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에이스 양현종이 시즌 9승을 수확하며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눈앞에 뒀다. 양현종은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시즌 11차전에서 6이닝 4피안타 3볼넷 1사구 9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로 팀의 11-8 승리를 이끌며 승리투수가 됐다.

타선도 홈런 4개포함 13안타를 몰아치며 양현종을 화끈하게 지원했다. 기아는 47승 44패 승률. 516을 기록하며 5위 KT 위즈(48승1무42패, .533)와의 승차는 1.5게임으로 좁혔다.

기아로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승리였다. 기아는 8월들어 성적이 급락하며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날 경기전까지 8월 승률이 8승 14패로 .364밖에 되지 않았다. 올시즌 개막 이후 가장 저조한 월별 승률이었다. 기아는 5월 12승12패(4위), 6월은 12승9패(4위), 7월 14승9패(3위)로 그동안은 월별 승률이 5할대 이하로 떨어진 경우가 없었다. 특히 2연전 일정에 돌입한 지난 18일 이후만 놓고보면 5연패 한 차례를 포함하여 2승 9패에 그칠만큼 부진이 심각했다. 순위는 한때 7위까지 떨어지며 5강 경쟁에 적신호가 켜지는 듯 했다.

기아 마운드 지탱하는 양현종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양현종이 6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물러나고 있다. 양현종은 5와 3/2이닝 동안 102개의 볼을 던지며 4피안타 3실점 투구로 승리투수 조건은 갖췄다.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양현종이 6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물러나고 있다. 양현종은 5와 3/2이닝 동안 102개의 볼을 던지며 4피안타 3실점 투구로 승리투수 조건은 갖췄다. ⓒ 연합뉴스

 
그나마 어려울 때 팀을 지탱해준 것이 바로 양현종이었다. 팀이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던 것과는 달리 양현종은 8월에만 5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40으로 눈부신 호투를 보여주며 하마터면 무너질 뻔했던 기아의 마운드를 지탱했다.

사실 양현종은 올시즌 명성에 비하면 많이 부진한 편이다. 5월 5경기 평균자책점 4.85(3승2패), 6월 5경기 4.50(2승2패), 심지어 7월에는 5경기 자책점 8.63(1승2패)이라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잠시 로테이션에서 제외하여 휴식기를 주거나 2군에 내려보내 투구감각을 찾게 해줘야 하는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양현종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양현종은 에이스답게 팀이 가장 어려운 순간에 극적으로 부활하여 제몫을 다했다. 지난 시즌도 후반기에 강했던 양현종답게 구속이나 제구력이 오히려 점점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반가운 대목이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1.27로 안정적이고 피안타율도 0.245로 낮아졌다.

승리도 승리지만 8월에만 30이닝을 소화한 것은 개막 이후 월별 최다이닝(5월 26이닝, 6월 28이닝, 7월 24이닝)이다. 퀄리티스타트만 3회였고 5회 이전에 강판된 경기는 전무하다. 지난 22일 키움전(6.2이닝)에 이어 2경기 연속(12.2이닝)무실점을 기록한 것도 올시즌 최초다. 8월들어 심각한 불펜 난조와 체력부담에 시달리고 있던 기아 마운드로서는 양현종의 활약으로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특히 양현종과 기아에게 있어서 올시즌 SK는 가장 소중한 보약 중 하나다. 기아는 올시즌 SK와의 상대전적에서 8승 3패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부진에 빠졌던 8월에만 팀이 거둔 9승중 절반에 가까운 4승을 SK전에서 챙기며 순위싸움의 동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양현종도 올시즌 SK전에서만 4경기에 등판하여 3승 자책점 2.19(8월 2승)로 가장 많은 승리를 챙겼다. 양현종은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SK전에만 7연승을 달리고 있으며, 인천 원정에서는 4연승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까지 5점대(5.88)를 웃돌던 평균 자책점은 8월들어 어느새 4.92(108이닝 59자책)까지 끌어내렸다.

또한 양현종은 앞으로 1승만 추가하면 이강철(해태·10년), 정민철(한화, 8년), 장원준(두산 8년), 유희관(두산·7년) 등에 이어 KBO 역대 5번째로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게 된다. 통산 145승째를 달성하며 KBO 역대 다승 5위에 올라있는 양현종은 이제 1승만 보태면 타이거즈 레전드이기도 한 '국보급 투수' 선동열(146승.4위) 전 대표팀 감독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타이거즈 출신 투수 최다승은 이강철 KT 감독이 기록한 152승(3위)이다.

양현종 호투에도 불안한 기아 뒷문

하지만 양현종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기아의 뒷문은 아쉬움을 남긴 옥의 티였다. 기아는 7회까지 11-1으로 10점차까지 점수차를 벌리며 낙승이 예상되었으나 8회말에만 불펜이 급격하게 흔들리며 무려 7실점을 내줬다. 기아는 결국 장현식과 전상현 같은 필승조까지 뒤늦게 투입한 끝에 간신히 3점차로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가뜩이나 빡빡한 2연전 일정에서 최근 구위가 좋지 않았던 불펜의 핵심 투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날린 것은 못내 찜찜하다.

공교롭게도 기아의 다음 상대는 5강 경쟁팀인 KT다. 기아는 29일부터 KT를 홈으로 불러들여 2연전을 가진다. 기아로서는 가장 험난했던 8월 일정에 그나마 유종의 미를 장식하는 대결이기도 하다. 기아가 두 경기를 모두 잡는다면 KT를 제치고 5위를 탈환하며 8월을 기분좋게 마무리할 수 있다. 하지만 올시즌 상대 전적은 KT가 6승 4패로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기아는 현재 5강 싸움의 최대 고비에 직면해 있다. 어려운 경기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양현종의 책임감이 더 막중해질 수밖에 없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양현종 기아타이거즈 선동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