게 가져갔다.
 
조금의 집중력 차이, 담원이 더 섬세했다
 
DRX는 경기 중 유난히 잔실수가 많았다. 특히 2세트 데프트의 이즈리얼이 2번이나 집타이밍을 잡다 베릴의 알리스타로 인해 점멸을 빼는 실수가 나왔다. 생존기가 우월한 이즈리얼이지만, 점멸이 어이없게 빠지면서 바텀 교전을 과감히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교전에서도 베릴의 알리스타를 1대 차이로 마무리하지 못하기도 했다.
 
너구리의 섬세함이 엿보인 스킬활용 도란의 볼리베어가 원거리 미니언을 먹으러 한 걸음 나오자, 그 순간 앞점멸로 W스킬을 적중시키며 캐니언의 니달리 창이 맞을 수 있는 각을 만들었다.

▲ 너구리의 섬세함이 엿보인 스킬활용 도란의 볼리베어가 원거리 미니언을 먹으러 한 걸음 나오자, 그 순간 앞점멸로 W스킬을 적중시키며 캐니언의 니달리 창이 맞을 수 있는 각을 만들었다. ⓒ 라이엇 코리아

 
반면 담원은 집중력이 높은 모습을 보였다. 교전에서 한명을 정확히 포커싱하는 것은 물론, 갱킹에서도 섬세함이 빛났다. 2세트 캐니언이 데스를 기록해 말린 상황에서 시도한 탑 갱킹에서 집중력이 돋보였다. DRX 도란의 볼리베어가 미니언 사이에 있다가 원거리 미니언을 처치하려 한 발짝 나온 순간을 놓치지 않고 너구리가 W스킬을 적중시키면서 캐니언의 창이 적중해 볼리베어를 잡아냈다. 이 장면은 순간이동까지 볼리베어가 사용한 상태였기 때문에, 라인이 손실되고, 캐니언도 초반 데스를 메우는 2세트 분위기 반전의 큰 장면이 됐다.
 
정규시즌부터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담원은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지난 3번의 결승전과 달리 결승 직행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더해 제파 이재민 감독은 롤드컵 3회 연속 진출, 담원은 롤드컵 2회 연속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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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리그오브레전드 결승전 DRX 담원게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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