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에서 심판의 오심이 승부의 운명까지 바꾸는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22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KIA가 3-0으로 앞서가던 8회말,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1사후 키움 이정후가 우중간으로 날린 안타성 타구를 KIA 외야수 김호령이 쫓아가 펜스에 몸을 부딪히며서도 점프 캐치로 잡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그러나 최수원 2루심은 2루타를 선언했다. 캐치 과정에서 김호령의 손목이 약간 꺾이며 글러브가 담장에 부딪힌 것을 보고, 심판은 공이 글러브 밖으로 튀어나왔다가 담장을 맞고 다시 들어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TV 중계화면에서는 타구가 글러브 안에서 튀기는 했지만 담장에는 맞지 않고 다시 김호령의 글러브로 들어간 것이 확인됐다.

KIA 측은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KIA는 2회말 키움 전병우의 2루 도루 성공 여부와 7회초 KIA 김규성의 1루 견제사 장면에서 이미 비디오 판독 요청 기회를 소진한 뒤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멀쩡한 외야 플라이가 2루타로 둔갑하며 이정후는 그대로 2루에 출루했다. 8회말 주자없는 2사 상황이 1사 2루의 위기로 바뀐 것이다.

나비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흔들린 KIA 투수 장현식은 에디슨 러셀에게 볼넷을 내준 뒤 김웅빈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았고 심지어 허정협에게 3점 홈런까지 허용했다. 3-0으로 앞서가던 경기가 순식간에 3-4로 뒤집혔다. KIA는 결국 9회에도 흐름을 바꾸지못하고 그대로 역전패를 당했다.

KIA로서는 이날 패배가 유독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이날 패배로 KIA는 5연패에 빠지며 7위까지 추락하여 5강 진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팀이 연패 중인 상황에서 등판한 KIA 에이스 양현종은 몇 차례 위기 상황 속에서도 6.2이닝 동안 6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9승 요건을 갖춘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심판의 뼈아픈 오심이 빌미가 되어 양현종의 승리도 날아갔고, 역전패까지 당하면서 팀은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 경기후 KBO 심판위원회와 최수원 심판 측도 오심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차피 끝나버린 경기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

이 경기를 지켜본 야구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다. 가뜩이나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팽배해있는 가운데, 하필 이미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던 심판조에서 또 오심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수원 심판조는 지난 5월 7일 문학 한화-SK전 이후 한화 이용규의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대한 이의가 나오자 8일 2군으로 강등된 바 있다. 이후 열흘 만에 1군에 복귀했지만 5월 24일 잠실 KT-LG전에서 정근우의 태그업 플레이를 둘러싸고 오심이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KIA는 비디오 판독 문제로 이미 최수원 심판조와 악연이 있다. 7월 19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KIA 유민상이 홈에서 아웃된 판정을 두고 윌리엄스 감독은 수신호로 비디오 판독 요청을 했으나, 심판진이 시그널을 보지 못했다며 '판독시간 초과'를 이유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5번이나 시그널을 보냈다며 항의했지만 결국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그나마 당시에는 '쌍방과실' 정도로 마무리되는 분위기였고, 그 장면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아예 다르다. 오심만 아니었다면 경기의 양상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KIA 팬뿐 아니라 야구팬들 대다수가 잘못된 판정 경기 자체를 망쳐버린 심판진을 성토하는 이유다.

물론 심판의 입장에서 보자면 판정을 내리기 굉장히 까다로운 상황이었던 것은 맞다. 이날 경기의 중계진조차도 육안으로 봤을 때는 공이 담장을 맞고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다고 언급할 정도였고, 심판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에 어려운 자리에 있기는 했다. 하필 중요한 승부처에서 비디오 판독 기회가 소진되어버린 것도 KIA와 심판 양쪽 모두에게 불운한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심판도 사람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로 변명하기에는 너무 뼈아픈 결과가 나왔다. 심판도 사람이지만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하는 사람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경기의 일부가 아니라 본인의 실력 문제가 된다.

사실 벤치의 요청 기회와 무관하게 심판의 재량으로 비디오 판독을 진행했어도 이러한 실수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KBO 2020 시즌을 앞두고 이사회에서 심판재량 비디오판독권을 한 시즌 만에 폐지했다. 심판 스스로 오심을 인정하거나 같은 조의 심판이 동료의 실수를 지적해야하는 상황이 구조적으로 어렵고, 팀간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는 비디오 판독 기회를 늘리는 게 더 바람직했다. 민감한 판정에 대한 비디오판독 수용 여부는 4심합의를 통한 의견수렴으로도 충분히 조율이 가능한 문제기 때문이다.

심판진의 능력 부족을 질타하고 징계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계속되는 오심은 심판에 대한 불신은 물론이고, 심판진 스스로도 위축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인간심판을 못 믿어서 로봇 심판을 도입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시대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판단력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는데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여 이처럼 답답한 장면을 그대로 받아들여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더 이상 심판의 오심 때문에 선수와 팬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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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판독 김호령 프로야구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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