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최근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에 이적 의사를 밝힌 사실이 알려지며 축구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BBC, 로이터, AP통신 등 유력 외신들은 일제히 25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구단 측이 메시의 이적 요청서 제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메시의 이적은 유럽 축구계 판도에 일대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메시는 2000년 유소년 선수로 처음 입단한 이래, 20년 동안 오직 바르셀로나에서만 활약해온 원클럽맨이다. 메시는 스페인 라리가 10회, 챔피언스리그 4회, 코파델레이 6회 우승 등 각종 대회에서 총 34회의 우승 트로피를 바르셀로나에 안겼다. 1군에서만 731경기에 출전하여 634골 285도움을 기록했고, 축구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6회 수상하며 최다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메시의 전성기가 곧 바르셀로나의 전성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시도 줄곧 바르셀로나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며 이곳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2019-20시즌은 메시와 바르셀로나에게 모두 최악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바르셀로나는 올시즌 단 한 개의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하며 무려 12년 만의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에게 리그 우승을 내준데 이어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는 독일의 강호 바이에른 뮌헨에 2-8의 충격적인 완패를 당하는 '리스본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전성기의 전력에서 내려온 바르셀로나에 대대적인 리빌딩과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바르셀로나와 메시의 계약기간은 2021년 6월 30일까지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메시가 바르셀로나 구단 고위층과 불화설에 시달리며 재계약이 미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바르셀로나는 로날드 쿠만 신임 감독 체제에서 대대적인 팀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그간 바르셀로나의 주역이자 메시와도 친분이 두터운 루이스 수아레스 등 일부 주전급 선수들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아 박대하는 모양새도 메시가 구단에 실망감을 느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알고보면 메시의 이적 요청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동안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되어온 갈등이 결국 곪다못해 한번은 터질게 터진 셈이다.

물론 바르셀로나로서는 구단의 상징이자 전력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메시의 이적을 쉽게 허락할 수 없다. 영국 BBC 등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메시는 바르셀로나와 지난 계약 당시 올 시즌 종료 시점인 6월 10일까지 이적을 요청하면 계약을 상호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시즌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즌이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를 거쳐 8월 말에 종료된 특수한 상황이다. 메시 측은 시즌 종료 기준에 초점을 맞춰 해당 조항을 지금 발동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면, 바르셀로나는 이미 날짜가 지났다며 조건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계약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메시가 구단의 동의없이 다른 클럽으로 이적하려면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조항을 충족해야 한다. 바르셀로나가 설정한 메시의 바이아웃 금액은 무려 약 9800억 원(7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메시 본인의 높은 연봉까지 감안하면 현재 전세계의 어떤 부자구단이라고 해도 돈으로 메시를 데려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메시의 이적설이 불거지면서 자연스럽게 라이벌인 호날두의 사례도 비교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으로 꼽히던 호날두도 2018년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페레스 회장과 연봉 인상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다가 이탈리아의 유벤투스로 깜짝 이적을 선택한바 있다. 당시 호날두의 바이아웃 금액은 약 1조 3000억 원(10억 유로)에 이르렀으나 레알은 유벤투스로부터 약 1400억 원(1억 500만 유로)의 이적료를 받는 조건에 호날두의 이적을 결국 승낙한 바 있다.

메시도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데다 계약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을 지체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바르셀로나다. 메시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바르셀로나도 호날두의 사례처럼 결국은 이적을 허락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바르셀로나로서는 만일 메시를 끝내 놓친다면 신임 로날두 쿠만 감독 체제가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 위기를 맞게될 수 있다. 수아레스-라키티치-피케 등 주축 선수들이 노쇠화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앙투안 그리즈만-우스망 뎀벨레-필리페 쿠티뉴(뮌헨 임대) 등 최근 몇 년간 거액을 들여 영입한 이적생들은 하나같이 제몫을 못해줬다.

여기에 대체불가한 메시까지 이탈한다면 막대한 전력손실을 물론이고 팀의 상징적인 선수를 지키지 못한데 따른 팬들의 비난 여론도 떠안아야 한다. 호날두가 유벤투스로 떠난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의 부진을 뛰어넘는 암흑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바르셀로나 뿐만이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네이마르-호날두에 이어 메시까지 리그를 대표하던 슈퍼스타들을 연이어 잃게된 라 리가의 위상 자체가 흔들릴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으로 메시가 바르셀로나가 아니라면 과연 어떤 리그와 팀에서 뛰게 될지를 놓고 벌써부터 축구팬들은 다양한 상상력을 펼치고 있다. 이적한다면 최소한 라리가를 떠나 새로운 리그로 갈 가능성이 유력하다. 해외 언론들은 메시를 영입할만한 팀으로 맨체스터 시티, 맨유, 인터밀란, 파리 생제르망 등을 거론하고 있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역시 맨시티행이다. 메시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 매년 유럽 정상에 도전할만한 전력과 발전 가능성, 메시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조건들이 종합적으로 가장 갈 갖춰진 구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맨시티에는 메시와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전성기를 이끈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출신의 간판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 역시 메시의 오랜 절친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현재 세계최고의 명장으로 꼽히지만 바르셀로나를 떠난 이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게 아킬레스건으로 남아있다. 맨시티가 과르디올라를 영입한 가장 큰 이유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특히 과르디올라는 메시의 능력을 가장 잘 활용한 감독으로도 꼽히고 있다. 두 사람의 재회 가능성에 축구팬들의 기대가 큰 이유다.

또한 스페인과 함께 현재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받는 EPL에서도 메시가 과연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호사가들의 오랜 궁금증이었다. 라이벌 호날두는 EPL을 시작으로 스페인 라리가-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럽 3대리그를 모두 정복한 바 있다. 라리가가 섬세한 기술과 전술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면, EPL은 빠른 템포와 피지컬이 더 돋보인다는 차이가 있다.

1~2개팀이 장기간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다른 빅리그에 비하여, EPL은 리버풀-맨시티 등 여러 강팀들이 혼전 양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메시의 존재감이 어떤 지각변동을 불러올지 관심을 모은다. 메시는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EPL 팀들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준 바 있다.

축구계에서는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바르셀로나의 상징과도 같았던 메시가 팀을 떠나고 싶어하는 시간이 찾아올 줄 누가 알았을까.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의 활약상을 지켜본 팬들에게는 아쉬운 순간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메시가 바르셀로나와 라리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뛰어도 여전한 클래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하는 팬들도 많다. 메시는 과연 다음 시즌 어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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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메시 바르셀로나 맨체스터시티 펩과르디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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