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역사상 최초의 4연패에 도전하던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가 위기에 놓였다. 전북은 5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19라운드 성남FC와의 원정 경기에서 0-2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 강원전 1-2 패배에 이어 시즌 첫 2연패다. 전북이 리그에서 연패를 당한 것은 최강희 감독 시절인 2017년 5월3일 이후 무려 3년 만이다.

하필이면 우승 경쟁의 중요한 고비에서 연패가 나온 것도 뼈아프다. 전북은 승점 41점(13승2무4패)으로 2위를 유지했지만, 만약 6일 경기에서 1위 울산 현대(승점 45점)가 광주FC를 꺾는다면 두 팀의 격차는 7점 차로 벌어진다.

전북은 연패에 빠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한때 5연승까지 내달리며 기세를 높였다. 공교롭게도 최근 분위기가 그리 좋지않았던 중위권 팀들에게 연달아 덜미를 잡힌 모양새도 찜찜하다.

전북은 올시즌 리그 6위에 그치고 있는 강원에게 홈과 원정 두 번 모두 패했다. 강원은 전북과의 18라운드 대결 직전까지 6경기 무승(4무 2패)이라는 최악의 부진을 거듭했지만 전북을 잡고 기사회생했다. 7위 성남은 최근 3경기 연속 무승에 전북을 만나기 전까지 올시즌 홈에서 9경기 동안 단 한번도 승리를 맛보지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우승 경쟁팀인 울산이 오직 전북에게만 단 1패를 허용한 것과 비교하여 전북은 벌써 4패째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의 첫 시즌, 38라운드를 치르면서도 단 3패만 당했던 2019년의 기록을 지난 시즌의 절반만에 벌써 뛰어넘었다.

최근 전북의 갑작스러운 부진 원인으로는 역시 측면 수비의 약화가 거론되고 있다. 전북은 국가대표 출신 주전 풀백이던 김진수가 사우디 알 나스르로 이적했다. 전북은 당초 김진수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알 나스르가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높은 몸값을 제시하며 선수의 마음이 흔들린 탓에 이적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김진수가 이적하자마자 연패를 당한 경기에서는 모두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김진수가 빠지면서 왼쪽 풀백 주전으로 기용되고 있는 이주용이 수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여러 차례 뒷공간을 허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용이 결장하면서 최철순이 투입된 성남전에서는 오른쪽 측면수비에도 불안감을 노출하며 성남의 스피드에 고전을 면치못했다.

하지만 전북 정도되는 클래스의 팀이라면, 주전 한두명이 빠졌다고 이렇게 흔들린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못한다. 이적 전까지 전북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던 김진수가 빠지면서 빈 자리가 커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2연패 동안 전북의 불안요소는 수비만이 아니었다.

전북은 최근 최전방과 미드필드에서도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며 공수밸런스가 무너진 모습이었다. 중원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는 쿠니모토 정도에 불과하고, 김보경과 한교원은 잘될 때와 안될 때 기복차이가 너무 심하다. 1,2선을 오가며 꾸준히 선발로 중용되고 있는 조규성은 수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이는 결국 외국인 듀오인 구스타보와 바로우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진다.

진정한 문제는 어느덧 K리그 2년차도 후반기로 접어드는 시점임에도 사령탑 모라이스 감독만의 뚜렷한 색깔이나, 반복되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이 별로 보이지않는다는 점이다. 최강희 감독 시절의 전북은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뚜렷한 팀컬러가 있었고, 두터운 스쿼드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 선수들을 골고루 활용하는 로테이션이 돋보였다.

전북은 올시즌 19경기에서 31골로 리그 득점 4위에 그치고 있다. 한 경기를 덜치른 라이벌 울산(41골)과는 무려 10골 차이다. 노장 공격수 이동국의 부상과 벨트비크(수원FC)의 부진으로 득점력에 문제가 발생하자 시즌중에 브라질 출신의 특급 공격수 구스타보까지 데려왔지만 골결정력 고민은 여전하다. 강원이나 성남전에서도 모두 볼점유율과 득점찬스는 전북이 더 많았지만 번번이 기회를 살리지못했다.

전북을 상대로 라인을 깊숙이 내리고 선수비 후역습 전략으로 나서는 팀들을 뚫어야한다는 고민은 최강희 감독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로페즈나 레오나르도같은 '크랙'들이 상대 수비를 흔들면 이동국-김신욱-에두 등 파괴력있는 한방을 갖춘 스트라이커들이 마무리하는 방식이었다. 최감독도 전술적 유연성이 뛰어난 지도자는 아니었지만 두터운 스쿼드를 최대한 활용하여 다양한 조합을 가동하는 것으로 상대를 혼란시켰다.

그에 비하여 모라이스 감독은 좀더 빌드업과 점유율을 통하여 과정을 만들어가는 축구를 선호하지만 문전에서의 세밀함과 파괴력은 오히려 반감됐다. 상대팀을 전북을 상대로 철저한 맞춤형 전략으로 나서는데 비하여, 모라이스 감독의 전술과 베스트 라인업은 이제 상대팀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모라이스 감독이 부진했던 경기후 인터뷰 때마다 항상 들을수 있는 패턴이 "찬스는 우리가 많았지만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몇 경기정도는 선수들의 문제라고 돌릴수 있을지 몰라도 2년이 다 되도록 같은 단점이 개선이 되지 못한다면 감독의 책임이 된다.

모라이스 감독은 K리그에서 가장 적극적인 투자와 풍부한 선수층을 지원받는 전북의 사령탑이다. 현재 측면 백업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주용과 최철순은 비록 전북에서는 김진수-이용에 밀렸지만 다른 팀에서는 충분히 주전으로 뛰기에 손색없는 자원들이다. 하지만 모라이스 감독 체제에서는 좀처럼 출전기회를 얻지못하며 경기감각이 뚝 떨어졌다.

울산과 경남에서 각각 에이스급 활약을 보였던 김보경과 쿠니모토도 전북에서는 전 소속팀에서만큼의 활약상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승대와 벨트비크 등 전북에서 적응하지못하고 타팀으로 떠난 선수들까지 고려하면 과연 모라이스 감독이 선수 파악과 활용에서 얼마나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전북에게 아직 역전의 기회는 충분히 남아있다. 스플릿라운드까지 포함하여 라이벌 울산과 2번의 맞대결이 남아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4~7점차 리드는 아직 뒤집을수 있는 격차다. 하지만 더 이상의 이변은 곤란하다. 전북의 반등을 위해서는 모라이스 감독의 위기관리 능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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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이스감독 전북현대 이주용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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